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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로빈훗' 출연진 "정의 외치는 사회 분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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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로빈훗' 출연진 "정의 외치는 사회 분위기 돼야"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2.02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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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로빈훗'이 뮤지컬을 만났다. 2005년 독일에서 초연된 뮤지컬 '로빈훗'은, '삼총사',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등에서 작업한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 등 국내 제작진을 만나 첫 선을 보인다.

잉글랜드 민담 속 로빈훗은 60여 명의 호걸들과 함께 불의한 권력에 맞서 부자들을 약탈해 가난한 이를 돕는 의적으로 그려진다. 다양한 소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소재로 다뤄져 친숙한 이야기가 이번에는 불의에 맞서 적통 왕위 계승자를 돕는 영웅담으로 태어났다.

웅장한 공연 규모와 함께, 초연을 책임지는 배우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로빈훗 역은 유준상, 엄기준, 이건명이, 필립 왕세자 역은 규현, 양요섭, 박성환이 맡는다.

▲ 뮤지컬 '로빈훗' [사진=엠뮤지컬아트 제공]

[스포츠Q 오소영 기자] 앞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유준상은 "공연장과 국회의사당이 가까우니 국회의원들이 보면 좋은 공연"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위치가 가까워서만은 아니다. 지난 30일 열린 '로빈훗' 기자간담회에서 왕용범 연출과 출연 배우들은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 천 년 전과 비슷한 지금, '민심 뮤지컬'

필립이 로빈훗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왕으로 등극하기 전까지, 백성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존 왕자의 권력과 폭정으로 힘들게 살아간다. 로빈훗 역의 유준상은 "안타깝게도 '로빈훗'과 지금 상황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여, 야 국회의원들이 같이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대 위에서 하는 공연이지만 현재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로빈훗'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뭔지 느껴보자는 이야기입니다.(유준상)"

왕용범 연출 또한 "뮤지컬 '로빈훗'은 현재를 겨냥한 작품은 아니나 닮은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로빈훗'은 천 년 전 이야기임에도, 그 이야기가 지금과 너무나 닮아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로빈훗'을 통해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지만, 연습하면서 대사 한 마디에 갑자기 울컥할 때가 있었습니다. 정치적 성향보다는 '민심 뮤지컬'이라고 할까요? 한국 관객을 대상으로, 관객의 마음을 가지고 공연하는 것 같습니다.(왕용범 연출)"

▲ '로빈훗' 역 이건명. [사진=엠뮤지컬아트 제공]

이건명은 극중 대사 중 '세금'과 현재를 관련해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연말정산, 담뱃값 인상 등 서민들은 세금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타이밍이란 게 재밌는 것 같습니다. '로빈훗' 대사에 세금 관련 내용이 있는 걸 봤을 땐, 2015년 1월, 세금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요.

요즘 시대에 어디서든 정의를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빈훗'은 그중 영등포, 신도림에서 희망을 외치겠습니다.(웃음)(이건명)"

▲ '필립' 역 양요섭. [사진=엠뮤지컬아트 제공]

◆ 어른들을 위한 동화, 매 공연 눈물 흘려

유준상은 "'로빈훗'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다"고 표현했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이 이야기는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모험담'으로 그려진 바 있어, 이는 보다 넓은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보인다.

"'로빈훗'은 유쾌하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은, 뭉클함이 있는 공연입니다. 이렇게 심하게 울 줄은 몰랐는데, 매 공연마다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같이 울고, 벅차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작품이 보여줄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마음을 담은 트랙이 제 그룹 '제이앤조이 20'의 앨범에 있죠. '공연할 때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 앞으로 눈물이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하는 어느 연기자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요.(웃음)"

▲ 마리안(김아선 분)과 로빈훗(이건명 분). [사진=엠뮤지컬아트 제공]

어떤 대사와 장면이 배우에게 절절함을 안겼을까. 유준상은 '로빈훗'의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를 꼽았다.

"좋은 왕이 되고 싶거든 정치를 잘 하는 놈들에게 정치를 맡기고, 세상 이치를 잘 아는 놈에게 법을 만들게 하고, 정직한 놈에게 권력을 줘라. 우리는 나라를 흔들고 권력을 갖고 싶은 게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사람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것만 빼앗지 마라."

◆ 탄탄한 캐스팅, 캐릭터 해석 돋보여

뮤지컬 '로빈훗'에서 돋보이는 또 하나의 부분은 여성 캐릭터다. 보통의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는 남성과의 절절한 사랑을 위해 전부를 바치지만, 마리안(서지영∙김아선)은 현실적인 여자다. 한때는 로빈을 사랑했으나 그가 반역자로 몰리게 된 이후, 길버트의 아내가 되는 삶을 택한다.

"30대 이상의 관객 분이라면 여자의 심리상태를 이해할 거라 생각해요. 여자는 자기 자신을 잘 모를 때가 있거든요. 극에서는 로빈훗의 사랑을 버리고 현실의 돈을 찾아 떠나지만, 늘 마음속으로는 로빈훗을 잊지 못하죠. 남자분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진한 사랑과 배신의 경험이 있는 여성분들은 완벽히 공감하고 이해하며 보실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서지영)"

▲ 마리안(김아선 분). [사진=엠뮤지컬아트 제공]

"보통 작품에서 여자 캐릭터들이 사랑에 목숨 걸고, 울고 웃는다면 마리안은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시대적 배경이나 가난 등, 사랑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분석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늘 외로웠던 점도 있었던 것 같고요. 이런 점을 가지고 마리안을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연습 중에 연출자 분이 '로빈훗을 죽이려고 했던 게 네 마지막 뜻이었다면 마리안에겐 해피엔딩이 아니냐'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충격적이었지만 그 말씀 덕에 마리안의 현실에 대해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어요. 제가 20대 초반 청춘이었다면 좀 더 고민하고 고뇌했을지 모르나, 30대 중반을 넘어간 나이로서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김아선)"

[취재후기] 영화 '레미제라블', '명량' 등은 개봉 당시 "현재 사회를 담아낸 것 같다"는 평을 받았다. 분명 요즘 이야기가 아님에도 여전히 적용해 볼 수 있는 이야기란 점에서 이들 작품은 놀라움을 줬다. '로빈훗'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로빈훗 역의 이건명은 "'로빈훗'은 오래 전부터 작업 중이었던 작품이라 요즘 세태를 떠올리는 것은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일치"라며 "작품을 받아들이는 건 관객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어린이에겐 익숙하고, 어른들에겐 그들을 위한 동화로 작용할 뮤지컬 '로빈훗'은 오는 3월 29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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