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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른, 배우 정석원의 신세계 ① '살아보지 않았던 삶, 놀랍고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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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른, 배우 정석원의 신세계 ① '살아보지 않았던 삶, 놀랍고 새롭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1.28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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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드라마 '미스터 백'을 끝내고 영화 '대호' 촬영을 시작하는 배우 정석원(29)은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는 것이라 했다. 아내 백지영과의 열애설 이후로는 거의 인터뷰를 하지 않았기 때문.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하나. 정석원은 본격적으로 30대에 접어든다. 서른을 보낸 지난해는 그에게 특별하다. 6월부터 한 달 간 배우 길해연, 김지성과 함께 '봄날은 간다'로 첫 연극 무대에 섰고, MBC '미스터 백'의 정이건 역으로 2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연극과 독서를 하며 연기에 보다 진지하게 임하게 됐고, 2013년 결혼한 아내와는 행복한 일상을 보내며 사람으로서도 깊어졌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학창시절 운동을 하고 액션스쿨 출신으로 우연히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정석원에게 연기는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었다. 그리고 지금, 30대에 들어선 정석원은 연극과 책을 통해 또다른 '신세계'를 접했다.

 

◆ 결혼과 30대, 성숙하고 깊어져…작품 메시지 중요성 깨달아

- 실제로도 '미스터 백'의 정이건처럼 자존심이 센 편인가요?

▲ 그렇죠. 승부욕도 강하고요.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고, 많이 유해졌어요. 그런 게 부질없단 걸 알게 된 거죠.(웃음)

최근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을 읽었는데, 책에서 '인과율'이라는 단어를 봤어요. 모든 결과는 필연적으로 원인을 갖는다는 뜻이죠. 모든 일의 실마리를 풀어보면 결국에는 제게 잘못이 있는 거거든요. 굉장히 반성하고 저를 채찍질하게 됐어요. 예전엔 앞만 보고 달리는 일차원적인 성향이었다면, 지금은 모든 일에 있어서 좀 더 생각하게 돼요.

- 결혼을 한 후라서 달라진 점도 있지 않을까요? 결혼 이전, 후로 연기적인 면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 표현적인 면에서 달라졌기보다는, 임하는 마음 자세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뭣도 모르고 했다면 지금은 보다 진지하게 접근해요. 내가 극에서 맡는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고, 화면에 잘 섞이는 데 책임감이 보다 생긴 거죠. 연기자는 선택을 받는 입장인데, '너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신거니까 감사한 마음도 더욱 커졌고요.

그래서 '미스터 백'의 경우에도 20부작이 16부작으로 축소되며 처음 생각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캐릭터를 제 것으로 만드는 데 더 노력했어요. 예전엔 그저 '시키는 대로' 했다면, 이제 보다 감독님과 상의하는 부분도 늘었고 스스로 해 보려는 노력을 했죠.

 

- 결혼도 영향이 있겠지만, 30대가 되면서 더욱 성숙해진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 변화가 느껴지시나요?(웃음) 20대 때는 맡고 싶은 역할을 생각하며 그 역할이 언제 들어올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출연한 '미스터 백'이 사람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듯, 지금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요.

◆ 연극, 독서로 고차원적 접근… "그동안 살아보지 않았던 삶"

- 메시지적인 면에서 감명 깊게 본 작품이 있다면요?

▲ 얼마전에 영화 '국제시장'을 봤어요. 저희를 이렇게 살게 해 준 조상들이 놀라웠어요. 우리가 타는 자동차와 사는 건물들, 이런 것들이 앞서 계셨던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느끼는 바가 컸어요.

'명량'도 그래요. 이전까지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라면 학교 운동장의 동상이나,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정도만 알고 있었죠. 그랬는데 '명량'을 보고 이순신 장군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되고, 애국심에 먹먹해지기도 했어요. 이렇게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면 저는 '지나가는 행인 1'을 맡아도 좋아요. 정말로. (정말요?) 배우 오래 할 거니까요.(웃음)

 

- 나이 이외에도 다른 경험도 영향을 줬을 것 같은데요.

▲ 2년 간 공백 동안 연극을 하고, 책을 많이 읽으면서 밀도있는 작업을 했어요. 대본을 보면서 내가 머릿속으로 그리는 장면들을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글로 쓰기 시작했어요. 일상에서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끊임없이 찾고요. 배우에게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안 좋다고 들었지만(웃음), 선배님들도 그걸 다 겪은 분들이잖아요. 저도 그 과정을 거치면서 좀 더 고차원적으로 변화해 가는 것 같아요.

- 흥미로운 얘기인데요.

▲ 저는 책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어요. 어릴 때는 주의가 산만해서 아버지께서 새벽에 억지로 앉혀두고 책을 읽게 시키셨는데, 그런데도 너무 힘들었거든요. 난독증 비슷하게 집중력이 약해서, 지금 책을 읽으면서는 알람을 맞춰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천천히 시간을 늘려서, 10분만 집중해보자 생각했던 게 30분이 됐고, 이젠 1시간이 금방 지나가요.

 

이건 제가 그동안 살아보지 않았던 삶이에요. 다른 분들께는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제게는 새롭고 낯선 경험이었죠. 직접 그렇게 삶을 살아보니 '이래서 책을 많이 보는 거구나' 깨달음이 오더군요. 사실 예전에는 '책은 어차피 사람이 쓰는 건데 굳이 읽을 필요가 있나?' 생각했거든요. '책 좀 읽어라'는 조언을 들으면 '책이 왜 중요해? 삶은 경험이야. 내가 내 인생을 쓰면 돼'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이었어요. 그랬는데 예전엔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됐고, 이 여파로 다른 조언들도 존중하기 시작했어요.

- 성격적으로 변화도 생겼겠어요.

▲ 예전에는 기분이 좋든 나쁘든 간에 항상 들떠 있었어요. 그래서 움직여야만 그 들뜸이 해소가 되곤 했죠. 그런데 이젠 차분한 것도 좋은 거란 걸 느껴요.(웃음)

[인터뷰] 정석원, "'바람'같던 학창시절, 제 버전 '말죽거리' 있죠" ② 에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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