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7학년 없어도 해낸다' 광진구가 쓰는 반란 시나리오
상태바
'7학년 없어도 해낸다' 광진구가 쓰는 반란 시나리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10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틀야구 팀 탐방] 엄범석 감독, "작전 야구 입히겠다" 선언

[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7학년이 강한 팀이 패권을 쥐는 것이 리틀야구다. 성장세가 가파른 청소년기에는 1년이 큰 영향을 미친다. 중학교 1학년생이 버팀목이 돼주면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다.

2015년의 광진구 리틀야구단은 안타깝게도 중학생이 한 명뿐이다. 엄범석(39) 감독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6학년생이 주축이라서 ‘어느 정도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그 누구도 하지 않는다.

매년 3개 대회에서 4강권에 들 정도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강호 서울 광진구는 엄동에도 아랑곳 않고 경기도 남양주시 삼패야구장에서 맹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형들이 중심을 잡는 팀을 잡기 위해서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 유격수 안재연(왼쪽)과 포수 정승채가 광진구의 주축이다. 둘 모두 "자신의 포지션이 매력적"이라고 만족해 했다.

◆ 한상훈 공백 메워 초반 대회 입상 도전 

“파워가 밀려요. 이 나이 때면 1년 차가 매우 크거든요. 쉽지 않은 싸움이죠.”

엄 감독은 “우승을 몇 회 하겠다는 말은 거짓말이니 하지 않겠다”고 자신들의 전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내리며 “다만 여러 대회에서 3위권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6학년들이 올라올 내년이면 정상에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광진구의 안방마님은 세계를 호령한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에서 마스크를 썼던 한상훈(배재중)이었다. 그의 공백을 메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역 시절 포수로 청소년 대표를 지냈던 엄 감독은 한상훈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캐처 키우기에도 공력을 쏟고 있다.

광진구의 목표는 확실하다. 중학생들이 채 자신의 능력을 폭발시키기 전인 시즌 초반 대회에서 입상권 안에 드는 것. 엄 감독은 “3년 내내 첫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며 “이번 해에도 각 팀들의 중학생들이 올라오기 전인 대회들에서 성적을 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 광진구를 4년째 지도하고 있는 엄범석 감독은 "이번 시즌은 지도자 생활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학년이 대부분이라 하더라도 수비력, 투수력, 타력 모두 크게 빠지지 않는다. 세 부문 모두 중상으로 본다”며 “6학년 말이 되면 힘이 붙는다. 그 때 가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지도자 생활의 전환점, ‘작전 야구’ 원년 

감독 4년차. 엄 감독의 지도자 생활에 큰 전환점이 왔다. 중학생이 단 한 명뿐인 열악한 환경은 승부욕을 불타오르게 만든다. 그동안 고수해온 야구 색깔도 바꿀 참이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작전이 들어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광진구는 공격력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팀이었다. 매 경기 10안타 이상을 뽑아내는 화끈한 야구의 상징이었다. 엄 감독은 “헛스윙해도 되니까 자신 있게 돌려라”고 선수들을 격려하며 어지간해서는 사인을 내지 않았다.

그는 “보내기도 스퀴즈도 손에 꼽을 정도로 선수들의 방망이를 믿는 야구를 했지만 이제는 변화를 줄 때가 온 것 같다”며 “이제는 작전 야구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겨야 좋아한다. 패하면 아이들이 펑펑 운다”고 의지를 다졌다.

▲ 유일한 중학생으로 팀의 구심점이 돼야 할 김진혁은 "동생들을 잘 다독여 어떤 팀과 붙어도 밀리지 않게끔 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아치를 그릴 수 있는 선수가 단 2명에 불과하단다. ‘빅볼’을 구현해내기 힘겨운 선수 구성. 그동안 광진구에서 볼 수 없었던 아기자기한 야구가 펼쳐질 예정이다. 그는 “수비에서도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걸어야겠다”고 변화를 다짐했다.

광진구는 훈련량이 많은 편이다. 하루 300개 이상의 공을 때리는 것이 ‘공격의 팀’이 된 비결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운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호랑이’ 엄 감독은 주기적으로 낚시를 함께 하고 펜션에 놀러가며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 주축 3인방의 다짐, “지켜봐달라” 

유일한 중학생이 될 김진혁의 눈은 매서웠다. 우투우타 1루수인 그는 “내가 동생들을 잘 다독인다면 다른 팀과 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볼넷이든 맞아서든 어떻게든 살아나가 팀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상훈의 공백은 정승채가 메워야 한다. 자주 태그하고 공 받고 투수와 사인을 주고받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는 정승채는 “포수의 책임이 막중한 것을 알고 있다. 상훈이형처럼 든든히 중심을 잡겠다”며 “양의지같은 송구력을 갖춰 상대방 주자들이 뛰는 것을 잡아버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우투좌타 유격수 안재연은 광진구의 센터라인을 지키는 핵심 선수. 타구가 많이 오는 자리라서 더욱 매력적이라고 외치는 ‘천상 유격수’다. 그는 “중학교 형들과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다”며 “13세 이하 대표팀에 들어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꿈”이라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 경기도 남양주시 삼패야구장에서 훈련중인 광진구 리틀야구단. 엄동에도 맹훈련을 소화하며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서 광진구에서 자라와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엄 감독은 “유일한 중학생 김진혁을 축으로 똘똘 뭉치겠다”며 “6학년생이 많다고 해서 안 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지켜봐달라”고 눈을 반짝였다.

광진구가 꿈꾸는 ‘반란 시나리오’는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 광진구 리틀야구단 

△ 감독 = 엄범석
△ 코치 = 김응규
△ 선수(16명) = 김진혁(중학교1학년) 안재연 한지훈 최유빈 오의준 정승채 김태림 신주용(이상 6학년) 김승우 최호진 임지황 이재민 김정욱 한재규(이상 5학년) 김민준 조해성(이상 4학년)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