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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 강서구, 감격의 구장에서 그리는 장밋빛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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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 강서구, 감격의 구장에서 그리는 장밋빛 미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18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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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팀 탐방] 빗물펌프장 야구장 개장, 훈련량 많아... 근성 중시 이종목 감독 "내년 기대해달라"

[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노민규 기자] 우승후보는 아닌데 무섭다. 강서구 리틀야구단은 자신감이 넘친다.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총재배에서 딱 한 번 3위에 오른 것이 전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서구는 연초부터 연이어 터진 호재로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리틀야구 지도자 중 두 번째로 젊은 이종목(30) 감독은 “젊은 것이 패기”라며 돌풍을 다짐하고 있다.

3년간 강서구 코치를 지낸 후 2013년 11월 감독대행으로 부임한 그는 지난해 2월 정식 감독이 됐다. 이 감독은 “코치와 감독은 확실히 다르더라. 야구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많이 힘들었다”며 “1년을 돌아보니 이제서야 안정을 찾았다. 근성의 야구를 펼쳐보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 강서구는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한 팀이다. 취재가 진행된 18일,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음에도 아랑곳 않고 배팅훈련을 소화했다.

젊은 사령탑이 그려나갈 야구는 어떤 색깔일까. 서울 강서구 빗물펌프장에 자리한 리틀전용구장을 찾아 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 6학년-중학생 부족, ‘우리는 C급 전력’ 

“우승 전력은 아닙니다. 공격력, 투수력, 수비력 냉정히 모두 C급이랄까요.”

이 감독은 야구인 2세다. 아버지는 고 최동원의 경남고 동기생인 이재영 씨. 인천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로 진학한 그는 일찌감치 프로의 꿈을 접고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안산시, 강서구 리틀야구단 코치를 역임하며 ‘아이들 지도가 천직’이라 생각하게 됐다.

그는 “경기에 나서는 중학생과 6학년이 각각 2명씩에 불과하다. 올해는 출전을 통해 경험을 쌓는데 주력하면서 야구에 대한 기본기를 알려주는 시기”라며 “인원을 수급해 팀의 세를 불리고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 이종목 감독은 리틀야구 지도자 전체를 통틀어 두 번째로 어린 감독이다. 그는 "젊은 것이 패기 아니겠느냐"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근성으로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얼핏 봐도 눈에 띄게 큰 선수가 없다. 1년 차이가 경기력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리틀야구에서 주축으로 뛰어야 할 형들이 4명에 불과한 것은 넘어서기 힘든 벽이다. 올시즌 개막 대회인 하드스포츠배에서 대결 상대인 대구 남구가 7명, 양산시가 9명의 중학생을 내놓은 것과는 크게 다르다.

그래서 이 감독은 히트앤런, 번트, 도루 등 다양한 사인을 내는 야구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려 한다. 그는 “2013년에 주전으로 실전에 뛴 선수가 한명도 없다”며 “1년 이상 야구한 친구의 비중이 적다. 한 대회 정도 4강에 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고 밝혔다. 

◆ 근성과 끈기, 악으로 승부한다

“힘에서 안 되면 꽥꽥 소리라도 질러야 되지 않겠습니까?”

마냥 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 감독이 자랑하는 강서구의 무기는 ‘근성, 끈기’다. 그는 “절대로 쉽게 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하드스포츠배 1회전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그들은 대구 남구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 지난달 개장한 빗물펌프장 리틀전용구장은 강서구의 경기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선수도 학부모도 빼어난 시설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전시현(5년)의 어머니 홍성미 씨는 “부모들은 포기했는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더라. 애들의 악바리 근성에 모두가 무척 놀랐다”며 “그 때 느낀 감동을 말로 설명하기에는 ‘짜릿하다’는 단어로도 모자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감독은 “부산에서 1월12일부터 12박13일간 전지훈련을 했다. 오전, 오후, 야간에 걸쳐 강훈련을 소화했다”며 “부산 동래구, 서구, 사상구 등과 연습경기를 자주 치렀는데 대부분 졌다. 패배의식에 젖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약이 되더라. 쉽게 지지 않았다”고 전훈 성과를 귀띔했다.

강서구는 한달에 2~3번만 쉰다. 취재 당일 보슬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하드스포츠배 2회전 경남 양산시전을 위해 배팅 훈련을 가졌다. 선수들은 이 감독의 지시사항 하나하나를 귀담아 들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쉴틈 없이 스윙을 반복했다.

홍 씨는 “강서구 선수들은 말 그대로 ‘리틀’야구다. 왜소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라며 “다른 팀들에 비해 운동량이 많아 힘들텐데도 잘 견뎌낸다. 강팀이라 한들 여름을 나기가 힘겨운데 우리 아이들은 체력 문제로는 걱정을 끼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 강서구가 눈물을 보인 사연, 감격의 그라운드 

지난달 강서구에는 경사가 났다. 선수들도 부모들도 모두가 감격에 젖어 눈물을 보일 정도였다. 가양동 빗물펌프장에 인조잔디를 갖춘 리틀전용구장이 생긴 것. 올림픽대로를 지나는 차들이 한눈에 볼 수 있어 홍보효과도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현(5년)의 어머니 박소희 씨는 “지난해까지 훈련했던 개화 야구장은 흙구장이었던데다 사회인들과 함께 쓰는 구장이라서 아이들이 무거운 펜스를 옮기느라 진을 뺐다”면서 “이동 시간도 대폭 줄어 고스란히 훈련 시간이 됐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 강서구 돌풍을 진두지휘할 기대를 모으는 삼총사. 왼쪽부터 안겸, 이인성, 유재혁.

홍 씨는 “빗물펌프장은 비가 오면 물 구경, 눈이 오면 눈 구경을 했던 곳이다. 하수구 냄새도 지독했던 곳이었다”고 회상하며 “야구장이 개장한 날 연습경기에서 대패하고 왔는데 모두가 10-0으로 승리하고 온 것처럼 기뻐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동할 차량에도 제한이 있어 마음껏 선수를 받지도 못했다. 이젠 그럴 일이 사라졌다”며 “서울권에서 이런 좋은 구장을 가진 팀이 흔치 않다. 인조잔디서 훈련을 하면 불규칙 바운드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야수들의 자세부터 낮아진다. 도약할 일만 남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겸-인성-재혁, 강서구 주축 3인방의 2015 다짐 

투수, 포수, 유격수를 오가는 ‘에이스’ 안겸(5년)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팀의 주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마운드에서든 타석에서든 열심히 해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며 “실전이든 연습이든 끈기 있게 야구할 것”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안겸과 배터리를 이루는 중학생 주장 이인성은 “내가 솔선수범해 선수들을 이끌고 나가겠다. 애들이 처지면 잘 다독이겠다”면서 “개인적인 목표는 시즌 동안 삼진을 50개 잡는 것이다. 한번은 4강에 오르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나이가 많아도 변함없이 맹타를 휘두르는 '박용택 아저씨'를 존경한다는 외야수 유재혁(6년)은 “쉽지는 않겠지만 우승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며 “안타 20개를 쳐보고 싶다. 장충에서 홈런을 기록하는 것도 소원”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 강서구 리틀야구단이 훈련을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강서구 리틀야구단(19명) 

△ 감독 = 이종목
△ 코치 = 이정섭
△ 선수 = 이인성 이준명(이상 중학 1년) 최우준 이준호 유재혁(이상 초등 6년) 신정호 김재현 형윤성 안겸 전시현(이상 5년) 김채환 김영현 김도혁 이재상 김재형 최호성 우승우(이상 4년) 전현서(3년) 손민서(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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