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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자신감 플러스, 발톱 세우는 인천 '늑대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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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자신감 플러스, 발톱 세우는 인천 '늑대축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10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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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승 이어 연승, 전원 공격·수비로 실점 최소화…못이기는 축구에서 지지 않는 축구로 진화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그동안 이기지 못한다고 욕을 먹었는데 이젠 지지 않는 축구라며 찬사를 받네요."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훈(45) 감독이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22분 김동석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긴 뒤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9라운드 지각 첫승에 이어 이날 홈 첫승을 묶어 7개월 만에 2연승까지 거뒀다. 지난 시즌 막판 7경기(4무 3패)와 올 시즌 8경기(6무 2패)를 더해 15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하락세의 인천. 이젠 6경기 연속 무패(2승 4무)로 반등을 이뤄냈다.

사실 축구에서 연속 무승과 연속 무패는 백지장 하나 차이다. 계속 비기기만 하면 무승이기도 하지만 무패 기록도 되기 때문이다. 인천이 순식간에 이기지 못하는 팀에서 지지 않는 팀이란 평가를 받는 것도 바꿔서 말하면 그동안 지는 과정 역시 쉽게 지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인천 선수들이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1-0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수비가 강한 인천, 쉽게 지지 않는다

인천이 실제로 15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쓰는 과정에서 패배는 다섯번에 불과하다. 그 5패조차 모두 한 골 차였다.

인천이 쉽게 지지 않는 것은 역시 수비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15경기 동안 17실점. 2실점 이상이 네 번이지만 무실점 경기도 세 차례 있었다. 대부분은 모두 1실점 경기다.

인천 수비는 아직도 수준급이다. 10라운드를 치르면서 9실점에 불과하니 그렇다. 전북 현대(6실점), 제주(7실점), 울산 현대, 성남FC(8실점)에 이어 팀 최소 실점 5위. 광주와 수원을 상대로 1, 2라운드에 연속 2실점을 한 것을 제외한다면 최근 8경기에서는 5실점으로 '짠물 축구'를 했다.

현재 수비 중심축은 크로아티아 수비수 요니치다. 김진환과 함께 중앙 수비를 지키며 개근출장하고 있다. 187cm에 83kg의 탄탄한 체격에 지능적인 플레이로 견고한 수비를 지휘한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인천 중앙 수비수 요니치(왼쪽)가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제주 로페즈와 치열한 볼 다툼을 하고 있다.

김도훈 감독은 "요니치는 매우 머리가 뛰어난 선수다. 특히 상대 공격수의 반응에 대해 민첩하게 반응할 정도로 순발력까지 있다"며 "또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그 어떤 선수보다도 뛰어나다. 좀 쉬면서 훈련하라고 해도 자신은 괜찮다며 더 뛰는 노력형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인천의 달라진 힘이다. 상대 진영부터 강하게 압박하면서 역습을 사전에 차단한다. 실점 위기 자체를 일찌감치 봉쇄하는 셈이다.

◆ 문제는 공격력, 케빈만 살아난다면 돌풍의 핵심

인천이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것은 바로 공격력이었다. 김도훈 감독이 올 시즌 지휘봉을 잡으면서 내세운 것도 공격력 강화였다. 설기현이 갑작스런 은퇴를 선언하면서 시즌 초반부터 뜻하지 않은 전력 이탈이 나오긴 했지만 케빈을 위시해 이천수-김인성의 양 측면 공격과 김동석 등 언제라도 조커로 활용할 수 있는 공격자원으로 득점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김도훈 감독의 마음처럼 화력이 잘 타오르질 않는다. 케빈이 아직 K리그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으로선 케빈의 부활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기에 계속 기다리는 중이다. 케빈만 살아난다면 인천은 단숨에 특급 돌풍이 될 수 있다.

김도훈 감독은 "케빈이 골에 대한 욕심을 가지는 것은 맞지만 너무 급하게 하지 말라고 계속 얘기한다. 급하게 하다 보면 슛에 힘이 들어가고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며 "전반 종료 직전 케빈의 슛이 골문 왼쪽으로 벗어난 것 역시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미 흐른 공을 향해 달려갈 때부터 힘이 잔뜩 들어갔었다"고 지적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인천 이천수(오른쪽)가 9일 제주와 홈경기에서 돌파를 하고 있다.

K리그 득점왕 출신 김도훈 감독이 추구하는 이른바 '늑대축구'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갑자기 선수들의 경기력이 확 올라간 것도 아니고 김도훈 감독이 전술을 중간에 수정한 것도 아니다.

김 감독이 내린 늑대축구의 정의는 개인이 아닌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늑대처럼 조직력을 바탕으로 전원 공격과 전원 수비로 상대를 압박하고 상대보다 한 발 더 뛴다는 것. 바로 그 늑대축구의 기본 틀은 바뀌지 않았다. 이젠 자신감이 붙으면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드러나고 있다.

김 감독은 "시즌 시작과 동시에 8경기 연속 이기지 못했던 것이나 지금 2연승을 거둔 것의 차이는 오직 결과뿐"이라며 "선수들은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전술과 노력으로 경기에 임한다. 모든 선수들은 언제라도 그라운드에 투입되면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 전술을 숙지하고 있고 준비도 잘 되어 있다. 한 경기, 한 경기를 풀어가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더하게 됐고 그 자신감이 경기장에서 발현돼 결과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익어가는 된장과 같은 인천의 늑대축구는 이제 완숙한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광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에 오른 성남에 이어 인천까지 시민구단의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도훈 인천 감독이 9일 제주와 홈경기를 앞두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이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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