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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원 '착않녀' 진정한 극의 지배자 "저도 놀랐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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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원 '착않녀' 진정한 극의 지배자 "저도 놀랐죠"[인터뷰]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5.28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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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도지원은 지난 1990년 KBS 1TV 인기 드라마 '서울뚝배기'를 통해 데뷔한 연기 25년 차 베테랑 배우다. 처음 데뷔 당시에는 아름다운 얼굴과 늘씬한 몸매 덕분에 연기력보다는 외모 좋은 배우로 분류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배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했고 현재는 연기력으로 평가받는 배우의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이런 그의 연기력에 절정을 찍게 해준 작품이었다.

 

[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노민규 기자] 지난 14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하 '착않녀')는 도지원의 연기 인생에서 손꼽을 만한 명작이었다. 극이 갖추고 있는 화려한 라인업과 탄탄한 내용 속에서 도지원이 보여준 역대 최고급 극의 지배력 때문이다.

◆ 극을 지배한 도지원 '후배들 로맨스까지 빼앗았다?'

도지원은 '착않녀'의 최대 수혜자다. 그는 김현정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김현정은 극 중반까지도 동생 김현숙(채시라 분)와 엄마 강순옥(김혜자 분) 사이에 끼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단지 도도하고 인생에서는 일이 전부인 노처녀이자 커리어 우먼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극 중반이 넘어가자 김현정은 극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아버지 김철희(이순재)와 가족 간 화해의 핵심 키 역할을 했다. 심지어 후배들의 로맨스를 압도하는 이문학(손창민 분)과의 사랑 이야기까지 펼쳐 보였다.

"극에서 아버지와의 화해에서도 큰 역할을 맡았었는데, 하나와 재림이 지석이의 삼각 로맨스가 펼쳐지는 와중에 우리 로맨스 분량가지 커져서 솔직히 전 놀랐어요. 손창민 선배가 이야기하더라고요. '이렇게 대본을 써줄 줄은 몰랐다'고 전 이런 부분이 모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 나이에 이런 아름다운 로맨스 연기를 했다는 부분은 정말 만족합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와 닿는 로맨스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나이가 많다고 불륜 같은 이상한 연기가 아닌 진짜 사랑을 말하는 로맨스 연기요. 이번에 이 꿈을 이뤘어요. 그래서 그런지 연기가 참 쉽고 편안했어요. 솔직히 상대 배우가 제대로 받아주지 못했다면 힘든 이야기였을 거예요. 그래서 손창민 선배에게 감사해요."

 

◆ '착않녀' 너무 많은 것을 얻었던 소중한 작품

이처럼 도지원에게 '착않녀'는 인생 최고의 명작 중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본인도 이런 필자의 생각과 일치했다. 그는 '착않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일단 '착않녀'는 대본과 연출력이 좋은 작품이었어요. 김인영 작가님과 끊임없이 이야기했어요. 늘 소통을 하면서 문학이와 현정이의 로맨스가 완성도 있게 전개됐고, 현정이가 아버지와 화해하는 부분도 아름답게 표현됐죠. 특히 작가님께서는 배우들을 세심히 배려해 주시면서 극을 이끌어 가셨어요. 대본 덕분에 극이 느끼하지 않았어요. 담백했죠. 감독님들의 연출력 역시 최고였죠. 배우들이 섬세하게 연기를 표현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배우 선생님들의 존재도 연기에 큰 힘이 됐어요. 김혜자 선생님과 이순재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조언과 후배를 아우르는 카리스마는 제가 연기자로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었죠. 또한, 손창민 선배의 후배를 끌고 가는 연기력 또한 제게 많은 가르침을 줬어요."

"저는 연기할 때 다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문제점이 무엇이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마음을 항상 열고 있죠. 이런 자세가 이번 '착않녀'에서는 많이 발동한 것 같아요. 많은 것을 얻은 소중한 작품입니다."

 

◆ '여인 천하' 경빈을 탈출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

도지원의 연기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되는 작품이 있다. 지난 2001년 방송된 SBS 사극 '여인 천하'다. '여인 천하'에서 도지원은 평생 해보지 않았던 표덕스러운 경빈 캐릭터를 소화했다. 강렬한 캐릭터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인기와 동시에 연기력을 재평가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경빈'이 장밋빛 만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다. 배우 도지원 하면 경빈이 떠오르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캐릭터 덫'에 갇히는 현상이 일어났다. 도지원으로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여인천하' 경빈을 그렇게 그릴 줄 몰랐어요. 솔직히 도지원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을 재평가 해준 작품임은 틀림없어요. 지금도 감사하죠. 하지만 워낙 개성이 강하다 보니 캐릭터가 한가지로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이 커졌죠. 사실 제 실제 성격과 경빈은 전혀 맞지 않아요. (웃음) 그래서 저는 다작을 시도했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시작했어요. 수년간의 몸부림이었죠."

"결국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에서 정신 지체를 앓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안나 연기를 통해 이런 고민을 털 수 있었어요. 솔직히 안나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낸 이후에는 캐릭터에 갇힌다는 등의 생각은 이제 하지 않습니다. 뭐든 밑바닥서부터 단단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최근 수년간 많은 연기를 해온 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의 연기관? '여배우들의 캐릭터 한계까지 넘어야 산다'

캐릭터 덫에서 빠져나온 도지원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이젠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그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우리나라 여배우들이 나이를 먹으며 겪는 문제가 캐릭터 적 한계다. 남자배우들과는 달리 여배우들이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는 한정돼 있고 나이를 먹으면 선택 사항이 더욱 좁아진다. 이런 부분을 도지원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정말 좋은 질문이세요. 제가 너무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많은 분이 저에게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 연기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해봤자 현실은 제가 소화하고 푼 캐릭터가 많지도 않고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죠. 좋은 역만 할 수는 없다는 거죠."

"그래서 결론을 내렸어요. 우리나라 여배우들의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요. 그래서 저는 시트콤부터 일일, 주말, 미니시리즈까지 제 다양한 연기 자체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역이면 뭐든 다 할 생각입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배우는 끝난다고 생각해요. 평생 이상만 좇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맞게 연기하고 이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야죠."

 

◆ 따뜻한 여자 도지원 '중학교 시절부터 생각한 인생관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도지원을 처음 보는 순간 느끼는 감정은 엘리트적인 도도함과 미모다. 겉모습이 이렇다 보니 그는 차가운 사람이라는 오해를 하게 된다. 하지만 도지원은 전혀 겉모습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순수하고 착한 느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착한 여자였다.

"학창시절 정말 전 내성적이었어요. 여러 명이 함께 앉아있으면 듣기만 하는 그런 아이였죠. 심지어 대학 시절 때는 발레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고 다니기만 해서 주변 사람들이 도대체 왜 그러냐고 걱정하기까지 했어요."

"속에서 힘든 것을 꾹꾹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할 때만 내뱉는 스타일이었죠. 하지만 사람들은 제 겉만 보고 무척 도도하고 강한 성격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하더라고요. 실제 보면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습니다."

"이런 성격 덕분에 저는 '순수함을 잃지 말자'는 제 인생관을 지키고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속으로 꿋꿋하게 참으며 지금까지 예전에 다짐한 순수함을 지키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 거죠."

"이 마음가짐을 평생 잃지 않을 생각이에요.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연기와 실생활에서 행복을 찾을 겁니다. 그게 도지원의 인생 가장 큰 목표니까요."

 

[취재 후기] 도지원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여배우였다. 변하지 않는 미모뿐만 아니라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순수함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뛰어난 연기력과 마음가짐으로 대한민국 드라마 영화계를 이끌 대배우로 거듭날 것이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여전한 미모 비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재미있는 답변을 남겼다.

"마음에 따라 얼굴은 변한다고 생각해요. 전 제가 가진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마음이 비결 아닐까요?" (웃음)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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