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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샤2'의 결정적 한 스푼, 맛있는 배우 권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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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샤2'의 결정적 한 스푼, 맛있는 배우 권율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6.15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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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엘리트 코스를 밟고 겉으로는 반듯하게만 보이지만 실상은 친구들과 하듯 차진 욕도 내뱉고 술에 취해 주정도 한다. 연애에 통 관심이 없어보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겐 애틋한 순애보를 펼친다. 지난 2일 종영한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의 사무관 이상우 역에는 '반전 캐릭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겉모습과 다르다는 반전만으로도 재밌지만, 이를 넘어 백수지(서현진 분)와의 달콤한 로맨스, 구대영(윤두준 분)과의 흥미로운 형 동생 조합 등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확장시킨 사람은 배우 권율(34)이다.

'먹방'과 로맨스, 미스터리 등이 결합한 이른바 '비빔밥 드라마' '식샤2'에 권율은 다채로운 맛을 더했다. 그간 드라마 '천상여자', '우와한 녀', 영화 '명량' 등에서 다소 무겁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식샤2'에서는 밝고 경쾌한 모습으로 대중의 마음을 끌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권율의 필모그래피는 그의 연기처럼 다채롭다. 크고 작은 작품, 장르와 캐릭터 면에서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걸었다. '식샤2'의 이상우, '천상여자'의 재벌3세 서지석, '브레인'의 순수하고 착한 남자 여봉구, 영화 '명량'의 이순신의 아들 이회, '잉투기'의 부유한 잉여 희준, '피에타'의 기타치는 남자 등. 권율은 '도전'을 즐기는 배우다.

"일단 대본이 좋고 캐릭터가 살아있는지를 봐요.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그런 도전에 끌리죠.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만큼 못 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때의 간절함이 있다보니, 장르나 캐릭터를 일부러 다양하게 선택한 건 아니었지만 지금의 필모그래피의 다양성이 쌓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도전을 이어가고 싶어요."

◆ '식샤2' 효과 팬덤? "피드백층 바뀌어"

'식샤2'를 통해 권율은 인지도를 크게 올렸고 이로서 팬들도 늘었다. 일정 이상의 요청이 있어야 생성되는 디시인사이드 '권율 갤러리'가 생겼을 정도다. "젊은 팬덤이 늘었다"는 말에 권율은 겸손했다.

"'팬덤'까진 아닌 것 같아요.(웃음) 예전에는 어머니 친구 분들을 통해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또래, 선후배들에게서 직접적인 연락이 오는 걸 보니 예전보다는 젊은 세대가 좀더 관심가져주시는구나 생각이 들어요.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이런 데 연연하거나 도취되면 안 되겠죠."

2007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8년차 배우다. 싱그러운 외모와 연기력에도 일찍 주목받은 경우는 아니다. '재발견'이란 말이 섭섭할 법도 한데, 권율은 여유로웠다.

"좋은 표현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연기했는데 또 재발견이야?'가 아니라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과 인상이고 싶거든요. 앞으로도 매 작품마다 '재발견'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색다르고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권율은 "'식샤2'의 이상우는 '명량', '천상여자' 등에서 보여드리지 않았던 친근하고 밝은 모습이라 '재발견'이란 말씀을 해 주시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많이 사랑해주신 작품도 있었다. 하나하나의 작품에서 배웠던 것들이 대중에 보다 잘 보여질 수 있었던 작품과 만난 좋은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권율이 맡은 캐릭터가 독특하고 살아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를 대본 위 설명 이상으로 소화하는 덕분이다.

"제겐 주어진 캐릭터와 연기를 잘 보여드려야 한다는 '의무'가 있어요. 이상우 역을 표현하면서는 실제의 저보다 더 끌어올린 부분도, 혹은 절제한 부분도 있죠. 예를 들어 극중 상우가 대영에게 수지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며 '네게 경고하는 거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죠. 실제의 저였다면 제가 그동안 섭섭했던 마음을 더 얘기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상우와 대영의 관계지 권율과 윤두준의 관계가 아니었으니 좀더 침착하고 단호하게 할 수 있었어요."

◆ '기승전작' "작품으로 보여드리겠다"는 갈증과 여유

'식샤를 합시다2'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욕심도 많을 상황이다. 인터뷰에는 유쾌한 농담이 종종 섞였으나 권율은 연기에 대해서만은 농담으로라도 가볍지 않았다. 이런 진지한 자세는 권율이 아직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SNS를 안 해서 서운해하시는 팬들도 계시겠지만, 그만큼 배우와 작품으로 찾아뵈면서 그 갈증을 해갈해 드리고 싶어요. 연기를 할 땐 제 모습을 아낌없이, 꾸밈없이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서 뵙고 싶은 바람이죠."

앞으로 권율이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은 좀더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연기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프다고 말해야 하는, 다듬어지지 않은 1차적인 감정 표현을 해 보고 싶다"는 것. 이 또한 "또다른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기인했다.

 

이와 같은 캐릭터를 떠올려볼 때, 권율의 외모와는 쉽게 매치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밝은 피부와 고운 얼굴 등이 주는 느낌 때문. "외모적인 부분을 뛰어넘을 자신만의 무기가 있을 것 같다"는 말에 막힘없는 답이 돌아왔다.

"'척'하는 건 금방 탄로나고, 이질감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제 입으로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시는 예쁘고 가녀린 이미지를(웃음) 누를 수 있는 건, 연기적인 베이스나 제가 갖고 있는 본연의 성격이라고 봐요. 실제 전 좀더 소탈하고 '식샤2'의 상우처럼 남자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면이 있거든요. 이런 제 성향을 바탕으로 확장시킨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어렵겠지만 도전해보고픈 작업이죠."

◆ 축구·영화에서 얻는 에너지, 예능 출연에는 프로의식도

연기에 에너지를 쏟는 권율이 휴식을 얻는 곳은 축구와 영화다. 축구경기 관람이나 '풋볼리스트', '베스트일레븐' 등 축구 잡지, 프로그램을 보고 영화 감상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를 좋아해 고별전에 아쉬워했고, 최근 문을 닫은 서울 합정동 축구펍에 가 맥주잔을 기울이며 축구 팬들과 함께 경기를 보기도 했다.

"축구, 농구 등 스포츠 관람을 정말 좋아해요. 이번 NBA는 다행히 몇 경기를 생방송으로 챙겨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경기는 라이브로 봐야죠. 생방송이 아닌 경기는 제게 식어버린 피자같은 겁니다.(웃음)"

배우로서 좋은 인상을 남겼으니 예능 섭외도 적잖지 않을 듯 보였다. "사실 아직까진 예능엔 큰 자신이 없다. 배우로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는 권율이지만 출연 예능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윤계상의 원테이블' 등에선 윤계상, 조동혁 등 절친한 동료와 함께하며 프로그램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때와 지금의 모습에는 이미지가 사뭇 다른 것도 사실. "친한 사람 앞이다보니 좀더 유쾌하게 보였던 면도 있고, 그땐 지금보다 어리기도 했다"는 권율은 평소 일에 임하는 프로다운 자세가 있었다.

 

"예능에서의 제 모습은 거짓이거나 일부러 만들어낸 모습은 아니지만, 원래 제 모습에서 확장시킨 부분이 있었어요. 제 원래 목소리를 변조하는 게 아니라, 마이크를 대고 좀더 크게 들리게 하는 그런 확장이라고 비유해야 할까요. 촬영하다보면 처지거나 힘든 날도 있지만 어찌됐든 이 프로그램은 예능이고, 시청자 분들이 재밌게 보셔야 한다는 생각에서 제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생각했죠. 연기든, 예능이든, 어디서든 제가 하는 일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철학이에요. 놀 땐 제대로 놀고, 할 땐 열심히 해야죠."

[취재후기] 지난해 영화 '명량' 인터뷰 이후 두번째 만남. 당시 권율이 극중 이회 역처럼 진지하고 열의있는 모습이었다면, 이번 '식샤2' 후 만남은 보다 유쾌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새로 알게 된 모습 중 하나는 놀라운 기억력이다. 1년 전 인터뷰가 이뤄진 카페와 그날 자신이 입었던 의상까지 기억했고, 인터뷰 중 언급된 축구선수들에 대해선 선수의 출생년도, 이적 이력까지 읊었다. 이 또한 권율의 새로운 얼굴이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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