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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8) '핀수영 김연아' 장예솔, 그를 고래처럼 춤추게 한 것은 뭘까?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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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8) '핀수영 김연아' 장예솔, 그를 고래처럼 춤추게 한 것은 뭘까? (上)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7.27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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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핀수영 사상 첫 세계선수권 제패 '4관왕'..."스피드 박진감 넘쳐요"

[200자 Tip!] 또 다른 ‘여제’가 탄생했다. 암벽 김자인, 포켓볼 김가영처럼 관심에서 조금 비껴나 있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선수의 등장이다. 핀수영 여자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국가대표 장예솔(27·광주광역시체육회)이다.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4개나 획득했다. 장예솔은 지난 20일 중국 옌타이에서 막을 내린 제18회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에서 표면 50m와 100m, 잠영 50m와 100m에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한국신기록 7개, 세계신기록도 1개를 세운 '괴물'이다. 장예솔의 모교, 수원 경기체고의 수영장에서 그를 만났다.

[수원=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저 이런 거 많이 안 해봤어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는데. 하하”

▲ 장예솔은 핀수영 세계선수권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의 금메달이다.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세계를 호령한 최강자임에도 장예솔은 “여전히 인터뷰가 낯설다”고 했다. “이번엔 라디오도 했고 이렇게 단독 인터뷰도 갖는다”며 “예쁘게 잘 나와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 안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그이지만 마주보고 앉으니 천상 20대 여자일 뿐이다.

장예솔은 “공항에 도착하니 긴장이 풀렸는지 콧물이 흐르더라. 감기에 걸렸다”고 양해를 구하며 “요즘이 살면서 가장 행복한 날들인 것 같다. 분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 생소한 핀수영과의 만남

핀수영. 지난주 걸그룹 EXID의 하니로 인해 화제가 됐다.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예능 프로에 출연해 빼어난 수영 실력을 뽐내며 "인어같다"는 극찬을 받은 것. 핀(Fin)의 사전적 의미는 지느러미. 물갈퀴를 낀 채 허리의 힘에 의존해 앞으로 나아가는 수영이다. 숨대롱(스노클)을 착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 장예솔은 만능 운동인이다. 어렸을 때 골프, 테니스, 검도, 스케이트 등 안해본 운동이 없다.

장예솔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 종목과 어떻게 연을 맺게 된걸까.

“어렸을 때부터 안 해본 운동이 없었어요. 골프, 테니스, 검도, 스케이트까지... 플루트, 바이올린, 피아노 등 악기도 꽤 많이 다뤘어요. 바쁜 초등학생이었죠.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공부와 담을 쌓았죠. 엄마가 어느 날 오시더니 딱 맞는 운동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대안여중 재학 2학년 때였다. 운명이었다. 핀수영은 수영 종목 중 가장 빠른 자유형에 비해 1.3배나 빠르다. 장예솔은 “신기한 장비를 얼굴에 차는 것도 좋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는 더 좋았다”고 입문기를 떠올렸다. 핀수영 선수들 대다수가 대개 경영에서 전향하는 것과는 다른 스토리다.

승승장구였다. 국가대표 생활만 어느덧 11년째다. 국내 무대는 좁았다. 경기체고 1학년이던 2005년 전국체전에서 2개의 동메달을 땄고 성인이 된 2006년부터는 무려 9년 연속 전국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국제무대에도 이름을 알렸다.

▲ 큰 물갈퀴를 발에 신고 하는 핀수영은 자유형에 비해 1.3배나 빠르다.

◆ 운동을 위해 태어난 여인

“타고났다고 봐야겠죠? 주변에서도 항상 감사하며 살라고 말씀들 하세요.”

하체가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2관왕 이상화를 연상시킨다. 스쿼트를 최고 170㎏까지 든단다. 헬스를 즐겨하는 일반인 남성이 대개 100㎏ 안팎을 든다. 장예솔은 “원래 핀수영이 다른 종목 선수들보다 유달리 하체가 좋다”고 귀띔했다.

운동선수가 천직이란다. 망설일 것 없이 다시 태어나도 운동을 하겠다고 말한다. 장예솔은 “결과가 잘 나왔을 때 느끼는 그 희열은 다른 일을 해서는 모르지 않을까 싶다”며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이 일치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더라.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장예솔은 고교 졸업 후 바로 실업팀으로 향했다. 20대 초반에는 후회했지만 이제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여가도 스포츠 활동이다. 여름은 웨이크보드, 겨울은 스노우보드를 탄다. 운동을 위해 태어난 여인답다. 장예솔은 “다른 종목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이젠 시간이 지나 나이가 있어 못한다”며 “스피드스케이팅에 적합한 체형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10년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예솔은 고교 졸업 후 바로 실업팀에 입단했다. 평범한 삶이 부럽지 않은 운동선수는 없다. 이를테면 MT, 소개팅 같은 소소한 것들이다. 아무리 핀수영을 사랑해도 왜 힘들지 않았겠는가. 장예솔은 “친구들은 돈 벌어 좋겠다고 했지만 그게 부러워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20대 초반을 돌아보며 “이제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실업팀으로 저를 보내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핀수영 홍보대사' 장예솔이 말한다, "정식종목만 된다면..." (下)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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