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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선수들의 우상, 제주 강수일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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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선수들의 우상, 제주 강수일의 추락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8.2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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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음주사고 전력, 도핑 양성반응까지 겹치며 다문화 출신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만 증폭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때는 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의 우상이었다. 강수일이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맹활약한다면 다문화 가정 출신 자녀들도 한국인이라는 뿌듯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한국 사회 밑바탕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잘못된 선입견도 뽑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나락으로 빠지고 말았다. 불과 2개월 전만 하더라도 한국 축구대표팀에 포함됐지만 이제는 축구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제주 구단은 25일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친구에게 이를 떠넘기는 거짓말까지 해 구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강수일에 대한 임의탈퇴 공시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요청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맹이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할 경우 강수일은 앞으로 제주의 승인 없이 국내 경기에 뛸 수 없다. 해외 이적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이적시장이 마감 직전이거나 이미 닫혀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다.

제주 구단에서 임의탈퇴를 풀어줄 경우 국내 팀에서 뛸 수 있지만 문제는 두 차례나 음주로 사고를 낸 선수를 영입할 구단이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이미 강수일은 2010년 음주 뒤 행인 폭행 사건에 휘말려 임의탈퇴를 당한 전력이 있다. 선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강수일은 그동안 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들의 희망이었다. 아직까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선입견이나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강수일이 자신의 뛰어난 기량을 대표팀에서 발휘한다면 다문화 가정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다.

사실 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가 대표팀에 선발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김동광 남자농구대표팀 감독도 농구 대표팀 선수로 활약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장대일 역시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조금 다른 사례이긴 하지만 화교 출신인 후인정도 한국 국적을 선택한 뒤 배구대표팀 일원으로 활약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 대신 지금은 쓰이지 않는 '혼혈'이라는 말로 포장됐다. 또 다문화 가정 선수의 사례도 흔치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수많은 다문화 가정 자녀가 한국 사회에 편입됐고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에서 활약하며 대표팀 선수의 꿈도 함께 키우고 있다. 강수일은 바로 이런 선수들의 희망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잘못된 판단으로 두 차례나 똑같은 죄를 저지르면서 오히려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만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강수일의 임의탈퇴와 자신에게 닥쳐온 선수생활 위기가 단순히 한 사람의 나락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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