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챌린지 2015] (45) '웨이브즈', 한 쪽 문이 막히니 다른 쪽 문을 열었다 (下)
상태바
[챌린지 2015] (45) '웨이브즈', 한 쪽 문이 막히니 다른 쪽 문을 열었다 (下)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9.07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아이스하키 독립구단, 프로 진출 사관학교가 되다...유보된 꿈을 향해 빙판을 달리는 사나이들

[글 스포츠Q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선수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이 직접 구단을 만든다고 나섰을 때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보는 시선은 어땠을까. 적어도 곱지는 않았을 것 같다. 프로팀이나 실업팀 창단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이 구단을 만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웨이브즈는 공식대회를 통해 나름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공식대회 데뷔전이었던 2013년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에 나선 웨이브즈는 고려대, 한양대 등을 꺾으며 3승 1패의 전적으로 연세대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에는 전국종합아이스하키선수권에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중 아이스하키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해외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 웨이브즈는 국내 최초 독립구단답게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공식대회 데뷔전이었던 2013년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에서 고려대 등 대학 강호들을 물리치고 3위에 오르는 등 만만치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 넉넉치 않은 구단 살림, 그래도 꿈이 있어 빙판을 달린다

이처럼 독립구단으로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웨이브즈의 형편은 좋은 편이 되지 못한다.

넉넉한 자본금을 갖고 출범했던 고양 원더스와 달리 김홍일 대표의 웨이브즈는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제니스 아이스링크에서 유소년 클럽을 만들어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으로 장비 구매비용을 충당하고 출전 수당을 줄 뿐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선수들은 모두 '투잡'을 뛰고 있다.

그래도 이들에게는 꿈이 있다. 다시 프로팀으로 갈 수 있다는 꿈이 있고 도전이 있다. 실제로 웨이브즈는 고양 원더스처럼 선수들을 다시 프로로 보내는 사관학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강다니엘과 고현빈, 이봉진이 대명 상무에 입단했고 지난 5월에는 오세안, 조현국, 한건희, 배장우 등이 하이원에 진출했다. 또 한라에도 2명의 웨이브즈 소속 선수가 뛰고 있고 일본 닛코아이스벅스에도 1명이 입단,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주니어 대표와 유니버시아드 대표, 국가대표까지 지냈던 골리 용현호도 웨이브즈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상무 입대에 도전하고 있다. 용현호는 "지난해 초 하이원과 계약이 불발되고 상무 입대를 목표로 재도전하기 위해 웨이브즈에 입단했다"며 "선수로서 계속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과 스스로 발전해 나간다는 자부심을 갖고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금은 해체됐지만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그랬듯 웨이브즈 역시 프로팀으로 선수를 보내는 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 웨이브즈 출신 가운데 현재 안양 한라와 하이원, 대명 상무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적지 않다.

이어 "내게 독립구단 웨이브즈에서 뛴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라며 "지금 헬스 트레이너라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긴 하지만 웨이브즈가 없었다면 아이스하키에 대한 마음의 정리를 하지 못하고 사회에 나와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동생 용현종(동양 이글스)과 형제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용현호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오면서도 더이상 실업팀이나 프로팀이 생겨나지 않는 가운데 웨이브즈와 KIHL은 선수들이 계속 현역 생활의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동생은 올해 실업팀 동양 이글스로 이적했다. 아무래도 실업팀이다보니 웨이브즈보다 훈련 환경이 좋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 웨이브즈에서 KIHL 창설까지,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김재우 역시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으로 경희대를 졸업한 뒤 아시아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꿈이 좌절됐다. 미국 노던 미시간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던 김재우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아이스하키를 하며 전문 트레이너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은 선수로 뛰면서 웨이브즈의 유소년 하키클럽 수석코치까지 맡고 있다.

김재우는 "웨이브즈가 없었다면 선수 생활을 접고 그대로 동호인으로 남았을 것 같다"며 "나 역시 프로팀에 가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하다. 프로팀들이 웨이브즈 출신 선수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 웨이브즈는 공식 대회만으로는 모자라 타이탄스와 동양이글스, 경희대까지 네 팀이 경쟁을 벌이는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리그 외에 성인이 뛸 수 없는 아이스하키리그가 없는 한국에서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는 또 다른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또 김재우는 "한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가지 못하면 그대로 선수 생활을 접고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야 한다"며 "그러나 미국 유학을 통해 아이스하키는 아이스하키대로 도전하고 공부는 별개로 열심히 하는 것을 봤다. 앞으로 후배들도 공부도 하고 선수생활도 병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홍일 대표는 웨이브즈가 이따금씩 있는 공식 대회에만 나가는 것이 안타까워 직접 발로 뛰어 선수생활을 했던 외국인들로 구성된 타이탄스를 만들어 KIHL를 출범시켰다. 지난해는 웨이브즈와 타이탄스, 블레이저스 등 세 팀이 KIHL에 참가했고 실업팀 동양 이글스의 창단으로 블레이저스를 웨이브즈에 통합시키고 경희대까지 초청팀으로 포함시켜 4개 팀이 참가하는 KIHL을 운영하고 있다.

김홍일 대표는 "웨이브즈에서 시작한 것이 이제 사무국까지 둔 KIHL로 발전했다. 한국에 아시아리그 외에는 성인이 뛸 수 있는 리그가 없기 때문에 KIHL이 그 역할을 담당하려고 한다"며 "또 각종 기록이나 데이터 등도 확실하게 기록하는 등 체계적인 기록 시스템과 마케팅으로 KIHL이 한국 내 또 다른 아이스하키리그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 웨이브즈 선수들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고 이마에는 뜨거운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차가운 빙판 위에서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취재후기]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참가하는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는 지난달 29일 개막해 내년 4월 3일까지 열띤 경쟁에 들어갔다. 이에 비해 KIHL은 봄에 시작해 9월에 끝나는 일정으로 되어 있다. KIHL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면 아이스하키가 비인기종목에서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김홍일 대표는 KIHL 경기가 열릴 때면 제니스 아이스링크에 200~300명의 관중들로 가득찬다고 말한다. 이제 조금의 관심만 더해진다면 한국 아이스하키도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성숙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챌린지 2015] (45) 첫 아이스하키 독립구단 '웨이브즈' 차가운 빙판, 패자부활 찬가는 뜨겁다 (上) 를 다시 보시려면.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