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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귀신님' 강기영, "깊어지고 싶은 이유는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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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귀신님' 강기영, "깊어지고 싶은 이유는요"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9.23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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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오소영 기자 · 사진 최대성 기자] 배우 강기영(32)은 기회를 잡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안다.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은 강기영이 지난해 '고교처세왕'으로 인연을 맺은 유제원 감독, 양희승 작가와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에서 이민석(서인국 분)의 절친 '조덕환' 역을 맡았던 그는 1년만에 '수셰프 허민수'라는 역을 받아들었다. 그는 길지 않은 연기경력에도, 함께 작업한 관계자들로부터 늘 다시금 러브콜을 받는 믿음직한 배우다.

강기영은 2009년 연극 '나쁜 자석'으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지난해 '고교처세왕'으로 시작해 '리셋' '빛나거나 미치거나' '오 나의 귀신님' 등 드라마에 출연했다. 고교시절까진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했고, 광고 모델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 '썬 레스토랑' 주방 식구들은 '환상의 호흡'

수셰프 허민수는 허세 '쩔고' 다른 셰프들을 구박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유쾌함과 귀여움이 있는 인물이다. 나봉선(박보영 분)의 비밀이 밝혀지고 살인사건 등으로 극의 분위기가 무거워졌을 때도 그는 '오 나의 귀신님'의 밝고 유쾌한 톤을 유지했다. 탁월한 캐스팅에는 그가 배우 중 이정은(서빙고 역) 다음으로 두 번째로 낙점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강기영은 자신의 연기에 대한 칭찬을 다른 셰프들(조정석 오의식 최민철 곽시양)의 공으로 돌렸다. 

"정말 감사하게도… 감독, 작가님께서 저를 생각하고 수셰프 역할을 썼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작가님께서 제 실제 장난기, 개그 호흡을 대본에 많이 반영해주셔서, 대사 숙지가 보다 어렵지 않았죠. 

그런데 주방 식구들이 아니었다면 수셰프 캐릭터는 살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어떤 연기를 해도 받아쳐 줬거든요. 탁구로 비교하면, 제가 센 공을 치든 빠르게 치든 받아주는 건데, 주방식구들은 심지어 탁구채를 던져도 받아줬어요.(웃음) 그러다보니 연기의 부담과 두려움이 줄었고요.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조)정석이 형의 말도 큰 힘이 됐어요."

특히 '오 나의 귀신님'에는 주방 식구들이 현장에서 내는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됐다. 한 예로, 조리기구를 이용해 펜싱을 흉내내는 장면의 경우 최민철(조동철 역)이 망을 가져와 머리에 씌워주고 조정석(강선우 역)이 '알레' '마르셰' 등 감탄사 아이디어를 더해준 식이었다.

이렇듯 팀워크가 훌륭했지만 아쉽게도 '오나귀' 팀에 주어진 세부 포상휴가는 주방 식구 중 혼자 다녀왔다. 조정석, 박보영은 바쁜 일정으로 첫 날만 함께 했고 오의식, 최민철, 곽시양은 일정상 아예 못 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과연 여행이 재밌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좀 미안할 정도였어요.(웃음) 자상한 임주환 형, 우리 '빙고 누님'(이정은 분), (김)슬기도 그렇고. 촬영장면에선 거의 마주친 적이 없는 분들인데 재밌게 놀았죠. 다녀와서도 다함께 모여 밥도 먹었어요. (가서는 뭘 했나요?) 피곤하다보니 다들 쉬고, 저와 성범이 형(한진구 경장) 둘이서만 레포츠를 했어요. 재밌는 사진이 많은데, 다들 못 갔는데 제가 사진을 올리면 자랑하는 것 같아서 많이 못 올리겠더라고요."

 

◆ "수셰프 캐릭터, 이렇게 만들었다"…"유제원 감독은 히딩크같은 명장"

로맨스 라인을 담당하는 남녀 주인공들 옆에는 허민수처럼 코믹함을 담당하는 인물들이 있기 마련이다. 강기영은 "특별히 어떤 캐릭터를 참고하지는 않았지만,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천재용(이희준 분)의 느낌을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방송계에는 '쿡방'이 유행이지만, 강기영이 맡은 '수셰프'는 다소 생소하기도 했다. '수셰프(sous chef)'는 프랑스어로 주방에서 주번째로 지휘권이 높은 이를 뜻한다. 강기영은 수셰프 허민수와 주방을 표현하기 위해 '오 나의 귀신님'의 자문을 맡은 정호균 셰프에게 도움을 얻었다.

"정호균 셰프님의 레스토랑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회식도 많이 하면서 분위기를 살폈어요. 실제로 그분들이 장난기가 많고 유쾌한 분들인데, 서로 '케미'가 대단해요. 메인셰프가 총지휘자라면 수셰프는 뭘 할지 분담을 하는데, 아무 일 없이 후배들을 쪼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의 일을 척척 알아서 하는 포지션 같은 느낌이었죠. 수셰프가 주방의 '엄마'같단 생각도 했고요. '오나귀'에서 수셰프의 역할은 많이 나온 편은 아니지만, 잠시 민수가 썬 레스토랑을 나갔을 때 티났던 빈자리가 그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캐릭터 분석과 준비, 현장에서의 즐거운 호흡 등. 강기영은 '오 나의 귀신님'에 큰 애정을 가진 듯 보였다. 그는 특히 연출을 맡은 유제원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감히 이렇게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히딩크같은 명장이죠.(웃음) '오나귀'에 대한 좋은 평가도 감독님이 '케미'가 맞을만한 사람들을 모아주셔서 그 시너지가 더욱 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보통 촬영이 끝나면 시원섭섭한데, '오나귀'의 끝은 시원함 대신 섭섭하기만 했어요.

감사하다는 말을 매번 드려서 식상할 테지만, 정말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해요. 알려지지 않았던 저를 캐스팅해주시고 '오 나의 귀신님'에도 찾아주셨고… 사실 연기적인 것 외에도, 제게 감독님은 감독과 배우 이상의 관계인 것 같아요. 포근한 형같고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분이거든요."

 

◆ '코믹' 이미지 소비에 고민도 있었지만, 결론은 "다 해보자"

강기영은 드라마 '리셋'과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선 사뭇 다른 캐릭터를 맡아 연기했으나 아직까진 코믹한 이미지로 보는 이들이 많다. 다른 연기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이미지 소모가 된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관련해 생각을 해봤는데 제 생각은 결국 '역할 가리지 않고 다 하고 싶다'고 결론 내렸어요. 그러다보면 점차 표현의 폭도 넓어지지 않을까요. (조)정석이 형처럼 '츤데레'도 해 보고 싶고, 여성분과 연기도 해 보고 싶어요."

강기영은 "'고교처세왕' 땐 인국, 태환이와 붙었고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선 이덕화 선생님과 붙었다"며 "다음엔 여성 분과 연기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여배우로는 처녀귀신 신순애 역을 연기한 김슬기를 꼽았다.

"예전부터 김슬기 씨의 연기를 너무나 재밌게 봤어요. '오나귀'에서도 한번 대화라도 나눌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귀신이다보니 저와는 그럴 일이 없었죠.(웃음)"

앞으로 배우 강기영으로서의 목표는 뭘까.

"좀 더 깊어지고 싶어요. 지금 제가 하는 연기에선 실제의 저 자신밖에 없단 느낌을 받아요. 강기영의 장난스러움, 혹은 강기영의 진지함만 있는 거죠. 이 스펙트럼이 넓어져 다양한 사연의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경험과 깊이가 필요하고, 혼자서 여행이나 사색도 하고 싶은데… 이런 말 하면 분명 '청승떤다'고들 하겠지만. 흐흐."

 

[취재후기] 수셰프 허민수만큼 짓궂진 않지만, 편안한 웃음을 자아내고 예상 외로(?) 섬세함도 돋보이는 배우다. 강기영과 작업한 관계자들이 그를 다시 찾는 데는 연기력뿐 아니라 유쾌한 성격도 큰 영향을 줬을 거란 생각이 든다. 현재 그는 차기작을 모색 중이다. 이번 '오나귀' 출연으로 그는 인기도 얻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이었다.

"오디션에서 늘 저자세였는데, 최근엔 '오나귀에서 잘 봤다'고 호의적으로 말씀해주셔서 느낌이 새로웠어요. 저를 보다 편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생긴 것 같아요."

참 다행이다. 앞으로도 오래 보고 싶은 얼굴인 배우 강기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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