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역사는 책에서나 보고 일부러 작정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잠시 주위를 둘러보면 역사는 항상 우리와 마주하며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평소 대중교통 수단으로 오가던 길, 또는 몇 백미터만 더 걸으면 닿을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을 기회가 되는 대로 휴대폰 앵글에 담아 보고자 합니다. 굳이 전문가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묻지 않아도 안내판이나 설명서만으로 우리는 꽤 많은 역사적 사실과 지혜, 교훈과 접할 수 있을 듯합니다.
[스포츠Q(큐) 유필립 기자] '1988년 9월 17일 오전 10시30분' 서울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제14회 서울올림픽대회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88서울올림픽은 이날 시작돼 10월 2일까지 16일간 펼쳐졌다. 2주 후인 10월 15일부터 24일까지는 서울장애인올림픽대회도 열렸다.
88서울올림픽은 ‘화합과 전진’을 기본이념으로, ‘최다의 참가, 최상이 화합, 최고의 성과, 최적의 안전, 최대의 절약’을 대회목표로 개최됐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는 2번째, 세계에서는 16번째로 올림픽을 치른 개최국이 됐다.
동서 냉전이 지속되던 시대에, 서울올림픽은 세계평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뜻깊은 대회였다. 전세계 160개국에서 모두 1만3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16년 만에 동서양 진영 선수단이 모두 참가하여 동서간 이념분쟁과 인종차별을 뛰어넘어 ‘화합의 올림픽’을 이뤘다.
경기는 정식종목 23개, 시범종목 2개, 시범세부종목 1개, 전시종목 2개, 전시세부종목 1개가 치러졌다. 당시 태권도와 야구는 시범종목이었다.
소련, 동독, 미국이 종합메달 순위와 금메달 순위에서 모두 1,2,3위를 차지했다. 소련은 금메달55, 은메달31, 동메달46개를 획득했고 동독은 금 37, 은 35, 동 30개, 미국은 금 36, 은 31, 동 27개를 각각 차지했다. 당시 공산권의 맹주였던 소련, 서독과 통일되기 이전의 동독이 얼마나 올림픽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는지 실감나는 기록이다.
당시 크리스틴 오토(수영/동독)는 무려 6관왕을 차지했고 매트 비욘디(수영/미국)가 5관왕(은1,동1), 블라디미르 아르테모프(체조/소련)가 4관왕(은1)을 기록했다. 김수녕은 여자 양궁 개인과 단체에서 2관왕에 올랐다.
한국여자핸드볼은 정상에 오르며 ‘우생순’ 신화를 탄생시켰다. 당시 금메달을 목에 건 여자핸드볼대표팀 주인공은 손미나, 김미숙, 박현숙, 성경화, 김현미, 김명순, 김경순, 석민희, 김춘례, 한현숙, 이미영, 이기순, 임미경, 김영숙, 송지현 선수였다.
개최국 한국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로 일약 4위로 뛰어올랐다. 대한민국은 흥분의 도가니가 됐고 세계 스포츠계도 깜짝 놀랐다. 대회 휘장은 한국 전통문양인 삼태극을 그린 작품이었고, 올림픽 마스코트는 한국산 호랑이(호돌이)였다. 코리아나는 공식 주제곡 '손에 손잡고'를 개막식 공연에서 강한 비트와 함께 열창했다.
서울올림픽이 처러진지 만 26년이 다 돼 간다. 이제 당시의 탄성과 환희는 역사 속의 한 페이지가 되어가고 있다. 서울올림픽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서울올림픽은 한국 스포츠사에 가장 커다란 획을 그은 일대 사건이었으며 한국 현대사에서도 대회 전과 후를 구분할 정도로 대도약의 이정표가 됐다.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있는 올림픽회관에는 ‘서울올림픽기념관’이 있다. 지금은 예전처럼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한적한 느낌마저 들지만 깔끔하게 단장한 채 오늘도 26년전 영광과 환희의 순간들을 전하고 있다.
서울올림픽기념관(www.88olympic.or.kr)은 대회 2년 후인 1990년 9월18일 문을 열었다. 대회의 영광과 성과를 재조명하고 올림픽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며, 교육과 오락 등 복합형태의 테마형 설치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조성하겠다는 목적이었다.
무료로 운영되는 기념관은 상설 전시관과 기획전시관으로 크게 구성되어 있다. 1층은 ‘평화의 장’과 ‘기획전시실’ 등으로 꾸며져 있고, 2층은 ‘화합의 장’ ‘번영의 장’ ‘영광의 장(영상관)’ 등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지하 1층은 서울올림픽 및 올림픽에 관련된 자료들을 보유한 자료실이 있다.
‘평화의 장(Place of Peace)’은 올림픽과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대올림픽의 기원과 역사, 근대올림픽 부활 이후 벌어진 현대까지의 올림픽 대회를 통해 올림픽정신과 각 대회의 의미를 살펴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올림픽사에 길이 남을 영웅들의 명예로운 이름과 영광스런 순간들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계속>
☞ <서울올림픽기념관② 굴렁쇠 소년의 꿈을 보다>를 함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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