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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18) '초인' 김정현, 주목해야 할 청춘의 얼굴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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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18) '초인' 김정현, 주목해야 할 청춘의 얼굴 (인터뷰Q)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5.13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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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레드카펫에 몇 번 서 봤지만, 아직 사진촬영은 어색하다고 했다. 평소 셀카 찍기도 즐기지 않는다는 배우 김정현(26)은 그래도 사진찍는 팁 몇 가지는 터득했다며 밝게 웃었다. 영화 '초인' 속 순수한 미소 그대로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재학 중인 김정현은 5일 개봉한 영화 '초인'으로 정식 데뷔했다. 실제 체조선수 출신으로 오해받을 만큼 실감나는 연기와 가벼운 몸놀림은 영화의 시작부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스크린 가득 싱그러운 매력을 발산하는 김정현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신예다.

[스포츠Q 글 오소영·사진 최대성 기자] 영화 '초인'은 체조선수 소년 도현(김정현 분)과 미스터리한 소녀 수현(채서진 분)이 만나며 겪는 첫 감정에 대해 다뤘다. '초인'이란 제목이 말해주듯, 청춘 로맨스 영화만은 아니다. 두 사람은 각자 가진 트라우마를 서로의 만남을 통해 치유해 나간다. '초인'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대명컬처웨이브상'을 수상했고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제 얼굴이 스크린에 커다랗게 나오는 걸 보니 참 신선하고 신기했죠. '초인'의 개봉 여부가 확실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영화제에 가고 인터뷰를 하니 큰 선물을 받는 것 같아요. 기적같은 일이에요."

▲ '초인' 김정현

◆ 체조선수 연기 위해 하루 네 시간 기계체조…부상 견뎌 

'초인'의 서은영 감독은 한예종 발표무대에 선 김정현을 보고 캐스팅했다. 음악 낭독극 '우중풍경' 무대에서 어리숙한 왕 역할을 맡은 김정현을 보고 SNS 친구로 지내다, 영화 작업까지 함께했다.

김정현은 데뷔의 기쁨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냉철히 분석했다.

"제가 나오다 보니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웠어요. 보면서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이런 방법도 있었는데' 같은 생각이 들어서 개선할 점을 체크하기 바빴죠."

'초인'의 도현은 아무 고민없는 밝은 인물처럼 보이지만,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홀로 돌보는 속사정이 있다. 한때 유명 배우였던 어머니가 그를 부르는 호칭은 '매니저'. 늘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살아가지만 도현은 분노를 터뜨리는 대신, 도서관에서 만난 수현과 대화하고 이제야 알게 된 책의 즐거움에 빠져든다.

"도현은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지만, 그러면서도 너무 혼자서 짊어지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독특한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선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니까요. 저도 무겁고 어둡기보다는 밝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김정현은 '초인'에서 수준급의 체조동작을 소화하며 실제 체조선수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두 달간 하루 네 시간씩 기계체조를 배웠다. 팔꿈치와 등에 부상을 입기도 했으나, 김정현은 아픔보단 연습을 더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관장님이 '적어도 6개월은 해야 태가 날 거다'고 하셨는데, 두 달만에 해 보겠다고 나섰더니 무리가 있었죠. 등이나 팔꿈치만으로 체중을 버텨야 하니 다치기도 했지만, 영화를 찍는다는 기쁨에 부상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극중 "스스로 만족했던 장면을 꼽아 달라"는 말에 김정현은 한숨부터 쉬었다가, 어렵게 한 장면을 골라냈다. 어머니 역을 맡은 서영화와 함께한 장면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울었던 장면이 기억이 남아요. 제가 잘했다기보단 역할을 연기하신 서영화 선배님이 너무 실감나게 연기를 하셔서 굉장히 집중할 수 있었고, 진실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 '초인' 김정현

◆ 중학교 학예회에서 연기 흥미 느껴, 뮤지컬·연극 작업하며 경험 쌓았다 

김정현의 데뷔 소감은 좀 독특하다. 물론 기쁘지만, 자축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먼저 챙기는 배려가 있었다.

"제가 데뷔하게 된 건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힘들고 어렵던 때가 있었는데, 힘든 분들이 저를 보면서 '쟤도 하는데 내가 못하겠어?'란 생각으로 용기를 얻으면 좋겠어요."

김정현은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의 학예회에서 선보인 재연극 때문이었다. 무대에 서기 쑥스러워 목소리만 녹음한 더빙 연기인데, 예상 외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후 김정현은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려 학원에 등록했고, 또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배우의 화려한 모습이 아닌, 관객과 소통하는 작업이란 점이 김정현의 흥미를 자극했다.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상태에서 대본부터 주고 공연에 올린 엉터리학원이었죠.(웃음) 그런데 공연을 본 관객들이 웃고, 감동받아 눈물 흘리는 걸 보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어요. 공연 후 박수를 받을 땐 등골이 쭈뼛 서면서, '연기를 평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배우라는 이 직업은 뭘까'란 궁금증이 생긴 거예요."

그때부터 김정현은 연기에 파고들었고, 집의 지원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입시를 준비해 입학까지 성공했다.

물론 한예종에 입학했다고 해서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때와는 또다른 초조함이 있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경제적인 문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우울해 하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 동기들이 먼저 데뷔하는 것을 바라보며 김정현은 10편 가량의 연극, 뮤지컬 공연 무대에 오르고 단편영화를 찍으며 경험을 쌓았다. 힘들 때면 어린 나이에 깨달은 연기와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며 버텼다.

"취직을 하고 저마다의 삶을 사는 고등학교 동창들, 먼저 데뷔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선택을 기다려야만 하는 입장에서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죠. 하지만 지금 당장 배가 고프더라도, 연기를 계속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란 생각을 했어요. '연기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지금까지 왔던 것 같아요."

▲ '초인' 김정현

◆ 한예종 동기·선후배 응원 고마워, 변요한 말 잊지 못해

김정현은 한예종 09학번으로, 박정민, 변요한, 김준면(엑소 수호), 임지연, 정연주 등과 동기다. 먼저 활동을 시작한 동기들은 김정현에게 든든한 힘이 돼 준다. 박정민은 배우로서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김정현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 줬고, 김준면은 엑소 컴백으로 바쁜 와중에도 SNS를 통해서라도 응원하겠다며 마음을 썼다. 선배이자 교수인 문정희도 많은 응원을 해 준 사람 중 한 명이다. 특히 김정현은 변요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요한이 형과는 연기 얘기나, 사는 태도에 대해서 평소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많은 조언을 해 줬는데, '형이 잘 버티고 있을 테니 꼭 나중에 연기를 함께 하자'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요한이 형은 한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였고, 전 갓 복학해 모든 게 막연할 때였는데 그런 얘기를 해줘서 너무나 힘이 됐고 고마웠어요."

이제 첫 단추를 끼웠으니, 앞으로 김정현을 스크린에서 더욱 자주 볼 수 있을 예정이다. 김정현은 차기작 '그대 이름은 장미'(감독 조석현), '마이엔젤'(감독 이윤기)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간다. 김정현은 사극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김정현은 앞으로 "관객에 대한 책임을 갖고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나이가 많이 들게 되더라도 지금의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든 관객은 제 작품을 보기 위해 돈과 시간을 할애하는데, 앞으로 경력이 점점 쌓이더라도 익숙한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대충 하지 않고 더 고민하고 책임감있게 작품을 대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 '초인' 김정현

[취재후기] 김정현과의 인터뷰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합의가 이뤄지기 전 진행됐다. 김정현은 인터뷰를 마치며 '꼭 하고싶은 말'로 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부산 제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제 경우, 고향이기도 하지만 첫 뮤지컬, 연극, 영화를 모두 부산에서 함께해 더 각별해요. 갈등이 원만히 해결돼서, 저처럼 꿈을 쫓는 사람에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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