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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IOC도 발 뺀 '러시아 도핑파문', 확전도 반사이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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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IOC도 발 뺀 '러시아 도핑파문', 확전도 반사이득도 없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25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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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별 국제경기연맹이 출전여부 결정하기로…육상-역도 제외하고 사실상 전종목 출전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사실상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길을 열어줬다. 도핑 파문이 초미 관심사였지만 결국 용두사미가 됐다.

IOC는 24일 밤(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긴급 집행위원회에서 러시아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전면 금지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종목별 국제경기연맹이 출전 여부를 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 개인적으로 해당 경기단체로부터 참가 자격이 있다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또 그 결정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IOC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바흐 위원장은 "러시아 선수들에게 자신들이 도핑과 관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IOC는 '러시아 눈치'에 발 빼고 종목별 단체에 넘긴 꼴

이미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러시아 정부의 개입을 근거로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 선수들의올림픽을 포함한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선수들이 집단 반발하며 CAS에 이의를 제기해지만 CAS가 IAAF의 손을 들어주면서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리우 올림픽 출전 길이 막혔다.

또 국제역도연맹(IWF)도 이미 지난달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에 1년 동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려 리우 올림픽에 나갈 수 없도록 했고, 국제조정연맹(FISA)도 2011년 이후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샘플을 전면 재조사할 뜻을 내비쳤다. 이미 육상, 역도 종목은 러시아 선수들을 볼 수 없게 됐고 조정에서도 추가로 징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IOC가 나머지 종목에 대해 모두 종목별 경기연맹에 출전 여부를 결정하도록 공을 넘김으로써 러시아 선수단 자체가 리우 올림픽에 불참하는 '불상사'는 없게 됐다.

무엇보다도 경기단체들이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경기단체들이 러시아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려면 다른 종목에서도 조직적으로 도핑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해내야 한다. 이제 겨우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촉박하다.

또 IOC가 스포츠 강국인 러시아 눈치를 본 마당에 종목 단체들이 '악역'을 자처할 리가 없다. IOC가 한발 물러선 상황에서 종목 단체들로서도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러시아 선수들을 막을 이유가 없다.

◆ 혼란만 가중, WADA는 "IOC 결정에 실망"

그동안 러시아의 도핑 파문이 스포츠의 공정성을 크게 해친 것이 사실이다. 러시아의 리우행 금지  가능성을 예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IOC가 불과 하루 사이에 한발 빼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

또 세계반도핑기구(WADA) 역시 IOC의 러시아 관련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WADA는 지난주 매클라렌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정부과 정보기관까지 조직적으로 도핑 조작에 가담했다. 러시아의 이번 올림픽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IOC가 한발 빼면서 결과적으로 WADA의 요구를 거부한 셈이 됐다.

크레이그 리디 WADA 회장은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이번 도핑 파문은 '깨끗한 스포츠'를 위협하는 심각한 행위"라며 "그러나 IOC는 우리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흐 위원장은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오기 위해서는 종목별 경기단체로부터 참가 자격이 있다는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후 CAS와 IOC의 승인도 거쳐야 한다"며 오히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리듬체조-여자 핸드볼-여자 배구-레슬링, 부담스러운 러시아와 맞대결

러시아가 빠질 경우 리듬체조와 여자핸드볼, 여자배구, 레슬링 등에서 한국이 반사이득을 볼 것으로 예견됐지만 사실상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이 확정됨에 따라 원점으로 돌아왔다.

리듬체조에서 마르가리타 마문과 야나 쿠드랍체바 등 2명의 러시아 선수들이 리우 매트에 나서지 않느다면 손연재(22·연세대)의 목표는 금메달 도전으로 상향될 수 있었으나 다시 메달 도전으로 돌아왔다. 손연재로서는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 등과 치열한 메달 경쟁을 벌여야 한다.

레슬링에서도 그레코로만형 75kg급에 출전,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김현우(28·삼성생명)도 라이벌인 로반 블라소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태권도 역시 남자 68kg급에 나서는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도 맞수인 알렉세이 데니센코와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여자핸드볼과 여자배구 역시 러시아와 만나야 한다. '우생순 신화'에 도전하는 여자핸드볼의 경우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가 바로 러시아다. 40년 만에 메달에 도전하는 여자배구도 조별리그에서 러시아와 격돌한다. 그만큼 첫 라운드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어차피 한국의 경기력은 변함이 없다. 러시아의 전 종목 출전금지 징계가 확정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동안 국가대표들은 러시아가 출전하는 것을 전제로 꾸준히 훈련해왔다. 러시아가 나서지 못한다면 조금 더 편해진다는 것일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잠시 '러시아가 출전하지 못한다면 조금 더 쉬워지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잠깐 스쳐가듯 했다고 생각하고 2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을 위해 막판 스퍼트에만 신경쓰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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