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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26) 여자 다이빙 조은비 다시 뛰는 4년, ‘삼세번’의 힘과 가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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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26) 여자 다이빙 조은비 다시 뛰는 4년, ‘삼세번’의 힘과 가치를 믿는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22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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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리우 올림픽 모두 본선 좌절한 국내 여자 에이스…도쿄 향한 새로운 4년 도전

[200자 Tips!]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성화가 꺼지고 선수들은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한다. 올림픽을 통해 청춘을 바친 보람을 얻은 선수도 있고 한순간 실수로 또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눈물을 흘린 선수도 있다. 이 모든 장면을 브라질 리우 현지가 아닌 국내에서 지켜본 국가대표들이 있다. 국내 여자 다이빙 에이스 조은비(21·인천광역시청)도 그렇다. 2012년부터 연속 올림픽 본선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고 도쿄를 겨냥하고 있다. 리우 올림픽에 홀로 나선 우하람(18·부산체고)이 21일 남자 10m 플랫폼에서 한국 다이빙 56년 사상 처음으로 예선을 통과해 준결승을 거쳐 결승까지 오르는 대약진을 이룬 것은 조은비에게 새로운 4년 도전에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사건'이다.

[진천=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조은비의 다이빙 대표팀 생활은 벌써 올해로 7년째다. 서울체육중 2학년이던 2009년부터 다이빙 국가대표로 활약한 뒤 단 한 차례도 대표팀에서 빠져본 적이 없는 에이스다. 중학교 졸업반 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세계수영선수권과 텐진 동아시아대회,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 조은비는 국내 여자 다이빙의 1인자이지만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세계 무대에 도전해보지 못했다. 런던 올림픽에 이어 리우 올림픽까지 본선에 오르지 못했고 지난해 광주 유니버시아드 역시 후배에게 출전권을 내줘야만 했다. 시련이 계속 이어졌지만 조은비는 굴하지 않고 또 다른 4년을 준비한다.

하지만 조은비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본선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기량을 갈고 닦아 리우 올림픽 본선은 자신있다고 생각됐지만 생각 외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조은비는 '삼세번'의 힘을 믿는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바라본다. 4년 뒤라고 해도 겨우 25세. 리우에 가지 못했다고 해서 그냥 주저앉을 이유가 없다. 내년 유니버시아드와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에 올림픽 때문에 한적해진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려왔다.

◆ 다이빙 10년 맞은 조은비, 허무하게 놓친 리우 올림픽 출전권

조은비는 인천 가석초등학교 3학년이던 2004년 수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체격이 작아 코치 선생님의 권유를 받고 다이빙으로 전향했다. 올해로 다이빙 선수 10년째다. 올림픽 출전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부터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훈련에 열중했지만 아쉬운 결과만 낳았다.

두 차례 올림픽행 좌절에 대한 아쉬움은 어떨까. 조은비는 비교적 담담하게 말한다.

"지난 2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다이빙 월드컵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어요. 정말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주위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용기를 주셨죠. 런던 올림픽 예선 때는 1명 차로 떨어졌기 때문에 자신있었어요.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컨디션이 좋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4년 전보다 순위가 더 떨어졌어요. 조금 편안하게 뛰어보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죠."

▲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어도 조은비는 조금도 게을리 할 수가 없다. 허리 디스크 증세가 있지만 가을에 벌어지는 전국체전과 대표 선발전이 조은비의 선수 인생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유니버시아드와 세계선수권 그리고 2018년 아시안게임을 위해서라도 대표 선발전은 절대 놓칠 수 없다.

조은비는 FINA 다이빙 월드컵에서 전체 38명 가운데 35위에 그치면서 18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나가지 못해 리우행 티켓을 놓쳤다. 그 뒤 조은비는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혹시 그 허리 때문에 예선전을 잘못 치른 것은 아니었을까.

"훈련에는 약간의 지장은 있지만 경기에 나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에요. 보강운동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재활을 하고 있으니 괜찮아질 것 같아요."

조은비는 2009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당시 대한수영연맹은 가능성이 있는 어린 선수들을 대거 대표팀에 발탁했고 그 가운데 한 명이 조은비였다. 대표팀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빠르게 기량이 향상돼 이제는 국내 다이빙 1인자를 다투게 됐다.

"1인자요? 아직 1인자가 되기엔 먼 것 같아요. 제가 잔 실수는 별로 없는데 한번 실수를 하면 엄청나게 큰 것을 해요. 아직 고쳐야할 것이 많아요."

▲ 조은비는 2바퀴 반을 도는 기술을 주로 구사한다. 하지만 간혹 큰 실수가 나오기 때문에 기복이 심한 편이다. 조은비는 기복없는 연기를 위해 더욱 집중하면서도 1바퀴 반만 도는 기술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 1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4년을 위한 출발점에 서다

조은비의 최고 난이도 기술은 2바퀴 반 회전이다. 하지만 이 기술을 하다보면 큰 실수가 간혹 나온다. 실수 여부에 따라 점수가 요동친다. 이 때문에 오히려 1바퀴 반으로 회전수를 줄이는 트위스트로 바꾸고 싶어한다.

"2바퀴 반 기술을 완벽하게 했던 2014년 전국체전이 제 인생의 최고 경기였어요. 그런데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몸을 너무 일찍 펴는 바람에 입수자세가 좋지 않아 점수가 크게 깎였어요. 제가 생각해도 왜 이런 실수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기복이 심한 거죠. 그런데 트위스트는 난이도가 2바퀴 반보다 낮지만 실수가 없으니 오히려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이전에 몇 차례 바꾸려고 시도했었는데 잘 안됐어요. 내년에는 꼭 바꿔보려고요."

조은비는 아직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우 올림픽을 국내에서 지켜보는 것을 아쉬워할 틈이 없다. 당장 10월 전국체전이 있다.

조은비는 다이빙 에이스답게 전국체전에서 수차례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여고부에서 금메달 7개를 따냈고 현 소속팀으로 뛰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도 5개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조은비는 최근 5년 동안 2관왕 이상을 기록했다. 이번 전국체전에서도 다관왕을 노린다.

"2020년 도쿄 올림픽으로 가는 시점에서 지금이 출발점이에요. 당장 전국체전을 치러야 하고 11월에는 대표 선발전도 있어요. 대표 선발전에서 뽑혀야만 내년 유니버시아드와 세계수영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죠. 지금 제게 당장 급한 것은 전국체전과 대표 선발전이에요. 모든 것을 걸고 있어요."

조은비는 벌써 7년째 대표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다이빙 강국 중국 선수들과 여러 차례 경기를 펼쳐봤다. 나름 중국 선수들이 왜 세계 무대에서 잘하는지를 분석도 해봤다. 자신에게 무엇이 모자란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중국 선수들 기량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죠. 하지만 우리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중국 선수들은 이것 아니면 안된다는 식으로 정말 죽기살기로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선수들도 정신력에서는 뒤지지 않는데 중국 선수들은 정말 악바리 같아요. 게다가 중국 선수들이 워낙 잘하니까 우리가 저절로 주눅이 들어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많이 하지 않나 싶어요. 그래도 예전 언니들 때보다는 훨씬 발전했고 어린 유망주들도 많이 발굴되고 있으니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 아직 인생의 모든 것은 다이빙뿐, 삼세번 도전 위한 힘찬 도약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인지 다이빙에 대한 국내 관심은 아직 미약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날리고 피겨스케이팅을 인기 종목으로 만든 김연아가 내심 부러운 조은비다.

"(김)연아 언니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존경스럽죠. 그래서 저도 다이빙을 위해 제 인생 모든 것을 바치고 싶어요. 제가 연아 언니의 수준까지 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겠지만 다이빙에 모든 것을 바치다보면 뭔가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다이빙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4년은 제게 정말 특별할 것 같아요."

조은비는 지난해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 나가지 못한 아쉬움을 모두 털어버리고 내년 8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를 바라본다. 세계수영선수권에서도 성적을 올리다보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도쿄 올림픽까지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에 나서면 세 번째 출전이 된다. 올림픽도 세 번째 본선 도전이다.

▲ 조은비는 리우 올림픽을 국내에서 지켜봤지만 더이상 올림픽을 '남의 잔치'로 보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조은비는 자신의 인생에 오직 다이빙밖에 없다고 말한다. 세 번째 올림픽 도전은 뭔가 다를 것이라며 벌써부터 4년을 준비한다.

"소속팀에서 함께 뛰고 있는 (문)나윤(19)이 지난해 유니버시아드에서 은메달을 따냈을 때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요. 슬럼프가 찾아왔고 마음이 불안해지니 더 소심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더이상 실수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어요. 삼세번이면 된다고 하잖아요."

조은비는 160cm가 되지 않은 작은 체구지만 그 열망은 그 누구보다도 뜨겁고 크다. 조은비는 두 번이나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했지만 더욱 단단해졌다. 그래서 10m 플랫폼에 선 조은비의 공중돌기는 더욱 힘차다.

■ 조은비 프로필

△ 생년월일 = 1995년 8월 30일
△ 체격 = 154cm, 50kg
△ 출신학교 = 인천가석초-서울체육중-인천체육고교-국제대학교 경호보안계열(재학중)
△ 주요 경력
-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다이빙 국가대표
- 2013년 FINA 세계수영선수권 국가대표
- 2013년 텐진 동아시아대회 국가대표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 2014년~ 인천광역시
△ 수상 경력
- 2011년 전국체전 여고부 스프링보드 1m-싱크로나이즈드 3m  금메달, 스프링보드 3m 은메달, 플랫폼 동메달
- 2012년 전국체전 여고부 플랫폼-스프링보드 3m-싱크로나이즈드 10m 금메달, 스프링보드 1m-싱크로나이즈드 3m 은메달
- 2013년 전국체전 여고부 플랫폼-싱크로나이즈드 10m 금메달, 스프링보드 1m-싱크로나이즈드 3m 은메달
- 2013년 텐진 동아시아대회 싱크로나이즈드 10m 동메달
- 2014년 전국체전 여일반부 플랫폼-스프링보드 3m 금메달, 스프링보드 1m-싱크로나이즈드 3m 동메달
- 2015년 전국체전 여일반부 스프링보드 1m-싱크로나이즈드 3m-싱크로나이즈드 10m 금메달

[취재후기] 언젠가 기자가 올라가본 다이빙대에서 내려다본 아래는 다리가 후들거리기에 충분했다. 조은비는 자신의 혈액형인 A형과 성격과 관련해 '소심한 트리플 A형'이라고 말하지만 10m 위에서 수심 깊은 물로 뛰어드는 것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조은비는 하루에도 십수차례 10m에서 뛰어내리며 새로운 4년을 준비하고 있다. 줄줄이 이어지는 국제무대는 물론 올림픽까지 더이상 그늘에 가려져 있지는 않겠다는 결의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조은비의 '삼세번' 도전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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