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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소통형 지도자 전성시대, 프로스포츠 '이색 공약'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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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소통형 지도자 전성시대, 프로스포츠 '이색 공약' 열풍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10.21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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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공약으로 팬들과 소통…관중 증가 등 마케팅 효과 만점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우리 팀이 우승하면 선수들의 휴가를 늘려주도록 하겠습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 스포츠 미디어데이 현장에 가면 항상 나오는 감독들의 우승 공약이다.

그런데 이제는 휴가나 외박 같은 공약들이 식상하다는 반응이 많다. 단골 공약이다 보니 이제는 우승하면 휴가는 기본으로 많이 줘야하지 않느냐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추일승 감독이 22일 홈 개막전에서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중들 전원에게 초코파이를 돌리기로 했다. [사진=스포츠Q DB]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감독들이 선수와 팬의 이목을 동시에 끌 수 있는 이색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프로농구 디펜딩 챔피언 고양 오리온은 22일 2016~2017시즌 홈 개막전에서 ‘초코파이 파티’를 벌인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이 내걸었던 우승 공약을 이행하기로 한 것.

오리온 구단은 “추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시 다음 시즌 개막전 입장 관객들에게 초코파이를 돌리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초코파이 6000개를 마련해 놓았다”고 21일 밝혔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 시즌 챔피언으로서 공식 개막전을 치르게 된 만큼, 농구장을 찾는 팬들께 더 큰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이 같은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가족 단위 이벤트, 선수단과 팬의 적극적인 소통과 스킨십 등을 지속적으로 펼치며 ‘보는 농구’에서 ‘즐기는 농구’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시즌도 화끈한 공격 농구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다양한 이벤트로 팬들을 농구장으로 불러 모은다는 각오다.

이에 앞서 프로축구도 이색 공약을 지킨 사례가 눈길을 끈다.

윤정환 울산 현대 감독은 지난달 18일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난데없이 파란색 머리를 하고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본인도 쑥스러운 듯 입을 가리며 경기장에 입장했다.

▲ 윤정환 감독은 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머리를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탈색을 하는 데만 4시간이 걸렸다. [사진=울산 구단 유투브 영상 캡처]

시즌 전에 내건 공약 때문이었다. 윤정환 감독은 이번 시즌 전에 열린 출정식에서 홈 관중 2만명이 넘으면 울산을 상징하는 파란 머리로 염색을 하겠다고 팬들과 약속했고, 8월 27일 광주전 홈경기에 2만239명이 입장하며 조건이 충족됐다.

결국 윤정환 감독은 파란 머리로 염색을 해 약속을 지켰다. 탈색 과정만 4시간이 걸릴 정도로 쉽지 않은 공약 이행이었지만 윤 감독은 기쁜 마음으로 팬심에 응답했다.

프로축구팀 사령탑이 머리색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건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박경훈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2012년 한 행사장에서 “2만명이 넘는 관중이 홈구장을 찾아오면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염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쉽게도 홈관중이 2만명을 넘는 데는 실패했고 박 감독은 공약을 이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재임 시절 상위권 팀들과 경기를 타깃 마케팅으로 잡고 군복을 입거나 가죽재킷을 걸치는 등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 이는 큰 화제를 모았고 제주 구단의 평균 관중이 5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르는 ‘스포테인먼트’ 효과를 창출했다.

프로야구 지도자도 가만있지 않았다.

인천 문학구장이 만원이 되지 않는 데 아쉬움을 표했던 이만수 전 감독은 코치 시절이었던 2007년 4월 “앞으로 홈 10경기 안에 문학구장이 만원이 된다면 속옷을 입고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겠다”고 약속했고 만원 관중이 들자 망설임 없이 공약을 이행했다. 속옷 바람으로 천진난만하게 웃는 이 감독을 향해 팬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다.

프로 스포츠 팬들은 더 이상 선수단에만 머무는 사령탑을 원하지는 않는다. 시야를 넓혀 팬들과 소통하며 스토리를 써 나가는 지도자를 선호한다. 선수와는 달리 감독은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라지만, 팀에 있는 시간만큼은 팬들에게도 신경 써주길 원한다.

가을야구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인터뷰 때마다 “팬들 응원 덕분에 이겼다. 성원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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