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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푸른 바다의 전설' 전지현, 흐르는 세월이 야속한 '바다에서 온 엽기적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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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푸른 바다의 전설' 전지현, 흐르는 세월이 야속한 '바다에서 온 엽기적인 그녀'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11.1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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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 '별에서 온 그대'의 도도한 톱스타 '천송이' 전지현이 돌아왔다. 그것도 그냥 돌아온 것이 아니라 아직은 말도 못 하고, 문화와 사회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늑대처녀', 아니 '인어'(人魚)가 되어 돌아왔다.

16일 첫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조선 중기 유몽인이 저술한 한국 최초의 야담집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수록된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어부가 잡은 인어를 지방현령이던 김담령이 놓아주라고 했다는 이 야담을 바탕으로 수백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 때의 인어 심청(전지현 분)과 현령 김담령의 환생인 허준재(이민호 분)의 로맨스를 그려낼 예정이다.

SBS '푸른 바다의 전설' 심청(전지현 분) [사진 = SBS '푸른 바다의 전설' 방송화면 캡처]

'푸른 바다의 전설' 1회에서 전지현은 '국보급 미모'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테크노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던 소녀는 이제 30대 중반의 애엄마가 됐지만, 전지현은 여전히 뛰어난 미모와 몸매로 조선시대에 붙잡힌 인어의 신비하고 청초한 매력을 훌륭하게 표현해낸다.

하지만 인어 전지현과 현령 이민호의 짧게 스쳐간 인연이 지나고 수백년의 세월이 흘러 현재가 배경이 되면서 '푸른 바다의 전설'에는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사기꾼 이민호는 김성령을 상대로 대형사기를 친 후 남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로 건너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얕은 바다로 올라온 인어 전지현은 우연히 이민호를 본 후 이민호의 호텔방에 몰래 들어와 음식을 먹는다.

사실상 전지현과 이민호의 첫 만남인 이 호텔방 장면에서 전지현은 그녀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입가에는 온통 음식을 묻힌 채 이민호의 옷장 속에 고개를 처박고 숨어 있는 모습부터, 바다로 뛰어들려다가 유리에 부딪혀 기절한 모습, 난생 처음 보는 세상 풍경에 신기해하고 경찰서에서 경찰의 권총을 뺏어 휘두르는 모습까지 그야말로 '엽기발랄'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여기에 이민호가 전지현의 팔뚝에 있는 팔찌가 수백 년된 비취옥으로 만들어 싯가 60억 원의 가치가 있는 진품이란 것을 알고 그것을 빼앗기 위해 다정하게 접근한 이후의 행동들 역시 '엽기발랄'의 연장선이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의 픽토그램을 따라하는 모습부터 구두를 가슴하고 귀에 대고 괴상한 신음소리를 지르는 모습, 미아보호센터에서 한가로이 롤리팝을 빨아먹는 모습 등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 캐릭터에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를 살짝 끼얹은 느낌이다.

SBS '푸른 바다의 전설' [사진 = SBS '푸른 바다의 전설' 방송화면 캡처]

물론 전지현은 한국에서 이런 '엽기발랄'한 이미지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배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그동안 수없이 연기해온 이런 '엽기발랄'한 이미지를 애써 연기하는 전지현의 이미지에서는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 필연적으로 엿보일 수밖에 없었다.

공중파 방송 3사의 수목드라마들이 일제히 첫방송을 선보인 상황에서 '푸른 바다의 전설'은 물론 전지현과 이민호라는 우뚝한 두 한류스타의 조합으로 가장 높은 인지도를 점하고 있지만, 그래도 첫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임팩트를 선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박지은 작가는 그 포인트를 최면술까지 능수능란하게 이용하는 이민호의 능글맞은 사기꾼 연기와 전지현의 엽기발랄한 인어 연기에 걸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민호의 능글맞은 사기꾼 연기는 이민호라는 배우의 이미지나 연기와 부드럽게 녹아들지 못했고, 전지현의 엽기발랄한 인어는 '늑대소년'에서 송중기가 보여준 '늑대소년' 연기의 여성 버전에 '엽기적인 그녀'와 '별에서 온 그대'를 적당히 뒤섞은, 게다가 전지현의 흘러간 세월을 고려하지 못한 선택으로 느껴졌다. 

'푸른 바다의 전설' 첫방송은 차라리 좀 더 감성적인 접근으로 판타지 멜로라는 장르의 느낌을 좀 더 살려내는 편이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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