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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치어리더는 철새? 선수와 '썸'도? 치어리더에 얽힌 몇 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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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치어리더는 철새? 선수와 '썸'도? 치어리더에 얽힌 몇 가지 오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1.17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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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사람들] ② 치어리더, 그 겉과 속이 다른 세계(하)

[안양=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최대성 기자] 일부 스포츠팬들은 지난 시즌 자신의 응원팀에 소속돼 있던 치어리더가 올 시즌 다른 팀으로 옮겨갈 때 서운함을 느낀다. ‘배신’ 당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구단과 회사 간 계약에 따라 팀이 결정되는 치어리더들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치어리더는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골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맑음 류세미 두 치어리더는 같은 이벤트 회사 에이펙스 소속으로 KIA 타이거즈(야구), 안양 KGC인삼공사(남자농구), 청주 KB스타즈(여자농구), 수원 한국전력(남자배구), 수원 현대건설(여자배구)을 담당하고 있다. 야구는 거의 매일 치러지기 때문에 시즌에는 한 종목에만 주력하지만 야구가 끝나면 남녀농구, 남녀배구 치어리더를 동시에 소화한다.

▲ 류세미 치어리더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정든 팀을 떠나게 될 때 아쉽다면서도 늘 현재의 팀에 애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응원한다고 밝혔다.

류세미 치어리더는 “오래 몸담은 팀을 떠날 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선수들이 팀을 옮겨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우리도 현재의 팀에 애정을 갖고 승리를 위해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장에서 마주치다보면 선수들과 알게 모르게 핑크빛 관계가 생기는 일은 없을까.

“선수들의 대시는 전혀 없다.” 

김맑음 치어리더의 대답은 짧고 분명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라고 웃으며 “그래서 우리끼리 장난으로 ‘우리가 못생겨서 그런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자 선수들과는 안부도 묻고 어느 정도 친분이 있지만 남자 선수들과는 괜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솔하게 밝혔다.

◆ 안전사고 사각지대 놓인 치어리더, 그래도 웃는 꿋꿋함

농구 경기를 보다 보면 아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치어리더 위치 때문이다.

치어리더는 경기 중 골대 아래 코트 바로 바깥쪽에 자리 잡곤 한다. 작전타임 등에 발 빠르게 코트로 들어와 공연과 이벤트를 진행하기 위함이지만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때로는 신장 190㎝, 체중 100㎏ 이상의 선수들이 중심을 잃고 치어리더가 앉아 있는 방향으로 넘어지는 아찔한 순간을 연출하기도 한다.

류세미 치어리더는 “농구공을 맞는 경우는 다반사다. 선수들에게 밟혀 멍이 든 적도 있다”면서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별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했다.

연맹 측은 이를 고려해 최근 광고판 뒤로 위치를 옮기려고 시도 중이다. 하지만 관중들의 시야를 방해한다는 점 등 때문에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최적 위치를 찾고 있는 중이다.

▲ 김맑음 치어리더는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 이유가 선정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활동성을 높이고 동작을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함임을 전했다.

◆ 노출 심한 옷을 입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김맑음 치어리더는 “일부 짓궂은 분들이 있다. 의도적으로 밑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알 수가 없어 불안함이 생기곤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지난해 10월 SK 와이번스의 한 치어리더는 원정경기 종료 후 옷을 갈아입기 위해 화장실로 이동하던 중 한 관중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KIA 타이거즈 측에서는 원정 경기에도 치어리더 담당 보안 요원을 배치하며 여건을 개선하는데 힘썼다. 어쩌면 당연한 처사인데 둘은 이러한 변화에 감사함을 표했다.

하지만 모든 구단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 한 구단만 하더라도 원정길에는 보안 요원이 동행하지 않고 홈구장 보안요원이 출구까지만 배웅한다. 문제는 경기장 출구부터 응원팀 차량이 있는 곳까지 팬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 더구나 원정팀 치어리더 대기실이 따로 없어 경기 중간 차량으로 이동해 옷을 갈아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류세미 치어리더는 “짧은 바지나 치마 등을 입기도 하지만 무조건 섹시 콘셉트만을 지향하는 건 아니다”라며 “응원 곡에 따라 달라지는데, 귀여운 곡 혹은 남성적인 노래에 맞춰 안무를 할 때는 그에 맞는 의상을 입는다”고 말했다. 이어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는다는 이유만으로 치어리더들이 성 상품화 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기의 흥을 돋우기 위한 하나의 직업으로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맑음 치어리더는 “선정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옷을 짧게 입었을 때 더 활동적으로 보이고 동작도 더 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의상을 자주 입는 것”이라고 덧붙였고 류세미 치어리더는 “계단을 자주 오르락내리락해야 하고 춤을 수월하게 추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다. 또 옷이 길면 더워서 제대로 안무를 하기 힘들다”고 추가 설명했다.

치어리더에게 섹시하다는 말은 칭찬일 것이다. 하지만 둘은 그러한 관점에서만 치어리더를 바라보지 말아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예전에 비해 치어리더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김맑음(왼쪽), 류세미 치어리더는 편향된 시선으로만 자신들을 바라보기보다 하나의 직업으로서 대해주기를 바랐다.

◆ 힘들어도 GO!, 벗어날 수 없는 치어리더의 매력은?

일부 편견 가득한 시선, 열악한 근로 환경 등 쉽게 견디기 힘든 조건이다.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근로에 따른 보수도 결코 넉넉하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한 겨울에도 남녀농구, 남녀배구를 쉴 새 없이 돌며 일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치어리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스포츠가 주는 큰 매력이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김맑음 치어리더는 “야구는 점수 차가 벌어지면 지루해 질 때도 있는데 한 번에 많은 점수를 내며 역전에 성공할 때 소름이 끼칠 정도로 큰 기쁨이 있다. 농구와 배구는 빠르게 진행되고 경기를 가까이에서 관전하며 생동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꼽았다.

KGC인삼공사는 현재 2위로 올 시즌 내내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어 팬 호응도 뜨겁다.

류세미 치어리더는 “후반에 팀이 이기고 있으면 팬들이 알아서 일어서고 자발적으로 큰 소리로 응원한다. 이럴 때 치어리더로 더 흥이 난다”면서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내 삶이 바뀐 것 같다. 모델 일도 했지만 치어리더가 더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처음 시작할 때 힘들기도 했지만 언제 코트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설렜다. 그 마음이 지금까지 유지돼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해서 더 많은 분들이 그런 나의 노력을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맑음 치어리더는 “나로 인해 팬들이 응원에 흥미를 느끼고 팀을 위해 열심히 소리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팬들이 지쳐 있으면 먼저 다가가 장난치곤 하는데 팬들과 팀의 비타민이 되고 싶다”며 “경기장 밖에서는 남일지언정 한 팀을 응원하는 경기장 안에서 만큼 다 같이 응원하길 바란다. 모두가 하나 돼 응원할 때 느끼는 쾌감이 정말 크다”고 목청을 돋웠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는 이들은 진정 아름다운 법이다. 치어리더 김맑음 류세미가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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