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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선수들 '엄마' 스포츠 트레이너, 하는 일과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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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선수들 '엄마' 스포츠 트레이너, 하는 일과 되는 법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3.21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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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사람들] ③ 인내심-희생정신 필수, 선수와 친밀도는 으뜸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 한국 축구 영광의 순간에 늘 그가 있었다. 뿔테안경을 쓴 사나이는 선수가 쓰러지면 치료가방과 물통을 들고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갔다. 긴 머리 휘날리던 그의 직업은 트레이너, A매치만 300번을 넘게 치른 최주영 최주영스포츠재활클리닉 원장이다.

#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하는 신인 선수들은 1,2년만 지나면 하나같이 ‘몸짱’으로 거듭난다. 팔뚝, 가슴, 허벅지가 몰라보게 두꺼워지는 건 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넥센 선수들은 쉴 건 다 쉬면서도 ‘벌크업’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팬들은 이지풍 트레이너를 ‘갓지풍’이라 부른다.

▲ 트레이너는 ‘스포츠 팀의 스태프로 선수들의 간단한 부상을 치료하며 응급 처치를 해주는 사람’이다. [사진=스포츠Q DB] 

컨디션 파악부터 부상 방지, 체중·훈련 프로그램 계획, 스트레칭과 테이핑 등 응급 처치, 경기력 향상, 재활에 이르기까지 운동선수들에겐 ‘엄마’나 다름없는 스포츠 트레이너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트레이너의 세계를 파헤쳐 본다.

◆ 무슨 공부를 해야 하나, 구단 트레이너는 어떻게 되나

트레이너는 크게 PT(Personal Trainer)와 AT(Athletic Trainer)로 나뉜다.

PT는 피트니스 클럽을 찾으면 볼 수 있는 트레이너들로 적게는 회당 4만원을 지도료로 받는다. 활동 지역의 생활수준, 개인 능력, 고객의 이름값(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셀러브리티) 등에 따라 벌어들이는 수입은 천정부지로 솟을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AT는 해부학, 병리학, 생리학, 트레이닝론, 역학, 운동기능학, 재활, 물리치료학, 영양학 등 전문적 지식을 요구한다. 프로스포츠 구단 또는 대한체육회 산하 가맹단체 소속으로 주로 활동한다.

소프트볼 국가대표 전담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강선영 박사는 “기본적으로 트레이너들은 물리치료학과, 재활학과, 스포츠재활학과 등에서 졸업하면 관련 면허증과 자격증을 소지한다”며 "체육학과 출신들이 물리치료학과로 편입해 신체의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프로구단에서 일하다 현재는 일반병원으로 적을 옮긴 트레이너 A는 “프로구단이나 아마추어 종목대표팀 자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며 ”각 팀에서 트레이너 교체가 필요하거나 증원할 때 사람을 구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 대한운동사협회 등이 제정한 자격증 취득은 필수. 취업은 주로 지도교수의 인맥, 추천을 통해 이뤄지는데 최근에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와 구단 채용공고가 꽤 늘어났다. 2017년 들어 대한레슬링협회, 대한펜싱협회, 대한역도연맹, 대한루지경기연맹 등이 국가대표 의무 트레이너를 모집했다.

◆ 좋은 트레이너란, 인내하고 희생하라

좋은 트레이너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인가.

두산 베어스에서 30년 넘게 트레이너로 일한 강흠덕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 재활센터장은 ‘인내심’을 강조한다. 그는 “지식 습득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트레이너는 선수를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한다. 끈기, 희생, 배려가 필수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야구의 경우 고교, 대학 시절 혹사로 인해 어깨가 망가져 프로에 입문하는 사례가 많다. 강흠덕 센터장은 “지켜보고 있으면 속상한데다 처음에는 말도 잘 안 들어 화도 냈는데 그러면 바뀌는 게 없다”며 “소통하려면 질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트레이너들이 스포츠심리학 공부도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스포츠를 몸으로 느낄 필요도 있다. 입문이 다소 늦은 체육학과 출신의 트레이너가 물리치료와 재활 공부만 한 트레이너보다 선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경험을 통한 공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강선영 박사는 “트레이너는 벌크업이 어떻게 되는지 선수가 왜 부상을 당하고 아프다 하는지 직접 느껴봐야 한다. 이론만 알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고된 생활을 견디려면 체력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후배 트레이너들이 반드시 운동부터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신이 종사하는 종목에 대한 이해는 필수. 야구선수와 축구선수가 자주 다치는 부위가 다르고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약한 근육이 다르다. 포지션별로 세분화된 트레이닝법이 이뤄지는 시대다. 양질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스포츠를 사랑해야 한다.

▲ 두산 베어스에서 30년을 넘게 트레이너로 일했던 강흠덕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장. 그는 좋은 트레이너가 되려면 스포츠심리학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 제공]

◆ 내 시간은 적을지라도, 선수와 친밀도는 으뜸

A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팀의 스타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지만 고심 끝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구단과 함께 하면 출근은 새벽, 퇴근은 밤늦은 시간인데다 시즌 중에는 출장이 많다.내 시간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그래도 이내 스포츠 트레이너는 매력이 넘치는 직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는 “선수들과 항상 일과를 함께 한다. 트레이너는 신체뿐 아니라 심리도 살펴야 한다”며 “감독, 코치에게도 말 못하는 사정을 듣는 중간 사이 역할이라 선수들과 친밀도가 아주 높다”고 웃었다.

직업의 미래가 밝다는 것도 장점. 홍정기 차의과학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은 스포츠산업 커리어 지도서 ’스포츠잡알리오‘와 인터뷰에서 “현장에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며 “헬스, 피트니스 분야가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스포츠산업이 아직 크지 않으니 준비를 잘하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트레이너가 일하는 환경은 분명 나아졌지만 아직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강흠덕 센터장은 “선진 트레이닝법을 공부한 좋은 후배들이 많아 고무적이다. 직업적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고 흡족해 하면서도 “선수와 지도자들이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트레이너의 영역을 조금만 더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현장에 당부했다.

강선영 박사 역시 “아직도 일부 종목에서는 테이핑과 아이싱 정도로 트레이너의 역할을 낮춰 보는 경우가 있다”며 “스포츠선진국에서는 트레이너들이 다양한 동작분석 장비 등을 이용해 재활 훈련을 진행한다. 현장에서 기본 준비운동이나 재활 훈련 등 트레이너에게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해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스타들이 상을 받으면 “트레이너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는 경우를 자주 봤다. 트레이너는 ‘스포츠 팀의 스태프로 선수들의 간단한 부상을 치료하며 응급 처치를 해주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필수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운동선수를 사랑한다면, 이만큼 매력적인 직업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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