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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실종' 도루는 왜 줄었나, 전준호 이종범 이대형이 그립다 [SQ스페셜]극심한 타고투저 가치 폭락, 좌타자 급증도 한 몫... "주루 가치는 여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9.08 08:00 | 최종수정 2017.09.08 08: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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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도루 실종이다. 다시 프로야구에서 전준호, 이종범(이상 은퇴), 이대형(kt) 같은 ‘대도’를 만날 수 없는 걸까.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개인 타이틀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 중 박해민(삼성)의 3연패가 확실한 도루 부문이 가장 맥이 빠진다. 경쟁이 치열하지도 않거니와 박해민의 페이스도 2015년 60개, 2016년 52개에서 2017년 33개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해민 뿐 아니다. 주자들이 어지간해서는 뛰지를 않는다. 8일 기준 2017시즌 전체 도루는 720개(경기당 1.134개)로 10구단 체제 도입 이후인 2015년 1202개(경기당 1.669개), 2016년 1058개(경기당 1.469개)에서 ‘폭락’했다. 전체 도루가 1000개에 미치지 못할 게 확실시되는데 이는 8구단 체제로 운영되던 2011년 933개 이후 처음이다.

▲ 2005년 8월 5일. 프로야구 1호 통산 500도루를 성공하고 베이스를 뽑아 세리머니하는 전준호. [사진=뉴시스]

도루는 왜 ‘급격히’ 줄었나. 다각도로 분석해 봤다.

◆ 여전한 타고투저, 상대의 전력분석

“타고투저에서 도루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역대 기록을 살펴보면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통계학, 수학으로 정교하게 분석하는 방법) 개념이 전혀 없던 시절에도 평균 득점이 높은 시즌에는 도루가 줄었습니다. 새로운 야구통계가 아니더라도 현장은 그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신동윤 한국야구학회 데이터 분과장의 설명이다.

2점대 평균자책점(방어율) 투수가 단 한 명이 없고 리그 평균자책점이 5점에 육박(4.91)한다. 규정타석 3할 타자가 2015년 28명, 2016년 40명, 2017년 현재 26명이며 리그 평균 타율이 0.285인 게 한국프로야구의 현주소다.

‘극장 야구’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1위 팀인데 불펜이 9회 6점 리드를 못 지킨다. 투수들은 죽을 맛이다. 방망이로 언제든 빅이닝을 연출할 수 있는 환경에서 아웃카운트를 감수하고 시도하는 도루는 대세를 거스르는 무모한 행위다.

◆ 고수들의 고령화, 부상까지 겹치니...

수년간 도루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이대형, 김주찬(KIA), 정근우, 이용규(이상 한화), 이종욱(NC)이 나이 들었다. 박민우(NC)와 김상수(삼성)가 그나마 대를 이을 재목인데 부상으로 결장이 잦았다.

오재원(두산)은 활약이 예년만 못하고 김용의(LG), 김호령(KIA)은 주전 싸움에서 밀렸다. 박해민, 박민우를 제외하면 계보를 이을 선수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노수광(SK), 나경민(롯데) 정도가 신흥 세력인데 앞으로 주전으로 출전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와중에 이대형과 정근우가 도루하다 부상을 당했다. 이대형(505개)은 전준호(550개), 이종범(510개)에 이은 통산 도루 3위다. 정근우는 36년 프로야구 역사에 단 8명뿐인 통산 350도루 야수다. ‘도루과’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29홈런 외야수 한동민(SK)도 2루를 훔치다 시즌 아웃됐다. 주축 타자들의 연이은 부상은 앞으로의 도루 전망마저 어둡게 한다.

▲ 국제대회에서 도루는 훌륭한 득점 루트다. 한화 이용규(왼쪽)가 그런 역할을 잘 했다. [사진=뉴시스]

매년 더워진다. 5월도 찐다. 10구단이 16번씩 싸우는 144경기 체제 페넌트레이스다. 8월부터 시작하는 2연전 체제는 선수들의 숨통을 더욱 조인다. 체력과 집중력은 떨어진다. 손가락, 어깨, 무릎, 발목에 부담이 가는 도루를 꺼릴 수밖에 없다. 다치면 막대한 손해. 구자욱(삼성)같이 빠른 선수는 중심 타선에 배치되면서 더 이상 뛰지 않는다.

◆ 염경엽-황재균 가고 힐만-이대호 왔다

KBO리그를 구성하는 자원이 바뀐 것도 한 몫 한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 팀 도루 154개로 1위였다. 시도도 237개로 2위 롯데 자이언츠(209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염경엽 전 감독은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 넥센 지휘봉을 잡은 장정석 감독은 도루를 즐겨 하지 않는다. 시도 93회로 8위, 성공 64회로 7위, 성공률 68.8%로 5위다. 고종욱, 서건창이 확실히 덜 뛴다. 

SK는 전임 김용희 감독 재임 시절부터 ‘거포 군단’ 컬러를 구축했다. 그래도 이 정도로 도루를 멀리 하진 않았다. OPS(출루율+장타율)를 중시하는 트레이 힐만 감독은 “도루를 잘 한다고 우승하는가”라고 취재진에게 반문한다. SK의 도루 시도는 2016년 149회에서 올해 89회로 크게 감소했다. 노수광, 조용호를 제외하면 뛸 자원도 없다.

지난해 도루 7위였던 황재균(26개)을 미국으로 떠나보낸 롯데는 이대호를 데려왔다. 어처구니 없을 때 쓰는 표현 중 ‘이대호 도루하는 소리 하고 있네~’가 있다. (이대호는 지난달 10일 사직 kt전에서 놀랍게도 도루를 성공시켰다. 그것도 2루에서 3루로) NC 다이노스는 2015년 40번 베이스를 훔친 에릭 테임즈 대신 재비어 스크럭스로 외국인 타자 슬롯을 채웠다. 스크럭스는 4번 도루했다.

▲ '대도' kt 이대형. 도루하다 다쳐 시즌 아웃됐다. [사진=뉴시스]

◆ 우투좌타 전성시대

최형우 서동욱 김민식 신종길 최원준(이상 KIA) 김재환 최주환 오재원 류지혁 박세혁(이상 두산) 박민우(NC) 손아섭(롯데) 서건창 이정후 고종욱(이상 넥센) 한동민 노수광 조용호(이상 SK) 박용택 오지환(이상 LG) 하주석 양성우 이성열(이상 한화) 박해민 구자욱 강한울(이상 삼성) 등은 오른손으로 던지면서 왼 타석에 선다. 감독이 마음만 먹으면 좌타 일색의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는 시대란 소리다.

야구에서 타자는 적게는 40%, 많게는 80%의 타구를 당긴다. (밀어치기가 더 많은 이대형 같은 케이스 제외) 왼손 타자가 많다는 건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타구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즉, 1루 주자가 뛰지 않으면 유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1루수가 주자 때문에 베이스에 붙고 2루수도 2루 커버를 위해 2루에 근접해야 하므로 1,2루 간이 넓어진다.

수도권 구단의 한 전력분석원은 “타석에 좌타자, 특히 당겨 치는 성향이 짙은 타자가 있는 경우에는 1,2루 간을 벌리려 1루 주자가 안 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KBO리그의 좌타자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전 세계 왼손잡이의 비율은 10%, 한국은 5%다. 오른손잡이가 1루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 좌타로 전향하는 경우가 급증하니 도루가 줄 것이란 의견이 꽤 그럴 듯하다.

◆ 좌투수 가치 상승과 전력분석

같은 선상에서 정상급 좌투수가 많은 것도 도루 감소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장원준 유희관 함덕주(이상 두산) 라이언 피어밴드(kt) 차우찬 데이비드 허프(이상 LG) 양현종 팻 딘(이상 KIA) 브룩스 레일리(롯데) 스캇 다이아몬드(SK) 등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왼손 선발투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좌타자가 많아지니 좌투수의 가치도 덩달아 높아진다. 왼손 원포인트 릴리프는 필수. 자연스럽게 주자 견제도 수월해진다. 왼손잡이 투수는 1루에서 2루로 출발하는 주자를 오른손 투수보다 훨씬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교한 전력분석 자료는 금상첨화다.

▲ 도루왕 3연패를 사실상 확정한 삼성 박해민. 2015년 60개, 2016년 52개에서 30개 대로 도루 숫자가 크게 줄었다. [사진=뉴시스]

“도루가 적다는 건 작전이 줄었다는 의미겠죠. 팀당 100개야 마음먹으면 할 수는 있다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서 효율성이 줄어든 게 사실이죠. 상대 배터리의 견제가 심하거든요. 투수들은 퀵모션을 줄이고 포수들은 송구 훈련에 매진합니다. 성공률을 높이기 쉽지 않아요.”

통산 127도루를 기록한 정수성 SK 주루코치의 말이다. 9구단 체제이던 2013, 2014시즌 각각 69.9%, 70.1%던 리그 도루성공률은 막내 kt 합류 이후 2015년 69.6%에서 지난해 65.9%, 올해 66.4%로 낮아졌다. 2013, 2014년 30.7%, 30.3%였던 도루저지율은 2015년 31.0%으로 소폭 오르더니 지난해 35.0%로 크게 올랐다. 올해는 34.4%다. 

◆ 1차 타고와 다른 점, 주루 가치는 줄지 않았다

한 방을 갖춘 타자가 클린업(3~5번)이 아닌 2번에 들어서고 희생 번트도 줄어드는 걸 보면 도루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감소할 것이라는 의견이 합리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야구연구모임의 전 대표는 “야구리그는 생태계와 같아서 한 쪽이 발전하면 그에 따르는 대응 방법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 현상이 언제까지 마냥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당분간, 길게 5년까지는 도루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타자들은 스윙 궤적과 타구 발사각을 다듬고 타구 스피드를 향상시키며 몸쪽 공을 공략하는 방법을 찾았다. 투수들을 방망이로 괴롭힐 수 있는데 성공률이 75%가 안 되면 위험한 도루를 굳이 시도할 필요는 없다. 단타 치고 2루로 뛰는 연습 시간에 2루타 생산법을 익히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주루'의 가치가 떨어진 건 아니다. 신동윤 데이터분과장은 이렇게 말한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의 1차 타고투저와 2014년부터 시작된 2차 타고투저 간에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홈런이 타고 현상을 이끌었다면 현재 진행형인 이번 타고는 인플레이 타구 비율(BABIP)의 증가가 도드라지거든요.”

▲ '바람의 아들' 이종범. 1994년에는 무려 84번이나 베이스를 훔쳤다. [사진=뉴시스]

“리그 득점환경으로 인해 스몰볼의 효용, 전략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요. 리그에 이로운 일은 아니죠. 다만 BABIP가 높아졌다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도루는 몰라도 주루의 가치는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거든요. 이대형 같은 ‘영웅’ 캐릭터가 없어진 걸 아쉬워만 할 게 아니라 도루 개수만큼 직관적인, 예를 들면 추가 진루에 관한 좋은 통계나 지표 같은 걸 개발해 주루 마스터들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그들을 주목받게 해주는 게 분석가나 기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데이브 로버츠. 류현진을 지도하는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사령탑이다.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은 그를 잊지 못한다. 뉴욕 양키스와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0승 3패, 9회말 3-4로 뒤져 있던 레드삭스는 역스윕을 거두고 86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밤비노의 저주'를 깬 기적의 시발점이 바로 4차전 9회말 무사 1루, 대주자 로버츠 감독의 도루였다.

포스트시즌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올림픽 등 국가대항전에서 도루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3월 우리는 WBC에서 한국 타자들이 트리플A급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때리지 못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똘똘한 투수가 줄줄이 대기해 한 점 뽑기도 벅찬 단기전이라면 도루만큼 훌륭한 득점 루트도 없다. 

재미라는 측면에서 바라봐도 도루 실종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0년 이대형(당시 LG)과 김주찬(당시 롯데)은 죽기살기로 달려 연일 이슈를 낳았다. 1990년대 롯데 레전드 전준호와 해태 이종범이 벌인 영호남 발야구 대결은 청량감을 선사했다. 

홈런 터지는 요즘 야구, 좋기는 한데 뭔가 아쉽다. 대도가 무척 그립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민기홍 기자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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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KBO리그#전준호#이종범#이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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