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9:41 (금)
[인터뷰] 단발머리 고준희 "터닝포인트 기다려요"
상태바
[인터뷰] 단발머리 고준희 "터닝포인트 기다려요"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22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패셔니스타 고준희(30)가 레드카펫에 섰다. 어떤 드레스로 ‘여신 강림’ 소리를 들을까.

로맨틱 코미디 ‘레드카펫’(10월23일 개봉)은 에로영화 감독인 순정마초 정우와 아역스타 출신의 톱 여배우 은수의 꿈을 찾는 이야기다. 모델 출신 연기자, 패션 아이콘, 도시적 이미지의 고준희와 은수는 이질감이 없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오후, 삼청동 카페에서 10년차 여배우를 만났다.

 

은수와 나의 교집합: 은수는 주목받던 아역배우 출신이다. 가정사 탓에 연기를 접고 지내다 성인이 돼 다시 배우에 도전하는 자존심 강하고 허당기 있는 인물이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강한 척 행동하고, 장난을 많이 치는 면이 나와 비슷하다. 연기한지 10년이 됐는데 중간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 적이 있어서인지 은수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선택의 이유: 영화 ‘결혼전야’를 찍고 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을 해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 박범수 감독님이 나와 밝은 이미지의 캐릭터를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고, 원래 친했던 (윤)계상이 오빠를 비롯해 오정세, 조달환 오빠가 캐스팅된 상태라 참여하고 싶었다. 더욱이 영화가 감독님 이야기라 디테일하게 표현을 잘 하실 거라 믿었다.

내 남자친구가 에로감독이라면: 영화에서처럼 내 연인이 에로감독이라면 고민은 할 거 같다. 게다가 그가 연출하는 영화에 출연까지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의 전작들이 에로영화라고 해서 불신하거나 의심하진 않았다. 상업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배경이 충분히 이해됐다. 대중은 ‘고준희가 낚여서 에로영화에 출연하는 거 아니야?’라고 선입견을 가졌을 수 있다. 그런 데 별반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선하고 재밌었다.

 

에로의 현장: 극중 에로영화 촬영팀(윤계상 오정세 조달환 황찬성 이미도)의 생생한 현장 장면이 등장한다. 현직 에로배우들도 출연한다. 타이트한 옷을 입은 채 촬영장을 활보하는데 몸매가 너무 좋아서 인형 같았다. 처음엔 누군가 싶어서 물어보고 그랬다. 나의 경우 나중에 합류했는데 처음부터 없었던 걸 아쉬워했다. 성격이 남자 같아서 부끄러워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윤계상과의 러브신: 계상 오빠와 한 키스신과 베드신 촬영은 편했다. 모르는 남자 배우였다면 NG날 경우 민망할 텐데 우리는 NG가 나도 “감독님 이번엔 이 각으로 해볼까요” 하거나 장난치기 일쑤였다. 류승범 오빠와 현재 ‘나의 절친 악당들’을 촬영하고 있는데 스킨십 장면을 찍어보면 원래 알고 지내던 배우와 러브신을 소화하는 게 더 편한지 아니면 오히려 불편할지 정확히 알게 될 것 같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하여: 그동안 작품에서 옥택연, 유노윤호, 정진운, 황찬성 그리고 계상 오빠와 공연했다. 윤은혜 언니와도 평소 친한 사이다. 그들은 노래와 춤에 능한데 연기까지 잘해서 부럽다. 내가 가수 연습생으로 들어가서 가수 할 순 없는데 반대로 그들은 배우까지 하니 대단하다. 그들은 카메라 울렁증이 없어서 담대하게 연기에 임한다. 가수는 끼가 많아야 할 수 있는 직업인 거 같다. 그러다보니 연기도 잘하지 싶다.

남친과 손잡고 거리 활보하던 추억: 20대엔 상대를 좋아하는 감정이 앞서서 손잡고 다니며 영화관에도 가고 그랬다. 점점 어렸을 때의 파이팅이 없어진다. 여배우라는 직업 탓에 무섭고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지더라. 나이 들면서 성숙해지는 걸 수도 있겠지만 결국 사랑에 대한 용기가 없어지는 거 같다. 사랑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큼에도. 그래서 극중 은수를 보면 나의 20대 시절과 똑같다.

 

공개 연애: 여배우도 직업인데 직업과 사랑은 별개야란 마인드였다.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공개연애는 진짜 결혼할 사이 아니면, 그 누구보다 부모님이 상처를 받기 때문에 피하고 싶다. 나야 또 다른 남자를 만나면 이별의 상처가 치유되고 전 남자가 생각나지 않겠지만 가족이나 소속사 사람들에겐 꼬리표로 남으니까 그들을 위해서라도 공개연애는 좋은 게 아닌 것 같다. 이제 그런 용기도 없고.

내 연기인생의 터닝 포인트: 아직까진 없었다. 그동안 밝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화려함을 꿈꾸는 캐릭터거나 재벌이면 정의로운 인물이거나 식이었다. 완벽한 이미지 변신을 언급할 만큼의 작품은 없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작품을 선택하진 않는다.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캐릭터는 너무 많으니까. 그리고 보면 난 터닝포인트를 기다리는 배우다.

대표작이 단발머리?: “대표작이 단발머리야?” “단발머리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 연예인”이란 댓글들을 봤을 때 뭔가 타이틀이 있다는 게 고맙고 신기했다. 확실한 캐릭터가 있다는 거 아닌가. 물론 배우니까 작품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대표작이 아직 없는 건 속상하다. 한편으론 분발하게끔 하는 원동력 역할도 한다.

액션 여전사 할까 말까: 악역, 격정멜로의 여주인공, 액션 여전사도 해보고 싶다. 지금 액션에 살짝 도전해보고 있다. 영화에서 필요한 몇 장면 때문에 액션스쿨을 다녔고, 2개월 전부터 근육운동을 해오고 있는데 멋있다. 키가 크다보니 액션연기에 날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감독님들이 많다. 액션 하면 하지원 선배가 떠오르는데…이참에 제대로 도전해볼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무릇 액션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면서 연기해야 하므로 충분한 연습이 필수다.

 

키는 나의 콤플렉스: 큰 키(174cm) 탓에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이 많다. 3차까지 됐는데 마지막에 “키가 몇이야?”라고 묻더니 떨어트리더라. 함께 연기하고 싶은 남자 배우들이 많은데 키를 맞출 수가 없었다. 지금도 콤플렉스다. 예쁜 힐이나 10센티가 넘는 하이힐은 신을 엄두도 못냈다. 옷장을 보면 죄다 운동화에 맞춰 스타일링한 옷들이다. 이러다보니 트렌드에 도전할 수가 없다.

이미지 그리고 변화: 스물다섯 살까지 패션쇼에 안가고, 모델 관련 일은 안하려고 했다. ‘난 연기자 이미지로 가야한다’란 생각에서였다. 철이 없었다. 내 이미지가 아직 없으면서 다른 이미지를 욕심내는 건 배부른 생각이더라. 패션이든, 도시적인 연기자든 이미지를 굳힌 다음에 이미지 변신을 하는 거다. ‘작품으로 보여 주겠어’? 작품을 찍어야지! 출연작이 없으니 사람들은 쉬는 줄 알더라. “일단 해보고 나서 후회하든 말든 하자”란 생각에 패션프로 진행과 ‘우결’에 출연했다. 이일 저일 해보니까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

즐기면서 살자: 한 살, 두 살 먹으면서 낙천적으로 변하고 있다. 어렸을 땐 꿈이 하도 많아 욕심만 많고 조바심만 냈다. 계획만 세웠다. 이젠 즐기는 걸로 변했다. 즐기면서 해야지 사람들도 좋은 에너지를 받으니까. 대중은 이런 변화를 금방 알아챈다.

류승범의 조언: 교통사고 현장에서 돈가방을 발견한 청춘들이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인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내가 맡은 나미는 폐차장에서 태어나 사랑받지 못한 채 성장한 아이다. 파리 체류 2년 만에 복귀한 승범 오빠와 다시 만났다. 21세에 출연했던 단편영화 촬영 당시 좀비분장을 지우는데 오빠가 “준희야 넌 연기를 접으면 키 크니까 모델을 할 수도 있지만 난 배우 안하면 호프집에서 맥주 날라야한다. 그래서 난 이 일을 감사하게 생각해. 너도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해줬던 말이 쉽게 잊히질 않았다. 계상 오빠도 밝아졌고. 날 아기처럼 바라보던 오빠들과 이제 같이 농담하는 사이가 됐다. 기쁘다.

 

[취재후기] 얼짱 각도로 우아하게 단발머리를 쓸어 올리는 모습과는 180도 다르게 치부다 싶은 이야기마저 후~욱 털어낸다. 그동안 가졌던 그에 대한 이미지는 산산조각이 났다. 자신의 단점, 현재 상태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지 싶다. 거기다 낙천적이기까지 하니. 조만간 배우 고준희에게도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이 나오겠구나 싶어졌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