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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겉보기엔 평범한 17세 여고생 클로이 김, 스노보드 세계 최정상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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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겉보기엔 평범한 17세 여고생 클로이 김, 스노보드 세계 최정상 비결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2.08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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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부터 시작한 스노보드, 일이기보다는 놀이이자 취미…스노보더이기 앞서 인격 갖춘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싶어"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스노보드 선수이긴 하지만 성숙한 인간,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최고의 스노보드 대회인 윈터 익스트림 게임(X게임)에서 3연패를 차지하고 올해도 동메달을 따내는 등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는 클로이 김(17, 한국명 김선·미국)이 한국을 찾았다.

세계 최정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클로이 김은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겸손했고 침착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일상생활을 말할 때는 영락없는 17세 여고생이었다. 평범하고 발랄한 여고생이지만 속은 이미 꽉 차 있었다.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고나 할까.

▲ 세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랭킹 1위에 올라있는 클로이 김이 7일 서울 신사동 버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환한 미소로 답하고 있다. [사진= 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세계랭킹 1위 클로이 김은 7일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버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리는 FIS 스노보드 월드컵 출전과 올림픽 출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세계가 열광하는 천재 스노보더, 첫 번째 성공 비결은 즐거움

클로이 김은 4살 때 스노보드를 시작했다. 동계종목과 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살지만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스노보드를 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스노보드 잘 타면 놀이공원에 데려가 줄게"라고 했고 클로이 김은 이 말을 듣고 신나게 스노보드를 탔다. 클로이 김에게 스노보드는 취미이자 놀이였다.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마운틴 하이라는 곳이 있어요. 그 곳에서 스노보드를 신나게 탔죠. 제게 있어서 지금까지 스노보드는 일이 아니라 취미이고 놀이였어요. 아마 그것이 제가 지금까지도 스노보드를 즐겁게 타고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클로이 김은 6살의 나이로 전미스노보드연합회가 주최하는 내셔널 챔피언십에 출전, 종합 3위를 차지하며 '천재 스노보더'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클로이 김은 각종 대회에 출전하며 놀라운 성과를 냈다. 2009년 호주 주니어 챔피언십과 2010년 버튼 유러피언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고 2011년 록시 치킨 잼 챔피언십에서는 시니어 선수들과 경쟁을 벌여 종합 3위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클로이 김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 '17세 천재 스노보더'로 평가받고 있는 클로이 김이 7일 서울 신사동 버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결국 클로이 김은 2014년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열린 2014년 X게임에서 켈리 클라크(미국)에 이어 94.33점으로 은메달을 땄다. 당시 나이 겨우 14살,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만 13살 때였다. 클라크와 점수 차는 겨우 0.67점이었다. 놀라운 스노보드 천재소녀의 등장에 전세계가 열광했다.

그러나 클로이 김은 나이가 너무 어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이 없었다. 스노보드 팬들은 클로이 김이 너무 어려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클로이 김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즐거워했다.

"나이가 너무 어렸으니 어쩔 수가 없죠. 그래도 주위 사람들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기대된다며 많이 좋아해 줬어요. 저도 부모님의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이 무척이나 기대가 돼요. 물론 예선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요. 예선이라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일단 지난해 유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내년 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기대가 커요."

◆ 부상을 통해서도 배울 것이 있다, 두 번째 비결은 긍정적인 마인드

클로이 김은 스노보드를 즐기기 때문에 하루에 4~5시간씩 보드를 타는 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 점프를 해야 하기 때문에 4, 5시간씩 보드를 타면 다리가 풀려버린다는 것이 스키 관계자의 얘기다. 여기에 체육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지상훈련을 한다. 클로이 김은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에 크게 신경을 쓴다고 했다.

▲ 클로이 김이 7일 서울 신사동 버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클로이 김은 다음주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열리는 테스트 이벤트인 FIS 스노보드 월드컵에 출전한다. [사진= 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2년 전에 무릎 인대가 파열된 적이 있어요. 뉴질랜드 훈련도 취소하고 많이 힘든 시기였어요. 하지만 메디컬 센터에서 훈련하고 재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죠.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욱 신경을 쓰는 계기가 됐어요. 부상에서도 배울 것이 있더라고요. 슬럼프가 왔을 때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시간이 지나면 극복이 되거든요. 슬럼프가 온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문제없이 이겨낼 수 있어요."

17세 여고생의 입에서 마치 30대 노장 선수의 말이 들려왔다.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클로이 김에게 스노보드는 자신의 전부다. "다른 종목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스노보드가 제게 전부예요"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이처럼 어른스러운 말만 하는 클로이 김이지만 자신의 일상생활은 여타 여고생과 다를 바가 없다. 떡볶이 같은 길거리 음식을 즐겨한다. 미국 집에서는 된장찌개와 불고기를 먹는 평범한 한국인이다. 기자간담회 당일 아침에도 불고기를 실컷 먹었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또 스노보드를 타지 않을 때면 아빠 신용카드로 쇼핑을 하기도 한다.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것도 영락없는 여고생이다.

"케이팝을 너무나 좋아해요.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f(x), 샤이니의 노래를 즐겨들어요. 요즘은 경기 전에 씨엘의 노래를 들어요."

▲ 클로이 김이 7일 서울 신사동 버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 스노보드는 인생의 전부, 세 번째 비결은 '올인'

오는 4월 23일에서야 17번째 생일을 맞는 클로이 김은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또 스노보더이기보다 성숙한 인간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클라크 등 선배 스노보더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클로이 김은 스노보드가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모든 생각은 스노보드에 맞춰져 있다.

"FIS 월드컵과 X게임은 평가 기준이 달라요. 그래서 같은 기술을 해도 점수가 다르게 나오죠. 하지만 대회에 맞춰서 기술을 어떻게 구성할지 연구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또 하프파이프 컨디션에 따라 기술도 다르게 해야 해요. 만약 눈이 많이 오면 스핀기술을 많이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술을 다르게 짜야 하죠. 또 중간에 실수가 나오면 2, 3초의 여유 동안에 어떤 기술로 만회할지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실수를 했을 때는 다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고난이도 기술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클로이 김은 남자 선수들도 하기 힘든 2연속 1080도 회전기술을 선보인다. 그만큼 이미 기술적으로는 성숙해 있는 선수다. 여기에 클로이 김은 자신 스스로 성숙한 인간이기를 바란다. 전세계가 클로이 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 클로이 김이 7일 서울 신사동 버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단순히 스노보드만 타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요. 스노보더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싶어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실제로 배우는 것이 많아요. 또 스노보드를 타면 가장 매력적인 것이 여행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멋진 풍경을 보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이 스노보드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클로이 김은 아직 자신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비록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는 없지만 부모님의 나라에서 한국 팬들의 성원을 받을 것이다. 아마 클로이 김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을 1년 뒤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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