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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려놓은 이승우, 감출 수 없는 태극마크 자부심 [2018 아시안게임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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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려놓은 이승우, 감출 수 없는 태극마크 자부심 [2018 아시안게임 축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08.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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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는 월드컵 출전을 위해 바르셀로나 프라이드를 내려놨다. 과감히 이적한 베로나에선 주전경쟁에 밀려 한동안 벤치를 지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를 내려놓는 법을 배운 이승우는 태극마크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함께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이승우는 8일 입국해 파주에서 훈련 중인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승우와 황희찬(22·레드불 잘츠부르크)이 팀에 합류한 이날 김학범호는 비로소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제대로 된 공격 전술 훈련에 그 첫 발을 뗐다.

 

 

훈련에 앞서 파주스타디움 로비에서 만난 이승우는 이날 인터뷰 내내 나보단 팀을 강조했다. “월드컵과 달리 골 욕심을 좀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기회가 온다면 골을 넣고 싶지만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하나의 팀으로서 가겠다"며 팀을 우선 순위에 올렸다. "태극마크와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걸고 금메달을 위해 팀으로서 잘 뭉치겠다”는 말에서는 남다른 대표팀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팀을 강조하는 자세는 뼈아픈 시간 속에 얻어낸 산물이었다. 항상 경기에서 중심이었던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성인 무대에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월드컵 출전을 위해 세리에A 승격팀 베로나로 향했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겪어본 프로의 세계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시즌 중반엔 한동안 경기에 못 나가고 벤치에서 피치를 바라봐야만 했다. 시즌 막판 출전 시간을 늘려간 덕에 선발될 수 있었던 월드컵에서도 많은 시간을 부여 받진 못했다.

그러나 고생 끝에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렸고 꿈에 그리던 월드컵에도 나서며 실력과 태도 모두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승우는 “월드컵을 통해 자신감과 에너지를 얻었다.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했다”며 “월드컵을 함께 했던 (손)흥민이 형이나 (황)희찬이 형과 팀에 잘 적응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전했다.

베로나로선 한 시즌 만에 급성장한 이승우를 쉽게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이승우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팀을 설득해야만 했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지정한 의무 차출 대회가 아니다. 

더구나 이승우는 월드컵 휴식기를 마치고 돌아가 치른 코파 이탈리아 2라운드 유베 스타비아전에 선발로 나서 한 차원 성숙한 기량을 뽐냈다. 이번 시즌 팀의 주축 공격수를 상징하는 등번호 9를 배정받으며 팀으로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있는데, 그런 선수를 시즌 초반 활용하지 못하는 건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이승우는 “아무래도 의무 차출이 아니다보니 구단에선 보내고 싶지 않아했다. 내가 꼭 여기에 와야 했고, 한국 대표로서 우승을 하고 싶어 많은 얘기를 통해 설득했다”며 구단 회장과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이승우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베로나에서 주전 경쟁을 하고 월드컵까지 경험하며 성장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승우가 국내 축구 팬들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제대로 알린 대회는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특히 한일전에서 폭풍같은 드리블로 수비 여럿을 제치고 골을 넣는 등 압도적인 기량으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MVP)을 동시에 수상했다. 이후 U-17, U-20 월드컵에서 팀의 '에이스'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이승우와 대적할 선수를 아시아에선 찾기 힘들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 이승우에게 아시안게임이 남다른 이유다. 이승우를 비롯해 손흥민, 황희찬 등 역대 가장 화려한 공격진을 갖췄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화려한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화려한 이름값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방심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는 쉽지 않은 대회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와 가진 몇 분간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서도 월드컵, 특히 바르셀로나를 떠난 이후 1년 동안 그가 얼마나 내, 외부적으로 성숙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우승을 향한 결의와 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이날 이승우는 장거리 비행의 여독을 푸는 회복 훈련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황희찬은 나머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풀 타임 훈련을 소화했다. 두 선수의 예정보다 이른 합류는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월드컵을 통해 성장한 이승우가 보다 많은 역할을 짊어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동료들과 함께 어떤 팀 스피릿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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