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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알고 보면 더 섹시한 웹툰작가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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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알고 보면 더 섹시한 웹툰작가 이종범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4.24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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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인기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작가 이종범(32)은 8세 때 ‘드래곤볼’에 빠져 만화가를 꿈꿨다. 현재 그는 만화가의 꿈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드러머, 라디오 DJ,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4시간으로 하루가 부족해보이지만 그는 “주행하면서 에너지를 채운다”고 답한다. 그는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 만큼 삶을 누구보다도 다채롭게 즐기고 있다. 요즘 세월호 침몰 비극이 일어난 시기에 무슨 일을 해야 좋을지 고민이라는 그의 최종 목표는 ‘좋은 작가’보단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스포츠Q 글 이예림‧사진 최대성기자] “8세에 만화 ‘드래곤볼’의 한 장면을 따라 그렸는데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거예요. 잘 그린다고 칭찬도 하고. 그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마냥 좋아서 했는데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아 만화가를 꿈꿨던 어린 소년은 현재 유명한 웹툰 작가가 됐다. 거기에 그는 EBS 라디오 프로그램 ‘경청’의 DJ, 드러머, 웹매거진 ize(아이즈)에 외부필진으로 참여하며 에세이스트로도 일을 하고 있다. 시작은 단순했지만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 첫사랑이자 동반자인 ‘만화’와 음악, 에세이, 디제잉, 여행, 사진 등 수많은 애인들

이종범은 대학 졸업하기 전에 웹툰 작가를 준비했다. 8세 때부터 ‘만화’만 보면서 길을 걸었다. 그러나 꿈이란 건 이루기 어려운 만큼 오래 마음에 품고 있기도 힘든 법. 그는 한 때 만화와 잘해보기 위해 만났던 음악과 격정적으로 사랑에 빠졌다. 한 사람과도, 한 분야와도 궁합이 맞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그에게 어떤 마성이 있는지 요즘 그는 음악 말고도 다양한 파트너들과 돌아가며 연애를 하고 있다.

 

“만화 시장이 종이 출판에서 웹으로 이동했어요.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대학 졸업하기 전에 본격적으로 준비했어요. 어떤 준비냐면 말이죠. 물질적인 빈곤함을 감수하겠다는 각오와 2~3년의 작업 기간 마련이요. 공모전, 연재가 가능한 잡지를 알아보고 원고를 보내길 반복했어요. 그러다가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고 데뷔를 하게 됐죠.”

“그런데 저의 20대 중후반은 온통 음악뿐이에요. 밴드 연주 녹음, 행사, 공연으로 처음 돈을 벌었어요. 고등학교 때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해서 음악에 대한 만화를 그리려 했어요. 음악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피아노를 오랫동안 쳤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밴드부에 가입했죠.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저와 같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전공생들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었어요. 일주일에 3~4회 공연을 했고 연재가 끝나면 홍대에서 연주를 해요.”

이종범은 여행과 사진에 미쳐있어 연재가 끝나면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했다. 요즘은 그는 마술의 매력에 빠졌다. 만화가가 좋은 이유로 다양한 경험이 작품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죄책감 없이 많은 걸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연재를 하지 않을 때는 만화가만큼 여유로운 직업도 없다고 한다. 그는 만화를 그리다 힘들면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혹은 에세이를 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주행하면서 에너지를 채운다”는 답처럼 그는 일을 함으로써 충전한다.

◆ 심리학 전공을 제대로 활용한 웹툰 ‘닥터 프로스트’

그의 웹툰 ‘닥터 프로스트’는 올해 케이블채널 OCN에서 드라마로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젊고 잘생겼지만 미스터리한 프로스트 교수의 이름을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에서 따왔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반전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정해야 돼서 동료 작가들이랑 회의도 여러 번 했어요. 주인공의 성격이 차가웠으면 하는데 뭐가 좋을지 고민하다가 동료 작가가 담배 던힐 프로스트를 언급했어요. 프로스트가 서리라는 뜻도 있고 심리학자 프로이드랑 발음도 비슷하고. 많은 분들이 로버트 프로스트 혹은 프로이드에서 생각했냐고 묻는데 아닙니다. 실은 담배였어요.”

▲ 닥터 프로스트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다른 학과 수업들을 더 열심히 들었지만 전공을 통해 어떻게 취재할지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어떻게 소재를 찾고 영감을 얻느냐고 다소 추상적인 질문을 던졌더니 그는 작품을 위해 취재를 많이 해봤다는 게 느껴졌을 정도로 구체적인 방법을 말했다.

“독자층인 사람들이 어떤 걸 제일 고민하는지 알기 위해 검색을 많이 해봐요. 한편으로는 심리학자들, 상담사들 만나서 상담자들의 치료기, 내담자기록, 상담자기록들도 듣는데요. 이 두 가지 방법에서 만나는 지점이 있어요. 취업난과 불면증, 수능과 자살충동, 아이돌의 스트레스와 망상장애. 이런 게 좋은 소재인 거죠.”

◆ 작가로서 하고 있는 고민, "내가 이 시기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좋아하는 작가, 감독, 뮤지션, 영화 작품들로 이영도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시네마 천국’의 쥬세페 토르나토네, 크리스토퍼 놀란, 봉준호 감독,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 드러머 엘빈 존스, 한국 가수로는 성시경, 이적, 페퍼톤스를 꼽았다. 중간 중간에 그는 “아, 너무 많은데”라고 말하면서 아쉬워했다. 그에게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아까 들떠있던 목소리와는 다른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시기에 불특정다수를 상대하는 웹툰 작가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어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겠어요. 주위에서는 생존자의 심리를 프로스트에서 에피소드로 다루면 좋을 거라고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소재로 어떻게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스토리를 쓸 수 있을까. 이것도 고민이에요.”

 

좋아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매번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하는 직업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리가 없을 것이다. 그는 일을 하면서 자신감을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잘하고 싶은데 제 기대 이하의 작품을 낼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럴 때는 제 자신에게 관대해져요. ‘만화를 그린 지 5년 밖에 안됐는데 못하는 게 당연하다. 잘하는 게 이상하지’라고 생각해요. 저에 대한 기대치를 확 낮추는 거죠. 제가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는데 그 때 얻은 깨달음은 다른 사람의 돈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어마어마함이에요. 하기 싫을 때는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며 버티죠. 어떤 작품을 보면서 '이런 사람도 작가하는데'라고 생각하고 또 어떤 작품을 보면서 '나는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을 이리 저리 드리블하는 거예요. 자존감을 지키는 노하우라고나 할까요.”

그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즐거움을 얻지만 실제로 어떤 특정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만화가로서의 이종범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다룬 에피소드가 사람들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걸 알게 되면 그 때 '만화가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제가 자살을 다룬 에피소드를 그렸어요. 그 에피소드가 나간 뒤에 여섯 명의 독자 분들로부터 메일이 왔더라고요.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는데 만화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요. 그 때 보람찼죠. 그 전까진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었는데 그 때 의미있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종범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공포에 질린 채 공부해야 하는 환경을 그대로 물려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로 “내 자리에서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그러면 이종범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목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웹툰이 세계로도 뻗어나가고 있는데 독자의 범위를 넓히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작가로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고요. 지금 당장은 라디오 진행을 잘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또래 친구들은 많이 했거든요.”

“좋은 작가는 좋은 사람일 거란 생각은 안하는데 좋은 사람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은 배려, 여유, 교양을 갖춘 사람이에요.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게 좋은 작가가 되는 방법이라고도 믿고 있고요. ‘나쁜 남자와 좋은 작가’라고 말해야 섹시할텐데 ‘좋은 사람, 좋은 작가’라는 뻔한 말을 했네요. 하하.”

[취재후기]

이종범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허영만 작가를 보면 지독한 자기 절제로 오랫동안 글을 쓰는 프로라서 닮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재즈를 좋아하고 에세이를 쓰는 점이 하루키와 닮았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 시기에 무엇을 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모습은 윤동주 시인과 같았다면 오버일까. '섹시'라는 수식어가 일반적인 사람들 앞에 붙지 않는다는 걸 고려하면,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시간 안에서 여러 삶을 살며 좋은 작가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길 소망하는 그는 섹시한 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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