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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케미 '브로맨스'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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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케미 '브로맨스'가 필요해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5.0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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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김나라·이예림기자] 남성 간의 케미스트리(화학작용)를 담은 '브로맨스'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합친 신조어 '브로맨스'란 남자들끼리 갖는 애틋한 감정 또는 관계를 뜻한다. 노골적으로 동성애를 드러내기 보다 남성간의 미묘한 감정, 우정을 다루기에 대중에게 거부감이 없다. 최근 국내외에서 영화, 드라마, CF, 소설 등 분야를 막론하고 하나의 흥행코드로 자리잡았다.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 '브로맨스'는 이름과 달리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 '브로맨스' 남자배우들의 히트 공식 '사랑따윈 필요 없어'

브로맨스를 논하는데 빼 놓을 수 없는 대표 배우가 있다. 그 주인공인 이정재는 지난해 2월 개봉된 범죄 액션영화 '신세계'에서 황정민과 폭력조직의 멤버로 출연, 남녀의 애절한 멜로 못지않은 끈끈한 형제애를 그려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총 3부작으로 기획된 '신세계'는 벌써부터 2편 개봉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 [사진=각각 영화 '신세계' '은밀하게 위대하게' 스틸컷]

한류스타 김수현 역시 지난해 남파한 북측 요원들의 북한 최정예 스파이들이 남한 달동네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충무로 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쟁쟁한 여배우와의 달달한 사랑 얘기 없이 이현우, 박기웅 등 또래 남자배우들과 이뤄낸 쾌거라 더욱 주목받았다.

'시크릿 가든'으로 많은 여성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던 현빈은 군 제대 뒤 복귀작으로 대하사극 영화 '역린'을 택했다. 정조 역을 맡은 그의 짝은 왕의 서고인 존현각을 관리하는 내관인 상책(정재영)이다. 어린 나이에 궁에 들어와 정조와 함께 자란 상책은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정조가 신하들로부터 듣기를 원하는 중용 구절을 유일하게 대답하는 인물이다. 두 남자는 가슴 뭉클한 연민과 애정의 감정을 나누며 객석에 감동을 전달한다. '역린'은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 영화 '끝까지 간다'의 한 장면(위) 영화 '역린'의 정조(아래 왼쪽)와 상책(아래 오른쪽)

이진욱은 지난달 30일 개봉한 추격 액션물 '표적'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린 류승룡과 납치된 아내 조여정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이선균은 29일 개봉을 앞둔 범죄 액션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우연히 낸 차 사고를 은폐하려던 와중에 정체불명의 남자 조진웅과 치열한 대결을 벌인다.

이외 독립영화 '들개'(사제폭탄 제조자 정구와 그를 대신해 실행하는 효민), '셔틀콕'(누나를 찾아 여정에 나서는 고등학생 민재와 동생 은호), '방황하는 칼날'(살인자가 된 아버지와 이를 쫓는 형사) 등과 같이 투톱 남자배우들을 앞세운 작품들이 스크린에 물밀 듯 쏟아지고 있다.

안은영 드라마 칼럼니스트는 "스릴러, 첩보, 액션, 미스터리 등 장르물의 인기로 인해 선호받는 브로맨스는 작품의 주제를 설명하는 데 파괴력이 크다"고 짚었다. 남녀가 주인공으로 나설 경우 로맨스 등 거추장스러운 감정이 끼어들며 주제가 불분명해질 수 있으나 남남 주인공의 경우 긴장감을 형성하는 데다 군더더기 없이 직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딸의 죽음으로 살인자가 돼야 했던 아버지와 그를 쫓아야만 하는 형사 억관(위), 영화 '셔틀콕'의 한 장면(가운데), 영화 '표적'의 한 장면(아래)

이와 함께 시장의 문제도 존재한다. 흥행이 검증된 여배우가 절대 부족한 반면 연기력과 매력, 흥행성을 갖춘 남자배우들은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어설픈 남녀 조합으로 작품 전체를 망치기보다, 매력적인 남자들의 조합을 이루는 게 '효율성' 면에서도 낫다는 게 시장(제작사와 방송사, 극장, 수요자 등)의 판단이다.

◆ '브로맨스 정석' 남남케미 꿈꾸려면 이들처럼

오컬트 블록버스터 미국 드라마 '수퍼내추럴'은 악령, 영혼,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다. 화려한 영상미와 훈훈한 외모의 배우들까지 고루 갖춰 많은 팬들의 지지를 얻으며 장수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캐나다의 SF 판타지 시상식인 콘스텔레이션 어워드에서 최고의 SCI-FI TV시리즈로 7년 연속 노미네이트됐다. 시즌10과 스핀오프 제작까지 확정된 상태다.

이 시리즈는 주인공 딘 윈체스터(젠슨 애클스)·샘 윈체스터(제러드 파달렉키) 형제와 천사 카스티엘(미샤 콜린스) 사이의 우정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브로맨스 열풍을 주도했다. '2014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주인공 3인이 브로맨스 부문에 선정되며 9년째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미드 '수퍼내추럴'(사진 위)와 영드 '셜록' [사진=CJ E&M, BBC]

탐정 셜록 홈즈와 파트너 왓슨은 대표적인 브로맨스의 사례 중 하나다. 2010년부터 방송되고 있는 영국 BBC '셜록' 시리즈에서는 좋아하는 남녀 사이를 연상시킬 만큼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돈독하게 표현했다. 어느 상황에서나 냉철했던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시즌3에서 왓슨(마틴 프리먼)의 결혼식을 앞두고 불안, 초조한 마음을 종이접기로 달랜다.

해외 브로맨스물을 즐겨보는 정민선(24)씨는 "남자 주인공 2명 사이에 묘한 관계는 남녀 주인공의 식상한 로맨스와 다른 색다른 느낌을 제공한다"며 "그렇다고 동성애 관계는 아니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거니와 훈훈한 남자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험해보지 못한 관계라 판타지 요소도 크다"고 말했다.

◆ 안방극장까지 점령한 '브로맨스'…주 시청자인 여성층 공략

브로맨스 드라마는 국내에서도 빈번하게 방영된다. 지난해 화제작 '학교 2013' '응답하라 1994' '상속자들'은 남자 인물들 간의 우정 이상의 감정과 기류를 보여줬다. 5일 첫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은 세 형제가 불행한 일로 헤어진 뒤 큰형은 경찰, 둘째는 폭력 조직원, 셋째는 부유한 집에서 자라 서로를 모른 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형제인 걸 알게 된다는 극적인 장치를 넣어 색다른 브로맨스물을 표현할 전망이다.

▲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위) '마녀사냥'의 한 장면(아래 왼쪽), '무한도전'의 한 장면(아래 오른쪽)

브로맨스의 열풍은 예능까지 불고 있다.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자유로 가요제'를 통해 형용돈죵이라는 팀을 이뤄 애정을 과시한 바 있는 빅뱅의 지드래곤과 개그맨 정형돈은 MBC '2013 연예대상'에서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종편채널 JTBC '마녀사냥'에서 영화평론가 허지웅과 가수 성시경은 솔직한 입담으로 찰떡 궁합을 자랑해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출연 제안을 받았으며 한 광고에도 함께 출연한 바 있다. 드라마와 예능의 주 시청자들이 여성인 점을 고려하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다.

◆ '동성 소재' 과거에도 존재… 대중 인식 변화가 인기 재점화 요인

드라마 홍보사 와이트리미디어의 노윤애 대표는 "남자들 사이의 묘한 기류를 다루는 작품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영화에서는 '버디 무비' 장르가 있을 정도였다. 새로운 트렌드라기보다 더욱 확대되고 정교해진 것이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가 개방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예전에는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가 거칠고 불타는 정의감으로 표출됐다면 요즘은 따뜻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들의 우정을 그리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동성애에 관대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도 브로맨스는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진부한 멜로에 지쳐서 혹은 각박한 현실에서 우정 이상의 끈끈함을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 브로맨스가 동성애를 미화시키는 표현이라며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브로맨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요즘을 보면 브로맨스의 전망은 '맑음'이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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