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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운명의 변화구 맞받아친 여배우 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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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운명의 변화구 맞받아친 여배우 정유미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13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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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정확히 10년 전, 공포영화 ‘인형사’에서 기모노 여인으로 단역 출연했다. 2014년 여름, 청춘 공포영화 ‘터널’의 호러퀸이 됐다.

배우 인생의 화양연화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예능프로 ‘우리 결혼했어요’로 내면의 결을 드러내 화제를 모으는가 하면, MBC 일일극 ‘엄마의 정원’과 영화 ‘터널’의 여주인공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영화 개봉(8월20일)을 앞두고 홍보 인터뷰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청동의 카페에서 여배우 정유미(30)와 함께했다. 블랙 숏팬츠 차림의 시원스런 의상이 숨 막히는 더위를 툭툭 털어내는 듯했다.

 

◆ 10년 전 ‘인형사’ 기모노 여인 단역…공포영화 ‘터널’ 호러퀸 도약

“정말 아무 것도 모를 때 ‘인형사’를 찍었어요. 가발 쓰고 기모노를 입으라고 해서 입었고, 와이어에 매달려 있다보니 출연 분량이 다 끝나더라고요. 당시의 제작자와 10년이 지나 다시 만난 인연이 각별하죠. 너무 반가웠어요. ‘으쌰으쌰’하는 기분으로 촬영에 임했어요. 우여곡절이 있었어도 계속 기다리며 같이 했던 건 의리가 아니었나 싶어요.(웃음)”

'터널3D'는 국내 최초로 시도된 FULL 3D 공포영화다. 강원도 탄광촌에 개발되는 최고급 리조트로 여행을 떠난 5명의 친구들이 우연찮게 들어간 폐광 안에 갇히면서 미스터리한 공포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는다. 주목받는 신진 감독 박유택의 입봉작이다.

“공포영화는 CG와 각종 효과가 필요한 장르라 이를 어떻게 구현하느냐를 두고 고민하셨을텐데 자연스럽게 완성된 것 같아요. 요즘 두 글자 제목의 영화가 다 잘 되잖아요. 저희 영화도 잘 되지 않을까요? 후후. 그 외에 장르가 다른 점, 3D가 호러장르를 만났을 때 발생하는 색다른 느낌이 차별화되는 지점이죠. 극장으로 피서 오신다 생각하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터널'의 정유미(사진 위 왼쪽), 연우진(오른쪽), 또래 출연진(아래)

◆ 복합적 캐릭터 은주 맡아 감정조절에 공들여

극중 친구의 권유로 리조트 여행에 합류하게 된 은주 역을 맡았다. 은주는 우발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 불안함에 휩싸인 친구들에게 아무도 찾을 수 없는 폐쇄된 터널에 시체를 숨기자고 제안한다. 모두가 이성을 잃은 가운데서도 침착하게 행동한다. 그러는 가운데 애틋한 감정,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협을 감지하며 불안에 떠는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정유미 역시 은주처럼 차분하다. 여배우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감정의 함정을 너끈히 뛰어넘어 작품과 캐릭터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줄 안다.

“복합적인 은주의 캐릭터가 마음에 와 닿아서 해보고 싶었어요. 공포를 가장 많이 느껴야 하는 일반적인 호러퀸과 달리 은주는 극 후반부에 반전의 키를 쥐고 있어서 초중반에서 공포에 대한 반응 수위를 조절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결말 파트야 쌓아온 감정을 폭발시키면 되니까 오히려 연기하기는 편하거든요. 감독님께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묵직한 모습으로 존재했으면 한다’는 주문을 했고요. 지금은 약간의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더 임팩트를 줬어야 하지 않았나, 동준(연우진)과의 감정선을 진하게 구축해 후반부에 무게감을 확 실었어야 했던 거 아닌가 등등요. 후후.”

 

‘터널’에 출연한 배우들은 현재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다. 탄광촌 개발업체 직원 동준 역의 연우진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연애말고 결혼’의 훈남 의사 공기태로, 대학생 무리의 리더인 기철 역 송재림은 드라마 ‘잉여공주’의 깐깐한 셰프 권시경으로, 걸그룹 멤버인 우희와 도희 역시 가수활동으로 맹활약 중이다.

◆ 동갑내기 파트너 연우진의 ‘연애 말고 결혼’ 성공에 뿌듯

“서로 대화하며 영화를 만들어가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또래들인데다 성격이 다들 좋아서 인생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친구를 얻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죠. 우진이가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고 해서 처음엔 의아했어요. 제가 본 이미지랑 너무 달라서였죠. 그런데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 연기로 너무 잘 하더라고요. 재림이도 그렇고. ‘터널’ 이후 다들 너무 잘돼서 기뻐요. 영화까지 잘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거 같아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수 정준영과 실제 신혼부부를 방불케 하는 케미스트리로 눈길을 끌었다. ‘라디오스타’ 사전 인터뷰에선 연우진이 정유미에 대해 ‘사귀어보고 싶은 이상형’으로 꼽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남자와의 가능성(?)을 묻자 손사래를 친다.

 

“우진이나 준영이나 친구같은 스타일이에요. 같이 많은 걸 할 수 있는 남자죠. 우진이는 동갑이고 연기를 오래 해와서 공통점이 많아요. 배울 부분도 많고요. 자신의 촬영이 없는데도 늘 현장을 지키더라고요. 배종옥 선배님께서 ‘진짜 주인공은 현장을 지키며 호흡을 유지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하고 있더라고요. 전 남친이 너무 달달하고 잘 챙겨주는 게 부담스럽더라고요. 함께 소통하는 스타일을 좋아해요.”

◆ 긴 무명시절 거치며 중심 잃지 않는 여배우로 거듭나

오랜 무명 시절이었다. 1년6개월에 걸친 중국 활동, 소속사와의 문제가 겹치며 무명의 터널은 더욱 짙고 길어졌다. 연기를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대 고비였다. 그런 어려웠던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고 돌아왔더니 소속사 사무실은 없어진 상태고, 그 사이에 동기들은 엄청 떠 있고, 방송환경은 너무 바뀌어져 있더라고요.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 ‘나랑 안맞는 곳인가 보다’ ‘내 길이 아닌가...그만 해야 하나’란 회의에 빠졌죠. 그런데 제가 묵묵하게 정공법을 구사하는 걸 좋아해요. 하다보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거라 확신이 들더라고요.”

운명이 던진 변화구를 피하지 않고 맞받아 쳤다. 영화 ‘황진이’ ‘대왕 세종’ 오디션을 연이어 보며 배역을 하나하나 따냈다. 그러다 2011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답답할 정도의 지고지순한 노향기 역할을 소화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이후 박유천이 출연한 드라마 '옥탑왕 왕세자'를 통해 존재감을 재확인하더니 '원더풀 마마' '엄마의 정원'에 연달아 출연했다.

 

“무명이 길어서, 연기가 안 풀려서 좌절했던 적은 없어요. 되돌아보니 아무리 힘들어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식은 적은 없었고요. 오디션에 가면 매번 새로운 연기를 시도해야 하니 재밌었고, 작은 역할이나마 한 작품 한 작품하면서 대사가 조금씩 늘어났고, 그러면서 시간이 흘렀죠. 지금의 이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관심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를 알게 됐으니 제 무명시절에 감사해요.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겠죠. 잘 되면 흔들리는 상황이 많은데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해주고요.”

시련은 사람을 부숴버리기도, 강한 멘탈로 이끌기도 한다. 정유미는 지나간 것들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앞으로 보여줄 게 많다는 확신으로 인해 느긋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묵묵하게 일하고 싶을 뿐이다. 다만 다양함 속에서도 ‘자신의 옷을 입은 듯 해내는 구나’란 신뢰를 얻는 배우이고 싶다.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20대를 지나 30대가 되니 여유로워져서 좋아요. 결혼생각, 미래에 대한 불안감 따윈 없어요. 지금은 저 자신에 집중하려고요. 연기와 더불어 여행, 스쿠버다이빙, 운동을 즐기며 정유미한테 충실해지고 싶을 뿐이에요.”

 

[취재후기] 오밀조밀한 동양적 마스크의 이 여배우는 예능프로에서 매니저의 만류 문자에도 불구하고 소주 2~3병은 훌쩍 마신다고 털어놓을 만큼 털털하다. 여신급 외모도 아니고, 이미지를 생각하는 스타일도 아니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장르에 대한 두려움이 없듯, 노출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단, 몸을 좀 더 만들고 시도하겠단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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