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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준우승이라 더 값진 폭풍성장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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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준우승이라 더 값진 폭풍성장 밑거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8.31 0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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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파나마 다른 스타일, 압도적 분위기에 고전... 우리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 체격·체력 기를 것"

[인천국제공항=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이상민 기자] 세계 2위 위업을 달성한 리틀야구 전사들이 금의환향했다. 모두가 “우승을 못해 아쉽다”면서도 “어쩌면 그래서 더 약이 됐다”고 이를 악물었다.

지희수 감독, 엄범석 황상훈 코치가 지휘한 12세 메이저(MAJOR) 리틀야구 대표팀이 30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리틀야구연맹 직원, 수도권 팀들의 지도자, 부모, 가족이 대거 자리해 대한의 아들을 박수, 찬사로 맞이했다.

▲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12세 이하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라마데 스타디움에서 거행된 제70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LLWS) 결승전에서 미주 디비전 우승팀인 미드-애틀랜틱 뉴욕 엔드웰에 2-1로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큰물에서 놀아본 경험이 아이들에게 큰 자극이 됐나보다. 저마다 대회를 돌아보며 평을 남겼는데 그간 접해보지 못한 새 야구에 대한 느낌을 생생하게 전했다. 특히 우리를 잡은 파나마, 뉴욕 선수들을 상대로는 신선한 충격을 겪은 듯했다.

◆ 빠른 투구 템포-압도적 분위기에 얼어붙었다 

유일한 초등생으로 월드시리즈에 참가한 박상헌(서울 마포구, 성산초)은 “우리 타자들이 변화구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며 “국내와 비교하자면 특히 미국 투수들의 팔스윙이 빨라 고생했다”고 귀띔했다. 테이블세터로 맹활약한 유정택(서울 광진구, 청원중) 역시 “생각보다 슬라이더나 커브를 많이 구사해 타이밍을 못 잡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은 결승에서 라이언 할로스트(뉴욕 엔드웰)에 5안타 6이닝 완투패를 당했고 카를로스 곤잘레스(파나마)를 상대로는 4이닝 동안 하나의 안타도 때리지 못했다. 지희수 감독은 “상대도 많은 준비를 했더라. 빠른공에 적응한 우리를 상대로 투심과 변화구를 섞더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 주장 최유빈. 그는 "분위기를 뒤집는 힘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고 월드시리즈를 돌아봤다.

김재경(경기 성남 분당구, 잠신중)은 “결승 때 (할로스트가) 기교로 들어오니 타이밍이 맞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준혁(경기 용인 처인구, 성일중)과 최민호(경기 하남시, 배재중)는 “투구 템포가 빨라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며 “치기가 어려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장충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느껴본 것도 값진 자산이다. 2만 명이 들어찬 천연잔디 스타디움. 그것도 뉴욕의 승리를 바라는 이들이 관중의 90% 이상인 탓에 소년들은 기가 죽었다. 김무성(경기 의정부시, 충암중)은 “모두가 USA를 외치니까 말려버렸다”며 “장충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주장 최유빈(서울 광진구, 건대부중)은 “미국 선수들이 분위기를 타더니 흐름을 잡더라”며 “우리가 그걸 뒤집는 힘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안방마님 조준서(경기 하남시, 배재중)도 “스트라이크 존도 좁은 바람에 분위기를 내주면서 말린 것 같다”고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 체격-체력 기르기, 우리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막강 마운드를 구축하는데 제몫을 톡톡히 해낸 사이드암 정준호(경기 의정부시, 인창중)와 왼손 정통파 조원태(서울 강동구, 건대부중)는 “결승전 패배가 좋은 공부가 됐다”며 “이게 끝이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준호는 “파나마나 뉴욕과 상대하면서 느꼈다. 파워가 좋으니 살살 맞아도 타구가 뻗어나가더라”며 “국가대표가 됐다고 중학교에서 건방지게 야구를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성실하게 훈련하고 연습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조원태는 “원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가 돼서, 팀워크를 다져서 준우승해 새로웠다”며 “리틀야구는 끝났지만 내 야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더 열심히 해서 프로구단으로부터 지명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 선수들이 해산하기 전 황상훈 코치(가운데)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이번에 이루지 못한 세계대회 제패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꿈도 내비쳤다. 김무성과 이준혁은 “다음엔 청소년 대표에 뽑혀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다음달이면 리틀야구를 졸업하는 중학생 형들과 달리 내년 월드시리즈 재도전이 가능한 박상헌은 “한번 더 도전해야겠죠?”라고 반문하며 활짝 웃었다.

많은 선수들에게 ‘덩치 불리기’라는 목표가 생겼다. 김재경은 “투수들이 외국인이라 그런지 근육이 발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조준서는 “많이 먹고 잘 크겠다”며 “몸이 둔해진 것 같다. 포구랑 블로킹을 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김무성과 유정택도 “ 힘에서 밀렸다”고 인정하며 “체격, 체력을 키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영관 리틀야구연맹 회장은 “우승을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이 좋은 추억, 경험을 쌓도록 돕는 게 훨씬 중요한 부분”이라며 “월드시리즈를 즐길 수 있도록 연맹에서 더 신경 쓰겠다. 내년에는 더 준비를 잘 하겠다”고 지원을 약속했다.

염원했던 챔피언 자리에 서지 못한 아쉬움은 모두 털어버렸다. 세상에 경쟁자가 많다는 것을, 국내 무대는 좁다는 것을 깨닫고 온 ‘특급 유망주’들은 태극마크를 단 2개월간 몰라보게 성장했다. 그리고 아주 겸손하게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소년들에게서 한국 야구의 밝은 미래를 봤다.

▲ 조준서(오른쪽)를 시작으로 입국장에 들어서는 선수들. 연맹 관계자, 부모, 지도자, 취재진 등 1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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