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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윤형빈 김보성 김신혜 연예인 격투기 도전 '러시'의 이중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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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윤형빈 김보성 김신혜 연예인 격투기 도전 '러시'의 이중시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1.19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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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헌 복싱대표팀 감독의 제언, "작은 경기부터 뛸 필요 있어"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평소에 깡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큰 맘 먹고 도전했지만, 짧은 기간에 무리하게 준비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있었다.”

지난 14일 자선 격투단체 ‘엔젤스파이팅’ 2회 대회에서 정소현(김포 팀맥스 멀티짐)-박연화(더짐랩) 조에 기권패한 걸그룹 ‘러브큐브’ 멤버 디제이 피카는 이렇게 안타까움을 표했다.

디제이 피카는 같은 팀의 리더 김신혜와 짝을 이뤄 여성 2대2 스페셜매치를 치렀다. ‘걸그룹 첫 격투기 도전’으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펀치와 경기운영 능력에서 크게 뒤져 참패당하는 등 그 결과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전문 파이터인 정소현-박연화 조와 비교했을 때 펀치를 날리는 자세부터 현격한 차를 드러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 디제이 피카와 김신혜(오른쪽)가 엔젤스파이팅 계체량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엔젤스파이팅 페이스북 캡처]

한동안 잠잠했던 연예인의 격투기 도전이 줄을 잇고 있다.

2014년 다카야 츠쿠다를 상대로 종합격투기 로드FC 데뷔전을 치렀던 개그맨 윤형빈이 마지막이 될 듯 보였지만, 지난달 10일 배우 김보성(로드FC‧콘도 테츠오와 대결)을 시작으로 많은 연예인들이 격투기에 뛰어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디제이 피카, 김신혜 외에도 아이돌그룹 ‘오프로드’의 리더 이대원이 엔젤스파이팅 대회에 나섰고, 오는 6월에는 걸그룹 ‘솔티’의 멤버인 도아가 입식격투기 단체 맥스FC를 통해 선수로 데뷔한다.

김보성 경기를 통해 인기몰이 했던 로드FC의 사례를 보고 다른 격투기 단체들도 연예인의 옥타곤 데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인데 과연 거기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살펴보자.

◆ "체계적인 검증 필수…2년 이상의 훈련기간 필요하다"

“생활체육을 시작으로 하나씩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처음부터 너무 큰 경기를 뛰는 게 아닌가 싶다.”

김보성의 로드FC 데뷔전을 지켜본 박시헌 복싱 국가대표팀 감독은 왕년에 주먹으로 날렸던 것과 스포츠로 격투기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오는 6월 입식격투기 단체 맥스FC를 통해 파이터 데뷔전을 치르는 걸그룹 솔티의 도아. [사진=맥스FC 제공]

박시헌 감독은 “배우로 복싱 국가대표까지 선발됐던 이시영은 생활체육부터 시작해 아마추어 대회, 전국체전,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쳤다”고 운을 뗀 뒤 “경기장에서 오래 뛸 수 있는 체력과 근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결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5㎞밖에 뛰지 못하는 선수를 마라토너로 키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수반된다. 아무리 이벤트매치라도 작은 경기부터 뛰고 나서 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박시헌 감독은 격투기 종목 특성 상 선수가 부상을 당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기간은 더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로드FC 데뷔전을 치른 김보성은 상대의 마지막 펀치에 안와골절 부상을 당해 많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박 감독은 “만약 김보성이 어릴 때부터 격투기를 연마했다면 어느 정도 방어체계가 정립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다 50대 나이에 연골도 약해졌을 것이다. 상대 선수의 펀치로만 봤을 때는 안와골절로 끝난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박시헌 감독은 연예인이 전문 파이터와 맞붙으려면 최소 어느 정도 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을까. 그는 최소 2년은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력과 근력은 2, 3개월 운동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오버페이스를 하면 부상이 오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2년 정도 훈련한다는 마음으로 길게 보고 몸을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연예인들은 몸이 자산이기 때문에 부상 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의 뼈 있는 조언이다.

▲ 김보성이 지난달 10일 콘도 테츠오와 경기에서 눈을 가격당한 뒤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아무나 옥타곤에 올리는 건 아냐…윤형빈 곧 복귀"

“몇몇 연예인들이 정문홍 대표를 통해 경기를 뛰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아무나 옥타곤에 올리지는 않는다.”

김보성의 격투기 데뷔전을 주최한 로드FC의 해명이다. 경기에 대한 목표의식이 뚜렷한 파이터에게만 옥타곤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박순경 로드FC 홍보팀 대리는 “격투기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있거나 김보성처럼 좋은 취지의 경기를 원하는 파이터들만 기회를 얻었다”며 “예전에 로드FC 무대에 섰던 이승윤은 격투기에 도전하려는 본인의 의지가 매우 강했고, 윤형빈도 그동안 종합격투기를 오랫동안 훈련해왔다”며 경기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돼있었다고 강조했다.

향후 윤형빈이 로드FC에 복귀한다는 소식도 귀띔했다.

박 대리는 “윤형빈은 올해 상반기 복귀를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예전부터 격투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개인훈련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유명인들의 ‘옥타곤 러시’는 연예인이라는 ‘이름값’을 이용해 비인기종목인 격투기를 알린다는 점에서 취지가 나쁘지는 않다. 또 무명 연예인의 경우 격투기 이벤트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수도 있어 양측의 이해는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격투기는 자칫 생명에 지장을 주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선수와 경기시기를 정하는 데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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