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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장애인-비장애인 어울림 스포츠의 길, 유도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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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장애인-비장애인 어울림 스포츠의 길, 유도에서 찾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2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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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비슷해 경쟁도 가능…장애인 유도 선수는 실업·대학팀서 함께 훈련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장애인 스포츠에는 장애인만의 종목이 있는 반면 비장애인도 함께 할 수 있는, 때에 따라서는 경쟁도 가능한 종목도 있다.

골볼이나 보치아, 휠체어농구, 휠체어럭비 등은 장애인들끼리 하는 종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반면 휠체어댄스스포츠나 사이클 같은 경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을 이룬다. 양궁이나 유도는 규정이나 룰이 비슷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쟁도 가능하다. 육상이나 탁구 같은 종목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경쟁을 하기도 한다.

장애인아시안게임과 패럴림픽에 모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유도도 마찬가지다. 유도는 장애인 스포츠에서 유일한 투기 종목이라는 특성 때문에 장애 정도는 다른 종목에 비해 심하지 않은 편이다.

장애인 유도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로 분류되는데 장애인아시안게임과 패럴림픽에서는는 시각장애 선수들만 참가한다. 이들 중에는 앞을 아예 보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고 한쪽 눈만 실명하고 다른 한쪽 눈은 약간의 시력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선수들은 후자인 경우가 많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이민재가 2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장애인아시안게임 유도 60kg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판승을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 비장애인과 함께 훈련하며 눈부신 기량 발전

장애인 유도의 룰은 비장애인 유도의 그것과 비슷하다. 단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앞을 보는데 불편하기 때문에 주심의 인도로 기본자세에서 상대방의 소매깃과 가슴깃을 잡고 시작 지시와 함께 경기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서로 깃을 잡히지 않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비장애인 유도와 달리 깃을 잡고 하기 때문에 깃을 내주지 않으면서 수비 지향적으로 하거나 시간을 끄는 경우는 드물다. 깃을 잡고 순간순간 공격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더 화끈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장애인아시안게임에 나선 선수들은 대부분 비장애인들이 소속된 실업팀이나 대학팀에서 함께 훈련한다. 지난 2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경기를 치른 남자 유도 60kg급의 이민재(23·양평군청)와 66kg급 박종석(20·용인대)도 이런 경우다.

이민재는 경북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있다가 올해 초 양평군청에 입단했다. 이민재의 이력은 특이하다. 시력을 잃기 전이었던 초등학교 때 씨름선수를 했다. 그러나 왼쪽 눈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시력을 잃었다. 이민재는 오른쪽 눈의 시력이 0.1로 살아 있어 사람들의 형체만을 알아볼 수 있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이민재는 현재 최광근과 함께 양평군청에서 실업팀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비장애인 실업팀인 양평군청은 최광근과 이민재를 영입,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스포츠를 실천하고 있다.

2011년 유도로 전향한 그는 처음에는 경북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전향하자마자 2011년부터 장애인 전국체전을 3연패하고 런던 패럴림픽 5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거뒀고 양평군청이 이를 높이 평가해 전격 영입했다.

이민재는 "양평군청에서 다른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은 똑같이 소화한다. 아침과 오전에 1시간 30분씩, 오후 2시간, 야간 1시간 30분 등 하루 6시간 30분의 훈련을 똑같이 한다"며 "비장애인 선수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양평군청의 선배 선수들도 기꺼이 깃을 잡아주면서 훈련을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다.

이민재는 "아무래도 실업팀에 있으니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며 "연봉 수준은 밝힐 수는 없지만 같은 나이 또래의 친구들보다 수입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민재는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민재는 런던 패럴림픽에서도 패자전으로 밀려 동메달결정전까지 나갔지만 아쉽게 패하는 바람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에 이민재는 "패자전으로 일찌감치 밀려 동메달결정전까지 나갔다가 졌던 패럴림픽 기억이 떠올랐다"며 "처음에 기술을 뺏겨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한판으로 역전시켜 기쁘다"고 밝혔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박종석(오른쪽)이 2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장애인아시안게임 유도 66kg 금메달 결정전에서 공격을 펼치고 있다.

◆ 양평군청, 이민재·최광근 등 장애인 대표선수 2명 배출

양평군청에는 이민재보다 먼저 입단한 장애인 선수가 있다. 100kg급의 최광근(27)이 그 주인공이다.

처음 양평군청이 최광근을 영입했을 때는 사회공헌의 일환쯤으로 해석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광근은 비장애인이 경쟁하는 대회에만 출전하지 않았을 뿐 평소에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훈련했다. 또 최광근도 기량이 성장, 세계를 제패하기에 이르렀다.

최광근은 원래 비장애인 선수였다. 고등학교 때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머리에 눈이 부딪히면서 왼쪽 눈 망막이 분리되는 증상으로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유도를 계속해 한국체육대학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후 세계시각장애인 유도선수권에서 2010년과 2011년 2연패를 달성했고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과 런던 패럴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는 등 성과를 거뒀다. 최광근은 이번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

두 선수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양평군청도 두 선수의 맹활약에 뿌듯한 표정을 잃지 않는다.

신희구 양평군청 체육지원팀장은 "최광근은 장애인 유도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고 있어 비장애인 선수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선수여서 함께 훈련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해 영입한 경우"라며 "팀 사정이 다른 팀에 비해 낫지 않아 대표팀 선수를 배출할 위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광근과 이민재가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줘 양평군 입장에서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팀장은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선수가 함께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롤 모델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선수들에 대한 대우도 실력에 따라 차별없이 해준다. 현재 양평군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가 바로 최광근"이라고 설명했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유도 66kg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민재는 용인대에서 비장애인 동료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아직 대학생인 박종석은 용인대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박종석은 "용인대에서 함께 훈련하면서 단 한번도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며 "지난달 미국에서 열렸던 장애인세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나름 자신감을 얻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는데 힘에서 밀려 은메달에 그친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아쉽다. 이기고 있다가 역전당해서 더욱 그렇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 박종석은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2년 뒤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는 기필코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도 함께 밝혔다.

실업팀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국내 장애인 스포츠의 현실에서 기존 비장애인 팀들이 장애인 선수들을 받아들여 함께 훈련하는 것은 분명 훌륭한 대안이다. 별도 장애인 실업팀을 두기 힘들다면 비장애인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유도가 이를 잘 실천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어울림의 스포츠라는 최근 대세에도 잘 맞는다. 장애인 스포츠와 비장애인 스포츠가 공존하고 어울리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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