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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허웅‧허훈, 차두리 2세 스포츠스타, '우리가 금수저라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2.17 12:21 | 최종수정 2017.02.17 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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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농구 대통령’ 허재(52)와 ‘차붐’ 차범근(64).

대한민국 스포츠계, 특히 농구와 축구에 큰 족적을 남긴 스포츠영웅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2세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종업계(?)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허웅(24·원주 동부)과 허훈(22·연세대) 형제, 차두리(37)가 아버지의 후광으로 인해 실력 이상의 후한 평가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 아닌 의혹도 이들을 늘 따라다닌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스포츠계 금수저론’이다.

▲ 차두리(왼쪽)는 국가대표에서 감동의 은퇴식을 가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결국 실력으로 증명하며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사진은 2015년 3월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차두리를 격려해주는 차범근. [사진=뉴시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금수저란 부모의 재력과 능력이 너무 뛰어나 아무런 노력과 고생을 하지 않아도 풍족함을 즐길 수 있는 자녀들을 칭한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는 그랬다. 승마 정유라는 수준 이하의 실력을 가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 입시 등 온갖 특혜를 받았다.

그렇다면 2세 스포츠스타들은 어떨까? 일부 누리꾼들의 의구심처럼 금수저가 맞을까?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부자의 성적표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허재 감독은 현역 시절,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선수였다. 농구대잔치 7회 우승, MVP 2회 수상, KBL 플레이오프 2회 우승 등등. 최근 발표된 KBL 20주년 기념 레전드 12인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990년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이집트를 상대로 홀로 62점을 퍼부어 단일 경기 개인 최다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차범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프랑크푸르트와 바이어 레버쿠젠 등에서 뛰며 98골을 넣었다. 독일 키커지는 1980년대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빛난 외국인 선수로 차범근을 뽑았다. 대표팀에서 넣은 58골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통산 최다 골 기록이다.

아버지의 탁월한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2세들도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허웅은 2014년, 대학 졸업을 1년 앞두고 프로 드래프트에 나와 동부의 유니폼을 입었다. 남들보다 1년 앞서 프로에 도전했지만 지난 시즌 기량발전상을 수상했고 최근 2년 연속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허재 감독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 허웅(왼쪽)과 허훈(가운데)은 허재 감독이 이끄는 농구 대표팀에 동시에 선발돼 삼부자가 함께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누렸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016 FIBA 아시아 챌린지 출전 결단식에 참석한 허재 감독과 허웅, 허훈. [사진= 뉴시스]

허훈은 용산고 시절 대학농구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 최우수상을 2년 연속 수상했고 연세대에 입학해서는 대학농구리그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말 열릴 드래프트의 강력한 1순위 후보다.

차두리는 독일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선수생활 막판 FC서울에서 든든한 맏형의 역할을 해냈다. 국가대표로도 75경기에 나섰다. 공로를 인정받아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모두 성대한 은퇴식을 마련해줬다.

사실 2세 스포츠스타들은 고충을 겪는다. 끊임없이 아버지와 비교당하기도 하거니와 대표팀 발탁 시에는 기량 이상으로 많은 기회를 얻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비난도 받는다.

허재 감독은 지난해 6월 윌리엄존스컵 대회 참가를 앞두고 허웅에 이어 허훈을 대표팀에 발탁했다. 박찬희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동 포지션 대학 최고 선수인 허훈이 대체카드로 선택받았지만 “아버지가 감독이라서 특혜를 준 것 같다”는 일부 누리꾼들의 빈정거림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대회에서 부진한 허웅마저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차두리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에 선발됐던 차두리는 이전까지 올림픽대표팀은 물론이고 20세 이하 대표팀 경험도 없던 선수였다.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뤄내며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차두리 기량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자연스레 아버지의 존재가 영향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말이 차두리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이런 저런 논란을 잠재웠다. 허웅과 허훈은 지난해 9월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챌린지를 앞두고 다시 나란히 대표팀에 승선했다. 허웅은 적중률 높은 3점슛으로, 허훈은 3점슛과 리딩 능력을 입증하며 박수를 받았다.

▲ 차두리(왼쪽)는 선수생활 막판 FC서울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사진은 2015년 10월 FA CUP 결승에서 서울이 인천 유나이티드를 꺾고 차두리가 차범근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주고 포옹을 하고 있는 장면. [사진= 뉴시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피치가 아닌 중계석에서 활약했던 차두리는 해외 무대에서 잦은 이적과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 변경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끝은 누구보다 화려했다. 2015년 아시안컵에서 폭발적인 돌파와 안정적인 수비로 대표 팀의 준우승에 기여했고 FC서울에서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다.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이러한 2세 선수들이 아버지의 이름값 덕분에 자연스레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다양한 지도자를 만나 얼굴도 알리고 눈도장을 찍는 효과들을 무시하기는 힘들다”면서 “국가대표 발탁 같은 부분도 선발 과정에서 유리함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논란이 일 수 있다. 결국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실력이다.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아버지의 이름값은 빛인 동시에 그림자로도 다가온다. 오히려 아버지가 이뤄놓은 거대한 업적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는 안 그랬는데 아들은 왜?”라는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2세들이 느끼는 부담감과 중압감은 어마어마하다.

차두리는 2015년 11월 은퇴식에서 “언제나 기준은 ‘차범근’이었다. 차범근을 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다”며 “나이가 들수록 차범근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위대한 선수였는지 깨닫게 됐다. 차범근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허웅도 인터뷰를 통해 종종 “아버지의 반만 따라가도 성공하는 것”이라며 “아버지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을 한다. 2세 스포츠스타들이 어렸을 적부터 보이지 않는 아버지라는 벽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탁구 스타 안재형(왼쪽)의 아들 안병훈은 미국프로골프(PGA)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사실 국내외에는 2세 스포츠스타들이 즐비하다. 우수한 DNA를 물려받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두루 갖춘다면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 프로화 등 스포츠산업이 갈수록 성장하면서 과거에 비해 2세 스포츠스타의 대물림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외에서는 NBA의 스테판 커리, 현재는 은퇴한 야구 켄 그리피 주니어(이상 미국)와 축구 파올로 말디니(이탈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미국프로골프(PGA)에 진출한 안병훈이 탁구 안재형 자오즈민 부부의 아들로 잘 알려져 있다.

또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의 아들인 베테랑 골퍼 김재호, 야구 조창수와 배구 조혜정의 딸인 여자 골퍼 조윤지, 이종범의 아들인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 유승안 아들들인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유원상(29)과 kt 위즈 유민상 등등 적잖다.

여기서 거론되지 않은 2세 스포츠스타도 다수인데 결국 부모의 후광으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는 스포츠 분야만의 페어플레이 정신 및 공정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허정훈 교수는 “부모가 스타 출신이라면 많은 노하우를 전해줄 수 있고 이미 경험한 길이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자녀들에게도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검증되지 않는다면 그 후광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는 대중 앞에 여실히 결과가 나타난다. 2세 선수들이 출발선에서 다소 유리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부모들이 그 결과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 그나마 공정 공평한 게 스포츠의 매력은 아닐까.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안호근 기자  oranc31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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