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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의 '진짜 레전드'는 주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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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의 '진짜 레전드'는 주희정이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06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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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5번째 8100점, 18년째 코트 지키며 모든 기록 갈아치워

[스포츠Q 민기홍 기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있다.

한국프로농구(KBL)의 주희정(37·서울 SK)이 바로 그런 존재다. 그는 강동희, 이상민, 신기성, 김승현 등과 견줘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만큼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늘 ‘최고인 듯 최고 아닌 최고 같은’ 존재에 그쳤다.

프로 입단 동기인 조상현, 조동현, 황성인, 조우현, 김성철, 강혁 등은 모두 유니폼을 벗었다. 지도자 수업을 받고 후진 양성에 힘써야 하는 때, 정장과 넥타이가 어울리는 나이같지만 주희정은 매년 그래왔듯 18년째 코트를 지키고 있다.

▲ 주희정은 SK의 패스길이 막힐 때마다 코트에 나선다. 출전 시간은 15분에 남짓하지만 그가 나서면 경기 흐름이 달라지곤 한다. [사진=KBL 제공]

프로농구 출범 2년차부터 18년간 변치 않고 자리를 지킨 주희정, 그가 KBL의 ‘진정한 전설’이다.

◆ 기록의 사나이, 현역 2번째 8100득점 

주희정이 또 하나의 값진 기록을 더했다. 그는 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 KCC프로농구 홈경기 KT전에서 1쿼터 종료 1분24초를 남기고 득점에 성공, KBL 통산 5번째로 8100득점을 돌파한 선수가 됐다.

서장훈(은퇴), 추승균(은퇴), 문경은(은퇴), 김주성(원주 동부) 등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주득점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쾌거다. 득점이 전공이 아닌 포인트가드라는 포지션이라는 점, 현역으로는 2번째라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주희정은 ‘기록의 사나이’다. 최다 경기 출장(882경기), 통산 최다 어시스트(5069개), 통산 최다 스틸(1421개), 통산 3점슛 3위(1071개), 현역 토종 선수 중 리바운드 2위(3199개) 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 밀리기를 수차례, 아랑곳 않는 오뚝이 

▲ 주희정은 코트 안팎에서 선수들을 다독인다. 프로 18년차 선배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사진=KBL 제공]

동아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진학한 주희정은 신기성이라는 벽에 막혀 중퇴를 결심한 후 1997년 원주 나래(현 동부)에 입단했다. 첫 시즌부터 신인왕과 스틸상을 거머쥐며 대학 시절 기회를 얻지 못했던 한을 풀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원주에 둥지를 튼 신기성에 또 주전자리를 내주며 삼성으로 밀려났다. 칼을 간 주희정은 삼성에 스피드를 입히며 소속팀을 2000~2001 시즌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자신은 챔피언결정전에서 10.8득점에 11.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비로소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는가 싶었지만 이내 슬럼프가 찾아왔다. 날카로운 패스와 탁월한 코트비전이 온데간데 사라졌다. 게다가 김승현이 프로농구계에 태풍을 몰고오며 그저 그런 가드로 전락했다. 삼성이 서장훈을 영입하며 지공 중심의 농구를 펼치자 더욱 빛을 잃었다.

결국 2004~05 시즌을 마치고 이정석의 트레이드 상대로 안양 KT&G(현 KGC인삼공사)에 둥지를 틀었다.

부활의 서막이었다. 주희정은 마퀸 챈들러, 단테 존스 등 우수한 외국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팀을 진두지휘했다. 2008~2009 시즌에는 15.1점, 8.3어시스트, 2.3스틸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리빌딩에 중점을 둔 팀은 2009~2010 시즌을 앞두고 SK로부터 김태술을 받기 위해 주희정을 버렸다. 30대 후반을 향하는 나이, 주희정이 ‘한물 갔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 2% 부족한 SK, 주희정의 조율에 강호로 거듭나다 

▲ 주희정(오른쪽)은 김선형을 돕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도 하며 때로는 함께 상대의 혼을 빼놓는 속공을 전개하기도 한다. [사진=KBL 제공]

SK는 선수들의 화려한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늘 하위권에 처졌다. 김진, 신선우 감독 등 KBL 우승 청부사들을 사령탑으로 앉혀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2011~2012 시즌 문경은 감독 체제로 전환되며 팀에 변화가 찾아왔다. 주희정은 삼성 시절 함께 우승을 일궈냈던 문 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데뷔와 함께 리그 최고스타로 거듭난 김선형의 ‘완벽한 조력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주희정의 출전 시간은 2012~2013 시즌을 기점으로 15분대로 급격하게 줄었다. 하지만 SK가 답답한 경기력을 보일 때마다 코트에 나서 패스길을 열며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고비마다 무너지던 SK는 산전수전 모두 겪은 대선배가 경기장 안팎에서 중심을 잡자 강호가 됐다.

2013~2014 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15분25초를 뛰며 3.2점 1.4어시스트 1.4리바운드를 기록해 생애 첫 식스맨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만큼이나 가치 있는 상이었다.

주희정은 리그 전 선수를 통틀어 1975년생인 문태종(창원 LG)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어느덧 불혹을 앞두고 있다. 숱한 시련에도 아랑곳 않고 역사를 써내려가는 그를 보면서 농구팬들이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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