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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마지막 올스타전, 모두 외친 '국민타자! 가지 마오' [SQ현장]고향 대구서 올스타전 피날레 "행복하다, 56경기 후회없이 마무리"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7.16 10:29 | 최종수정 2017.07.16 15: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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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주현희 기자]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을 위한, 이승엽을 위한 올스타전이었다. 야구팬도, 이승엽을 동경한 후배들도, KBO도 전부 '국민 타자'를 떠나보내기 싫어했다.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거행된 2017 타이어뱅크 KBO(프로야구) 올스타전은 이승엽이 일군 업적을 기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장소가 이승엽의 고향인 대구였기에 그 감동은 갑절이 됐다.

▲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득점한 이승엽이 후배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KIA팬 "이승엽은 모두의 선수"  

오후 3시 50분. 이승엽의 단독 사인회가 시작됐다. 후배들은 넷 또는 다섯이서 한 팀을 이뤄 행사에 참가했지만 이승엽은 홀로였다. 36번 유니폼을 착용한 이, 대구의 야구 유망주 등이 설레는 마음으로 전설을 손꼽아 기다렸다.

A4 용지와 야구공, 삼성 유니폼은 기본 이승엽 카드와 모자, 배트에 배팅 장갑까지 이승엽의 흔적을 원하는 대상이 다양했다. 부녀 지간, 모녀 지간, 친구끼리, 나이가 지긋한 분부터 3세 유아까지 연령 폭도 넓었다.

KIA(기아) 타이거즈 유니폼을 착용하고 온 20대 여성팬도 있었다. “이승엽 선수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뛸 때 멋져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는 전다솔 씨는 “고향 때문에 KIA를 응원하지만 이승엽은 야구팬 모두의 선수 아닌가. 4시간 걸려 내려왔다”고 말했다.

▲ 단독 팬 사인회에서 어린 아이에게 사인공을 건네고 있는 이승엽(오른쪽). [사진=뉴시스]

훗날 대선수를 꿈꾸는 대구 지역 학생 야구선수들은 이승엽과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다. 양상원(경운중 3년)은 “길이 기억될 분이다. 많이 설렌다”며 “대구에선 신같은 존재인데. 아직도 잘 하시는데 은퇴해서 아쉽다. 나도 인성과 실력을 갖춘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성민(대구중 3년)은 “은퇴가 너무 이른 것 같다. 물러나시더라도 TV에서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승엽처럼 36번을 달고 있는 장재혁(대구중 2년)은 삼성이 일요일마다 착용하는 하늘색 유니폼과 자신이 사용하는 배팅장갑을 수줍게 내밀었다.

이승엽은 “잘 하고 있지?”라고 묻고 “부럽다. 좋은 시간이다”라고 한참 어린 후배들을 격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저 친구들 중 과연 몇이나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스태프들이 시간이 없다고 통제하는 가운데서도 이승엽은 최대한 많은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많이 생각나는 팬이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라는 그는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나아지긴 했지만 더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품격을 뽐냈다.

▲ 구본능 KBO 총재(오른쪽)가 이승엽에게 헌정 유니폼을 특별 선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후배도, KBO 총재도 이승엽 예우

이승엽이 오고 가는 곳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이승엽은 손을 흔들고 모자를 벗어 호응에 응답하기를 반복했다. 드림 올스타, 나눔 올스타의 젊은 선수들은 이날만큼은 이승엽을 동료가 아니라 우상으로 대하는 것 같았다.

전반기를 홈런 선두로 마친 최정(SK)은 “제가 이승엽 선배님과 같이 언급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전날 이승엽에게 “아버지(이종범)를 넘는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들은 올스타전 최연소 베스트 이정후(넥센)는 “대선배님께 그런 말씀을 들어 영광스럽다”고 했다.

KBO는 “예우를 최소화 해달라”는 이승엽의 요청에 따라 행사를 대폭 줄였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다. 물러나는 이승엽을 아쉬워하는,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UCC 영상을 대형 전광판에 상영했다. ‘올타임 넘버 원,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 시구에 만족하지 못하는 장남 이은혁 군(왼쪽)을 격려하는 아버지 이승엽.

구본능 KBO 총재는 본 경기에 앞서 특별 제작한 헌정 유니폼을 이승엽에게 직접 전달하며 23년간 프로야구를 지탱해온 그를 따뜻하게 안았다. 이승엽은 “많은 추억을 남겨주시고 떠날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야구선수가 된 게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고 인사했다.

이승엽의 장남 이은혁, 차남 이은준 군이 시구, 시타자로 참가한 시구 행사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부전자전. 둘 다 아버지처럼 왼손을 썼다. 노란 승용차를 타고 좌익수 방면에서 입장한 형제는 멋진 폼으로 투구하고 스윙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승엽의 아내 이송정 씨는 중앙 지정석에서 ‘함께 사는 세 남자’의 퍼포먼스를 휴대폰으로 찍었다. 국민 타자를 내조하는 미녀로 자주 주목받았던 그는 이승엽을 ‘100점짜리 아빠이자 야구선수’이지만 ‘남편으로는 80점’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선수들이 그라운드 중앙에 도열했다. 각 선수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박수가 나왔다. '포스트 이승엽' 구자욱(삼성)이 등장할 때 커진 환호성은 이대호(롯데) 때 더 커지더니 이승엽 때 절정을 이뤘다. ‘라팍’은 떠나갈 듯 했다.

▲ '국민 타자'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모두가 아쉬워했다.

◆ 56경기 남은 23년 여정, "후회 없이 마무리하겠다"

이승엽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팀 배팅 보다는 홈런을 노리겠다. 얻어 걸려도 좋으니 넘겨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 레전드 선배인 양준혁이 떠나던 해인 2010년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대포를 작렬, 큰 감동을 안긴 걸 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승엽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5번 지명타자로 출격한 그는 1회 양현종(KIA) 상대 좌익수 뜬공, 3회 배영수(한화) 상대 1루수 땅볼, 4회 김진성(NC) 상대 2루타, 6회 김윤동(KIA) 상대 볼넷, 7회 김상수(넥센) 상대 2루수 땅볼, 9회 정우람(한화) 상대 유격수 뜬공을 기록했다.

▲ 한화 김태균(오른쪽)이 경기 직후 이승엽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 셀 수 없이 많은 타격 기록을 보유했고 정규시즌 MVP 5회(1997, 1999, 2001~2003), 한국시리즈 MVP(2012) 1회를 차지했던 이승엽이지만 결국 올스타전 MVP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승엽은 경기 후 “홈런을 노리고 풀스윙을 했는데 마음먹은 대로 안되더라. 초반에 치기 좋은 공이 많이 왔는데 점수 차가 벌어지니 (나눔 투수들이) 안 주더라"며 ”미스터 올스타를 받지 못한 것은 내 복이다. 내 능력이 여기까지인가 보다“고 웃었다.

단일 시즌 최다 홈런(56개, 2003)부터 홈런(459개), 타점(1466개), 득점(1328개), 루타(3983개) 등 통산 기록, 올스타전 최고령 베스트 올스타(40세 10개월 27일)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만큼 공을 세운 이승엽의 여정은 이제 후반기 56경기로 마침표를 찍는다.

“경기 전 유니폼 증정식 때 조금 찡했다. 대구 올스타전에서 관중들의 함성이 큰 힘이 됐다”는 이승엽은 “56경기에서 후회 없이 끝내고 싶다.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없을 것 같지만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민기홍 기자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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