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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자발적 격리, 그 아찔한 두근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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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자발적 격리, 그 아찔한 두근거림!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4.12.01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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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눈을 감는다.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눈꺼풀이 시선의 의미를 놓아버린 게 아니다. 보이는 공해를 차단해 자신을 현실과 격리시키는 행위다. 자발적인 격리, 그것이 눈을 감는 이유다.

우리는 언제 어떤 순간에 눈을 감을까?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어 120% 보여줘야 하는 순간 눈을 감는다. 사방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불규칙한 자신의 숨 소리에 주변의 소음이 아득해지면 비로소 생각의 틀 속에 격리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어둠 속에서 우리는 정리를 할 수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없어지고 능력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부질없어 진다. 오로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 집중하게 된다.

발표를 앞 둔 회사원이나 시험을 앞 둔 수험생뿐만 아니라 취재 현장에서도 이러한 자발적인 격리행위는 자주 일어난다.

▲ 3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 공연중인 십센치 권정열과 윤철종.

음악을 이야기해 보자. 지난 11월 18일 서울 대학로 해피씨어터에서 십센치의 세 번째 정규앨범 '3.0' 쇼케이스가 있었다. 거리에서 무대로 바뀐 공연 장소와 주요 매체들의 뜨거운 관심이 부쩍 커진 그들의 현재를 말해주는 듯 했다.

갑작스런 관심이 부담스러웠을까? 십센치의 첫인사는 다소 들떠 있었다. 그래서 부산스러워 보였다. 저래서 실력을 보여 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쇼케이스가 시작되고 그들의 노래를 듣는 순간 불안은 기우로 바뀌었다.

▲ 눈을 감고 노래하는 십센치 권정열.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음악에 온전히 빠져든 그들의 모습은 진정 행복해 보였다. 윤철종의 애절한 기타 소리와 권정열의 달콤한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타이틀곡 '그리워라'의 미묘한 감정선이 눈앞에 그려졌다.

▲ 눈을 감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십센치 윤철종.

눈을 감고 노래하는 모습이 그들 공연의 본래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래하는 내내 십센치는 자발적인 격리를 했다. 그로 인해 들뜬 마음이 정리되어 관객들에게 솔직 담백한 모습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느낌을 조금이나마 알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 곡에서는 나 역시 사진 찍기를 멈추고 눈을 감을 만큼 그들의 음악은 매력적이었다.

 

스포츠 현장에서도 눈을 감는 행위는 자주 일어난다. 지난 11월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경기에서 목격된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을 이야기해 보자.

고양 오리온스와 경기를 앞 둔 이상민 감독의 서울 삼성은 9연패 중이었다. 상대적으로 강팀인 고양전에서도 패한다면 무려 10연패의 수렁에 빠질 수 있었다. 초보 감독에겐 가혹한 신고식인 셈이다. 그래서 더 절박했을 이상민 감독은 선수들이 입장하고 애국가가 연주되자 두 눈을 감고 마치 기도를 드리는 듯 손을 모았다.

▲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이 경기 시작전 애국가가 연주되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표정에서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제발 이길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건 눈을 감고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자신을 격리시킨 모습이었다.

▲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열정적인 지휘를 했다.

감독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서울 삼성은 고양 오리온스와 역전과 재역전을 주고받으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경기를 펼쳤고 결국 서울 삼성의 김동우가 기적 같은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며 올시즌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 서울 삼성 선수들이 김동우의 버저비터로 기적같은 역전승이 확정되자 서로 얼싸안으며 감격하고 있다.

이처럼 눈을 감아야 더 보여줄 수 있는 경우는 수 없이 많다. 만약 당신이 스포츠 현장에서든 공연장에서든 그런 순간을 목격한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함께 눈을 감고 그 아찔한 두근거림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 김동우의 기적같은 버저비터로 9연패 탈출에 성공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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