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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의 V파노라마] 황동일-류윤식-손현종, V리그 '미완의대기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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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의 V파노라마] 황동일-류윤식-손현종, V리그 '미완의대기 전성시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11.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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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미완(未完)의 대기(大器)’. 대기만성(大器晩成)에서 유래한 이 말은 ‘큰 그릇이 될 조짐은 보이는데 완성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자기와 싸움을 끊임없이 펼쳐야 하는 스포츠에서 이 말이 종종 사용되는데, 잠재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 황동일(6번)이 15일 현대캐피탈전에서 득점이 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프로배구 남자부에서는 황동일(31), 류윤식(28‧이상 대전 삼성화재), 손현종(25‧의정부 KB손해보험)이 ‘미완의 대기’에 어울리는 선수들이다. 헌데 이들이 2017~2018시즌 V리그에서 나란히 껍질을 깨고 비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시적인 상승세일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는 출발점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올 시즌 2라운드까지 보여준 퍼포먼스는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황동일은 경기대 시절만 해도 한국 세터의 계보를 이을 유망주로 손꼽혔지만, 프로에서는 여러 팀과 포지션을 오가며 마음고생을 했다. 서울 우리캐피탈(2008년)을 시작으로 구미 LIG손해보험(2008~2011년‧KB손해보험 전신), 인천 대한항공(2011~2014년) 등 여러 팀을 떠돌았다. 유니폼을 갈아입는 동안 백업 세터, 라이트 공격수, 센터까지 소화했지만 어느 자리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

오프 시즌 유광우가 서울 우리카드로 떠난 뒤 주전 세터 자리가 비었고, 황동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올 시즌 세트 당 10.250개의 세트를 기록하며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많은 세트를 성공한다는 건 그만큼 분배 능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동일의 빼어난 경기 조율 덕에 박철우(공격 성공률 58.55%‧1위)와 타이스(공격 성공률 53.33%‧4위)는 나란히 공격 종합 톱5에 들었다. 상대 블로커를 속이는 플레이도 능한 황동일은 15일 천안 현대캐피탈전에서도 팀 공격 성공률 59.45%를 이끌어내며 3-0 승리를 견인했다. 그의 활약 속에 삼성화재는 개막 2연패 뒤 6연승(승점 17)으로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 프로 입성 후 여러 팀과 포지션을 거친 황동일은 올 시즌 삼성화재에서 주전 세터로 꽃을 피웠다. [사진=KOVO 제공]

황동일은 15일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하고자하는 의욕이 높다. 자만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게 연승의 비결인 것 같다. 현대캐피탈이 라이벌이지만 즐기면서 플레이하자고 했다”면서 “올 시즌 2연패로 시작했음에도 끊임없는 성원 주셔서 감사하다. 연승 중이지만 겸손한 마음으로 배구해서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종 기습적인 공격을 해 공격형 세터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황동일. 아내와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가장이 되려 하는 그가 프로 10년 만에 꽃을 피웠다.

2014년 1월 2대2 트레이드 때 황동일과 함께 삼성화재로 이적한 류윤식도 올 시즌 수직 향상된 기량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윙 스파이커(레프트)로서 수비에서 팀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올 시즌 류윤식은 리시브 1위(세트 당 4.719개), 수비 1위(세트 당 6.250개)를 달리는 중이다. 비시즌 수비 향상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그는 한층 안정된 리시브와 디그로 팀 연승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전에는 서브를 받을 때 종종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요즘은 빠른 판단력으로 세터가 최상의 토스를 펼칠 수 있게끔 공을 받아내고 있다.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봄 배구에 실패했던 지난 시즌, 수비에서 큰 약점을 보였던 삼성화재는 올 시즌 각성한 류윤식을 중심으로 특유의 끈끈한 수비 조직력이 살아나고 있다.

▲ 류윤식이 15일 현대캐피탈전에서 공을 받아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KB손해보험 왼쪽 날개 공격수 손현종은 부상 악몽을 딛고 올 시즌 재도약에 성공했다.

인하대 시절부터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를 소화한 탓에 프로 입성 후 수비형 레프트로 뛰는 게 녹록지 않았던 손현종은 리시브에서 종종 불안감을 노출했다. 수비에 발목 잡힌 그에게 주전 자리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오른 새끼발가락 피로골절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쉰 손현종은 심기일전하며 올 시즌을 맞았다. 신임 권순찬 감독의 조련 속에 서브에서 힘을 키운 그는 지난 12일 우리카드전에서 결정적인 에이스를 뽑아내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만년 하위팀이었던 KB손해보험은 승점 14(5승 3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 손현종이 12일 우리카드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손현종은 우리카드전 직후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자신 있게 때리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다. 감독님이 평소에 서브 범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지 않기 때문에 서브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경기를 지는 것에 대해서 자존심 상하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내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강원이 형이 부진할 때 감독님과 술잔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난 그렇게 하기 전에 잘하겠다”며 웃었다.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도 있다. 프로 선수로 뛰며 오랫동안 쓴맛을 봤던 황동일과 류윤식, 손현종이 빼어난 플레이로 배구의 달콤한 맛을 음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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