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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환절기', 한국 영화 변화의 신호탄… '여성'과 '퀴어'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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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환절기', 한국 영화 변화의 신호탄… '여성'과 '퀴어'를 말하다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8.02.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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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최근 한국 영화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남성중심, 폭력적 영화들이 난무하다는 지적이 꾸준한 가운데 충무로의 새로운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환절기'는 그 변화의 첫 시작을 알리는 영화다.

'환절기'를 제작한 명필름은 새로운 흐름의 중심에 서있는 영화사다. 지난 2017년 나문희 주연 '아이 캔 스피크'를 제작하며 여성 영화의 한 흐름을 이끈 명필름은 2018년 '여성 중심 영화' 세 편('환절기', '박화영', 당신의 부탁')을 개봉한다. '환절기'는 그 중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나는 영화다. 

그렇다면 영화 '환절기'가 지금 2018년, 한국영화계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 동시대 시대정신, '여성'과 '퀴어'

 

영화 '환절기'는 아들의 비밀을 알게 된 중년 여성 미경(배종옥 분)의 시선을 좇는다. [사진 = 영화 '환절기' 스틸컷]

 

영화의 예술적 기능 중 하나는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이야기 속에 녹여낸다는 점이다. 지난해 개봉한 '택시운전사'와 올해 흥행한 '1987'은 당시의 정치적 격동과 최근의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최근 충무로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시대 정신은 다양성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경우 유색인종, 성소수자, 여성을 조명하는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고 있다. 지난해 아카데미에서 호평을 받았던 '문라이트'는 흑인 게이의 삶을 담은 영화다. 2016년 개봉해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모았던 영화 '캐롤' 역시 1950년대 레즈비언의 삶을 담았다. 

'여성 중심 영화' 역시 최근 영화계의 경향이다. 할리우드는 '오션스 일레븐'의 여성 버전인 '오션스 나인'을 제작하고 2016년에는 인기 코미디 액션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를 여성 주인공으로 리부트했다. 세계적인 SF 프랜차이즈 영화인 '스타워즈'에서는 여성 주인공들이 등장해 활약했다. 

다양성을 중시한 세계 영화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한국 영화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부재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범죄, 느와르 영화가 주류가 되며 여성을 배제한 폭력적인 서사가 영화계의 주류가 됐다. 비슷비슷한 배우들이 주연을 꿰찬 남성 중심의 영화들이 흥행하며 영화의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우려 또한 높아졌다.

'환절기'는 한국 영화의 현 상황 속에서 돋보이는 영화다. 중년 여성 배우인 배종옥이 주연을 맡았다. '환절기'에서 배종옥이 연기한 인물인 미경은 아들의 사고로 자신이 몰랐던 아들의 비밀을 알게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남성 캐릭터들 역시 기존의 한국 영화들과 다르다. 용준(이원근 분)과 수현(지윤호 분)은 성소수자로 등장한다. '환절기'는 섬세한 연출로 '비주류'인 세 사람의 감정을 쫒는다. 아들의 남자친구를 인정할 수 없던 미경은 점차 용준과 동질감을 가지며 연대하게 된다. 

배종옥은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작품이 없다. '환절기'가 여성 배우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첫 시작 영화가 될 뿐만 아니라 작품으로도 평가받길 바란다"며 영화 '환절기'가 가진 의의를 설명했다.

# 영화 '환절기', 문학을 따르다… 윤이형의 '루카'와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환절기'에서 용준(이원근 분)과 수현(지윤호 분)은 연인 사이다. [사진 = 영화 '환절기' 스틸컷]

 

'환절기'는 동성애자 아들의 연인을 만나며 발생하는 갈등과 고뇌를 영화 내에서 풀어냈다. 그동안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은 동성애자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과 달리 '환절기'는 동성애자 아들을 둔 엄마의 시선을 좇는다.

'환절기' 이전 한국 사회의 부모-자식 관계와 성소수자 문제를 엮은 이야기는 여럿 존재했다. 문학에서는 이미 2010년대부터 이런 흐름이 포착됐다. 윤이형 작가의 '루카'는 아들을 잃은 후 아들의 남자친구와 대면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2017년 여성 중심 소설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역시 비슷한 서사구조다. 딸과 딸의 여자친구와 한 집에서 살게 된 중년 여성의 시선을 담은 이 소설은 한국 사회 속 가족과 성소수자의 삶, 여성의 삶을 엮으며 사랑받았다.

영화 '환절기'는 이런 문학의 흐름이 영화계까지 이어졌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2018년 한국 영화계의 변화는 시작됐다. '환절기'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다양한 장르, 소재의 영화들이 등장할 수 있을까? 비슷비슷한 남성 중심 영화들의 흥행 속 '환절기'의 등장이 영화 팬들에게 유달리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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