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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염력' 상상력은 좋지만… 심은경·정유미의 또 다른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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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염력' 상상력은 좋지만… 심은경·정유미의 또 다른 매력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8.01.2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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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UP
- 의심할 필요 없는 연상호 감독의 상상력
- 해맑은 악당 정유미와 신스틸러들

DOWN
- 류승룡과 심은경의 관계 회복 서사 약해
- 현실과 닿아 있는 지점, 호불호 갈릴 듯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두 개의 문’과 ‘공동정범’ 그리고 ‘염력’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인가. 장르와 감독, 출연 배우 등 비슷한 점을 찾기 어려워 보이는 세 작품은 모두 도시개발로 인한 철거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 영화 '염력']

 

‘두 개의 문’과 ‘공동정범’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홍보 단계에서부터 용산 참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그러나 ‘염력’은 초능력이라는 다소 엉뚱한 소재로 현실을 이야기한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주로 선보이던 연상호 감독은 상업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감독이 됐다. 그는 앞선 작품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현실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누구도 쉽게 하지 못했던 상상을 녹여 내는데 성공하며 호평 받았다.

그가 선보이는 새 작품 ‘염력’ 역시 아주 현실적 이야기에 그만의 상상력을 담았다. 바로 ‘도시개발 현장 한 가운데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면?’이다.

영화 ‘염력’은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되는 신석헌(류승룡)이 딸 신루미(심은경)를 찾아가며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품은 신석헌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방식과 부녀의 관계 회복을 담아내려 한다.

 

[사진= 영화 '염력']

 

그러나 ‘염력’은 류승룡과 심은경의 관계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다소 허술하게 풀어낸다.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아빠를 10년 만에 만난 딸, 그런 딸에게 “돈은 내가 벌게, 너는 공부를 해야 한다”며 그의 인생을 재단하려 하는 아빠. 두 사람의 관계는 흡사 연인의 가벼운 다툼처럼 그려지며 딸 심은경이 가지고 있는 상처 속으로 깊게 들어가지 못한다. 또한 두 사람의 갈등 과정에서 신석헌은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기까지 한다. 

부녀의 갈등 해소는 '부산행'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빠는 딸의 아주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동시에 희생이라는 선택을 한다. 전개 뿐 아니라 연출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진행되며 관객들에게 기시감을 주기도 한다. 보통의 히어로 영화가 그렇듯 ‘염력’ 역시 위기에 빠진 딸을 아빠가 구해내며 자연스럽게 ‘용서’를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염력’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초능력을 다룬 판타지 영화임에도 현실적 내용이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초현실적 소재를 다룰 때에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연상호 감독의 이야기처럼 ‘염력’은 도시개발 현장의 소시민 이야기다.

직접적으로 언급되거나 표현되지 않지만 ‘염력’ 속 도시개발 장소는 2009년의 용산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영화 속 경찰과 용역들의 합세, 옥상으로 도망가는 주민들, 공중으로 떠오르는 컨테이너와 그 속의 경찰들. 이 모든 이미지들이 용산 참사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사진= 영화 '염력']

 

연상호 감독은 연속해 이어지는 장면들로 작품의 분위기가 무거워질 수 있는 상황에 유머 코드를 더해 웃음을 유발한다. 또 애니메이션 속 움직임처럼 그려지는 주인공의 초능력이 시선을 끌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와 비슷한 사건을 웃음으로 소비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염력’ 연상호 감독의 뛰어난 상상력은 배우들이 연기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낸다. 심은경은 치킨집으로 자수성가한 청년 사업가로서의 모습부터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하는 모습까지 폭 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홍상무 역으로 등장하는 정유미 역시 독특한 매력을 과시한다. 정유미는 해맑고 귀여운 기존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긴장감을 더하는 악당의 역할을 정확하게 해낸다.

정유미의 편에 서 있는 도시개발 관련 용역 업체의 민사장(김민재)과 그의 오른팔 태항호 역시 시선을 끈다. 김민재와 태항호는 악당이라 하기에는 어리숙하고 허당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며 신스틸러로 활약한다.

 

[사진= 영화 '염력']

 

변호사 김정현 역의 박정민 역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한다. 박정민은 의욕을 앞세워 정의 구현을 외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현실적 대응을 선택한다. 그는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존재감을 과시하며 왜 충무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배우인지를 증명한다.

이렇게 좋은 캐릭터들이 있는 영화에서 염력을 갖게 되는 인물이 류승룡인 점 역시 사뭇 아쉽게 다가온다. '염력'은 류승룡이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되는 이유를 어떤 서사도 없는 '우연'으로 포장한다. 이는 캐릭터가 설득력을 얻는데 실패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류승룡이 아닌  시장을 지켜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한 심은경에게 염력이 생겼다면 어땠을까.

영화 ‘염력’은 초능력이라는 독특한 소재 안에 도시개발이라는 현실적 이야기를 녹여내려 했다. 현실과 닿아 있다는 지점과 초능력이라는 독특한 소재, 그리고 무게감을 덜기 위해 사용한 웃음 코드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류승룡과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 정유미 등 배우들의 호연이 부족한 지점을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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