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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0.01초 뒤져 銀' 차민규, 평온한 세리머니 뒤에 숨은 아쉬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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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0.01초 뒤져 銀' 차민규, 평온한 세리머니 뒤에 숨은 아쉬움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2.20 0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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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성격이) 차분해서 차민규인가 봅니다.”

너무도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은메달리스트의 표정이 무덤덤한 것을 본 배성재 SBS 캐스터가 이렇게 말했다.

8년 만에 한국 남자 빙속의 올림픽 메달 명맥을 이은 차민규(25‧동두천시청)는 차분히 간이 시상식의 포디엄에 올랐다. “폴짝 뛰어야 하는데”라고 한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의 말과는 다르게.

 

 

차민규는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레이스에서 34초42를 기록, 은메달을 획득했다.

14조 아웃코스에서 뛸 당시에는 2002년 솔트레이크올림픽에서 케이시 피츠란돌프(미국)가 작성했던 34초42의 올림픽 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28명 중 1위였다. 하지만 이후 16조에서 레이스에 나선 호바르 로렌첸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단 0.01초의 차이였기에 더 아쉬웠다.

차민규가 몹시 아쉽게 우승을 놓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열린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차 대회에서 34초31을 기록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운 것.

당시 차민규는 캐나다의 알렉스 보이베르 라크루아(34초31)에게 간발의 차로 밀리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때는 단 0.001(1000분의 1)초 차였다. 이번에도 차민규는 매우 미세한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은메달이 결정된 순간부터 방송 인터뷰, 간이 시상식을 마칠 때까지 평온한 모습을 보였던 차민규.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세계 2위에 오른 것도 충분히 감격할만한 일이지만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친 게 아쉽진 않을까.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차민규는 “목표한 기록이 나와 성공했다고 느꼈다”고 하면서도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 있겠다 했는데 아쉽긴 아쉽다. 솔직히 상대 선수들이 실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차민규에게 0.01초란?’이라는 질문에 “짧은 다리”라고 말해 현장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유쾌하게 표현한 것.

로렌첸이 자신의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우는 모습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묻는 말에는 “약간 놀랐다”면서 “목표가 3위권이었기에 겸손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까워서 다시 한 번 뛰어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엔 “저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시 타면 더 잘 탈 수 있다”며 웃었다.

 

 

차민규는 귀에 익지 않은 이름이다. ‘빙속 남자 500m’하면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차민규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국내 선발전을 앞두고 발목 부상을 입어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후 4년간 재활과 훈련에 몰두하며 절치부심했고, 마침내 이날 인생 최고의 하루를 맞았다.

“(4년 전 부상 이후) 진로를 바꿔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며 말을 이어간 차민규는 “그나마 재활이 잘 돼 복귀할 수 있었다. 소치 올림픽에 못 나간 만큼, 평창 올림픽은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2011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차민규는 같은 케이스인 이승훈, 박승희처럼 성공 사례를 남겼다.

미소가 돋보이는 스물다섯 청년 차민규의 시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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