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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림-고운소리 '환상 호흡' 있으매, 알파인스키도 일낸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종목 소개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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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림-고운소리 '환상 호흡' 있으매, 알파인스키도 일낸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종목 소개 ④]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3.0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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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눈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가파른 설원을 내려올 수 있을까. 비장애인에게도 버거운 운동인 스키를 시각장애인이 탄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는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불가능한 일을 척척 해내는 선수가 있다. 국내 유일의 시각장애인 여자 스키선수인 양재림(29‧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한국 알파인스키의 ‘에이스’로 불리는 양재림은 선천적으로 시력이 좋지 않았다. 미숙아 망막 병증을 앓고 태어나 왼쪽은 전맹, 오른쪽은 10분의 1만 보이는 상태다. 5살 때 양쪽 눈의 균형을 위해 스키를 배운 그는 미술에도 소질이 있어 이화여대 동양학과를 졸업했지만 2010년, 스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스키를 탄 이후로 범상치 않은 행보를 이어갔다. 입문 직후 뉴질랜드 남반구컵 회전에서 2위, 대회전 슈퍼대회전에서 각각 3위를 차지했고, 첫 출전한 2014년 소치 동계패럴림픽 대회전에서 4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아깝게 메달을 놓쳤지만 올림피아드 메달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2017년에는 미국 캐스퍼월드컵 BT middle 1위/BT 스프린트 1위,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 SL 1위/GS 1위, 2017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이탈리아 세계선수권 SL 5위/GS 6위의 호성적을 연거푸 거뒀다.

양재림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숨은 조력자의 역할이 컸다. 그와 함께 스키를 타며 호흡을 맞춘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23‧국민체육진흥공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둘은 2015년 8월부터 호흡을 맞췄는데, 함께 설원을 누빈 이후 위처럼 좋은 성적을 냈다.

시각장애(B1∼B3) 스키는 선수와 가이드 러너가 무선 헤드셋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활강한다. 앞서 달리는 가이드 러너는 매 순간 코스 상황을 알린다. 선수는 가이드 러너의 신호에 따라 활강 속도와 움직임을 결정한다.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이 경기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2016년 1월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양재림이 무릎 부상을 당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둘은 3년 동안 친자매처럼 가까이 지내며 빼어난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평창 패럴림픽 4개 종목(회전, 대회전, 슈퍼대회전, 슈퍼복합)에 출전한다. 1개 이상의 메달을 따는 게 이들의 목표다.

 

 

장애인 알파인스키는 시각장애 외에도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참가하는 좌식(LW10∼LW12), 절단 장애인이 출전하는 입식(LW1∼LW9)이 있다.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은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동일하다. 결승점을 통과한 기록을 선수의 해당 장애등급을 곱해 나온 최종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때문에 결승선을 1등으로 통과한다고 해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는 건 아니다.

선수들이 착용하는 장비도 비장애인과 다르다.

입식 선수들은 비장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스키화를 신고 폴을 사용한다.

반면 좌식 선수들은 휠체어 아래에 바퀴 대신 스키를 부착한 아웃트리거를 이용해 앉은 채로 경기한다.

한국의 역대 동계패럴림픽 은메달 2개 중 하나가 이 종목에서 나왔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한상민(39)이 은메달을 땄는데, 이는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두를 통틀어 한국 선수가 설상 종목에서 따낸 최초의 메달이었다. 한상민은 이치원(38)과 함께 좌식 경기에 참가한다.

또 다른 시각장애 선수 황민규(22)는 가이드 유재형(27)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시각장애 선수가 메달을 획득하면 가이드 러너도 함께 포디엄에 올라 메달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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