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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김남주, "'미스티'와 고혜란은 내 인생 또 다른 터닝 포인트… 연기 욕심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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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김남주, "'미스티'와 고혜란은 내 인생 또 다른 터닝 포인트… 연기 욕심 생겼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8.04.06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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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데뷔 24년.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캐릭터의 특성이 돋보이는 대사부터 입는 옷, 헤어스타일, 가방, 귀걸이 등 화제가 안 된 것이 없다. 바로 드라마 ‘미스티’에서 고혜란을 연기한 김남주 이야기다. 본인은 부정하지만 지난 6년 동안 브라운관을 떠나있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해 낸 김남주는 ‘천생 배우’다.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종합편성채널 JTBC '미스티‘가 깊은 여운을 남기며 종영했다. 결말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지만 고혜란을 연기한 김남주가 최고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이들은 없다. 김남주는 고혜란 그 자체가 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진행된 드라마 ‘미스티’ 종영 인터뷰에서 김남주는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고혜란과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 김남주의 고혜란, 6년 공백 깨고 선택한 이유

 

김남주 [사진= 더퀸AMC]

 

‘미스티’ 속 고혜란은 국내 최고의 앵커다. 오랜 시간동안 신뢰성 1위를 자랑할 만큼 실력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외적으로도 완벽한 인물이다. 김남주는 뛰어난 자질을 가진 앵커로, 외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여성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쉽게 상상되지 않았던 ‘앵커 고혜란’은 김남주의 또렷한 발성과 절제된 행동,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의상 등을 통해 더욱 빛나게 됐다.

“여러 인물을 조합해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어떤 한 앵커를 흉내 낸 게 아니라 고혜란의 대사들을 여러 번 연습하다보니, 어느 순간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JTBC 안나경 아나운서에게 ‘읽어만 달라’고 한 적은 있어요. 아나운서는 단어를 짚어가면서 말하시더라고요, 그걸 좀 배웠어요. 전체적인 톤은 제 세대의 백지연·김주하 앵커 등이 고혜란과 가까웠죠. 그분들과 제가 가진 것들을 잘 믹스해서 만들었어요.”

처음으로 앵커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김남주에게 ‘미스티’는 도전이었다. 지난 6년간 브라운관을 떠나있었고, ‘넝쿨째 굴러온 당신’, ‘내조의 여왕’ 등 대표작들로 굳어진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나야 하기도 했다. 그런 김남주가 긴 공백을 깨고 ‘미스티’를 선택한 이유는 ‘대본’이었다.

“드라마는 작가의 작품이에요. 시나리오에 매료돼서 ‘이 작품이면 6년 만에 복귀했을 때 창피는 안 당하겠다. 최소한 캐릭터는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어서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정말 기뻤죠.”

◆ ‘미스티’를 통해 얻게 된 행복에 대한 정의

 

김남주 [사진= 더퀸AMC]

 

드라마 ‘미스티’는 강태욱(지진희 분)이 케빈리(고준 분)를 죽인 진범이었고, 지진희가 자살을 선택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며 마무리 됐다. 이 결말에 대해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김남주는 “그래서 행복하냐고 묻는 것”이라며 드라마 ‘미스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성공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처절하리만큼 달려 온 고혜란이 ‘행복한가’. 마지막 회에서 혜란이가 행복하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지만, 답을 못한 건 아니에요. 저도 이 작품을 하면서 행복이 뭔지를 찾게 됐어요.”

‘미스티’를 통해 행복을 찾게 됐다는 김남주는 ‘지루한 일상’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병원 갈 일 없으면 행복하다”는 말을 꺼내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지만 뒤도 보고, 옆도 보며 천천히 달려가는 것. ‘조금 지루한 오늘’이 행복이라며 자신이 얻게 된 행복의 정의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했다.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 놓는 김남주에게 자연스럽게 ‘지금 행복하냐’는 질문이 돌아갔다. 김남주는 “저는 고혜란에게 미안하리만큼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요”라고 답했다.

“고혜란을 연기하면서 아이들 돌보지도 못하고 여기에만 집중했어요. 이거 찍는 동안 아이들이 건강하게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다행히 안전하게 가정으로 복귀했어요. 남편도 처음으로 많이 도와줬어요, 제가 전혀 신경 안 쓰게요. 또 캐릭터 분석부터 대본 리딩까지 함께 해주기도 했고, 같은 연기자니까 종영 이후에 어떤 쓸쓸함을 느끼는지 알아서 많이 배려해 주고 있어요.”

◆ 배우 김남주 그리고 엄마 김남주

 

김남주 [사진= 더퀸AMC]

 

김남주는 김승우와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등 드라마 팬들을 즐겁게 했던 김남주는 방송사 연말 시상식에서 최우수상, 대상 등을 거머쥐며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연기자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김남주는 육아에 집중하며 오랜 시간 동안 브라운관을 떠나있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로 꼽히는 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한민국 엄마로 살아가는 건 저도 힘들어요. 드라마 할 때는 육아를 전혀 못하고, 육아할 때는 작품을 전혀 못해요. 커리어우먼들이 그래서 힘든 거죠. 그래서 저는 일 할 거면 애 낳지 말고, 안 하려면 애 낳으라고 해요.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그럴 때 느끼죠. 또 우리나라 남자들이 가부장적인 면이 있잖아요. 요즘은 좀 바뀌었다지만, 우리 딸 결혼할 때가 되면 더 좋아지리라 믿어요.”

김남주의 복귀가 오래 걸린 이유는 육아뿐 아니라 한정적인 대본도 한몫했다. 김남주는 쉬는 동안 늘 작품을 찾았고, 대본을 읽었다. 그러나 그는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대본들을 받았다. 새로운 것을 찾고 있던 김남주에게 ‘미스티’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작품이 됐고, 고혜란은 최고의 캐릭터가 됐다.

“내 인생 최고의 캐릭터다. 정극에서 이런 멋진 캐릭터로 다시 한 번 재평가를 받았다. ‘넝쿨당’이나 ‘내조의 여왕’ 때 보다 더 아줌마가 됐는데 엄마가 아닌 캐릭터로, 직장인 여성의 선망이 되는 캐릭터로 인정받는 건 정말 최고다. ‘미스티’와 고혜란은 제 인생에서 또 한 번의 포인트가 된 것 같다.”

‘미스티’가 인생의 또 다른 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 김남주는 실제로 이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한 생각도 변했다. 연기자가 꿈이 아니었고, 연기에 혼이 있는 배우도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평가한 김남주는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약간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내 인생에 이런 모습으로 나오는 건 마지막일 것’이라는 말을 했고, 그런 생각으로 열정을 쏟아 부었어요. 그러니까 연기를 하면서 용기가 약간 생기더라고요. ‘이제 감히 내가 배우라고 해도 되나’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오히려 ‘미스티’를 통해 연기 욕심이 생겼어요. 전에는 아이들을 포기할 만큼 연기를 좋아한 배우는 아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 더 욕심을 내 볼 생각이에요.”

[취재후기] 김남주는 ‘미스티’ 속 고혜란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블랙 컬러의 투피스 정장, 프릴과 리본이 돋보이는 단정한 블라우스, 카리스마 넘치는 메이크업까지.

고혜란의 모습으로 등장한 김남주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캐릭터 고혜란과 가족들을 향한 애정을 마음껏 표현하기도 했다.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좋은 작품으로 빨리 인사드리고 싶다’는 엄마이자 배우인 김남주가 걸어갈 연기 인생이 ‘미스티’라는 전환점을 통해 어디로 이어지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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