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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진 김영권, '중국화'-'관중함성 발언' 논란 딛고 '빛영권' 되기까지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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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진 김영권, '중국화'-'관중함성 발언' 논란 딛고 '빛영권' 되기까지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06.29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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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주현희 기자] “대표팀에 들어올 때마다 많은 비난을 받으며 경기를 했는데 그런 고난들은 내가 충분히 받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축구 대표팀 수비수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전까지 겪은 시련에 대해 담담히 돌아봤다.

2014년 브라질 대회 이후 4년 동안 ‘욕받이’ 취급을 받아야 했지만 이 같은 상황을 실력으로 180도 뒤집어 놨기에 이젠 웃을 수 있는 기억이다.

 

▲ '욕받이'를 견뎌내고 영웅으로 돌아온 김영권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해단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김영권은 한국을 이끌 차세대 수비 재목으로 평가받으며 홍명보 감독의 부름 아래 나선 브라질 대회에서 3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지만 극도로 부진했다. 6실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팀 전체가 부진했지만 유독 수비진을 향한 비난이 거셌다. 이후 중국 슈퍼리그(CSL)로 이적한 그는 한국이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일 때마다 팬들이 원인으로 꼽았던 ‘중국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탈락 위기에 몰린 대표팀의 소방수로 나선 신태용 감독은 첫 경기에서 김영권을 주장으로 낙점했다. 하지만 6만 홈 관중 앞에 남긴 결과는 졸전 끝 0-0 무승부였고 경기 후 그의 발언은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김영권은 당시 "워낙 관중 소리가 크다 보니 경기장 안에서 소통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며 "잘 들리지 않아 연습했던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어 정말 답답했다"고 경기를 총평했다. 김영권의 의도와는 다르게 경기장을 찾은 팬들로선 자신들의 응원이 오히려 방해가 됐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이후 ‘관중 소음’이라는 키워드로 비아냥과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한 그는 이와 맞물려 소속팀에서도 출전 기회가 줄어들며 결국 대표팀을 잠시 떠나 있어야 했다.

그러던 중 만회할 기회를 맞았다. 신태용 감독 수비 구상의 첫번째 옵션이었던 김민재(전북 현대)가 불의의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것. 수비 라인을 처음부터 재편해야 했던 신 감독은 김영권을 다시 불러들였다.

 

 

팬들의 우려 속에 나선 본선 첫 경기 스웨덴전에서 몸을 날리는 투혼으로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켜나간 그는 멕시코, 독일을 상대로도 철벽의 면모를 보였다. 특히 독일전엔 결승골을 터뜨리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기에 앞서 그가 밝힌 포부는 ‘필사즉생, 필생즉사’였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이 포부에 딱 들어맞는 정신력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고 실력으로 그간의 불신을 잠재웠다. 지금 그에게는 ‘킹영권’, ‘갓영권’ 등 팬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해단식 인터뷰를 통해 영웅으로 돌아온 김영권이 지난 4년간 얼마나 극심한 마음고생을 했는지 알 수 있다. “4년 전과 입국장 분위기가 상반되는데 어떤 기분이 드냐”는 질문에 그는 “개인적으로 16강 진출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아쉽다. 많은 분들이 저희를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시고, 해단식에까지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 월드컵 이후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앞으로 다시 욕 먹는 일 없이 이 찬사를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비난 일색이었던 평가는 그를 성숙하고 절박하게 만들었고 이는 부진했던 경기력까지도 무결점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완전히 뒤바뀐 여론을 등에 업은 김영권. 그의 4년 뒤는 이보다 더욱 화려한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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