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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스포츠 심판, 갑질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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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스포츠 심판, 갑질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될 때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01.11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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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심판의 휘슬과 함께 2쿼터가 끝났음을 알리는 부저가 길게 울렸다. 운집한 농구 팬들의 뜨거운 열기와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열정도 살랑거리는 치어리더의 군무에 잠시나마 옮겨가는 시간이다.

누구부터라고 할 것도 없이 모든 사진기자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치어리더들을 향했다. 그때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과 목덜미를 꼼꼼하게 닦아내고 있는 한 심판이 눈에 띄었다.

 

가뿐 숨을 몰아 쉬며 반듯하게 접은 손수건으로 열심히 땀을 닦아내면서도 다른 동료 심판들과 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은 실로 애잔했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은 물론이고 감독도 퇴장시킬 수 있는 '갑'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그 위에 경기의 소비자인 관중들이 있기에 한편으로는 '을'의 입장인 것이 스포츠 심판이다.

더욱이 애매한 판정이라도 내리면 심판의 권위는 '갑'과 '을'의 입장이 뒤바뀐다. 득달같이 항의하는 선수와 감독,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몇몇 관중들로 인해 그들은 갑질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된지 오래다.

 

정확한 판정을 위한 비디오 판독은 또 어떤가? 그건 심판에 대한 관중들과 감독, 선수들의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심판의 오심 또한 스포츠 경기의 일부라는 점에서 판정을 기계가 대신한다면 어떻게 드라마틱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과거에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수원삼성에서 선수로 뛰던 때가 있었다. 당시 차범근 감독은 컨디션 난조를 보이던 안정환을 경기감각 회복을 위해 FC서울과의 2군 경기에 출전시켰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FC서울의 한 팬은 안정환의 가족을 언급하며 인신공격을 했고 이를 참지 못한 안정환은 관중석에 난입, 해당 관중과 언쟁을 벌인 매우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그때 안정환은 선수로서 '을'의 입장이었기에 징계를 받았고 갑질을 한 그 관중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사건은 잘못된 한 팬이 어쩌다가 벌인 갑질일까? 이젠 없어진 해프닝일까?

당장 주말을 이용해 경기장을 찾아 보자. 그게 야구든 농구든 축구든 상관없다. 다만 그 시선을 선수가 아닌 심판에게 돌려보자. 그러면 안정환이 받은 인신공격 이상의 갑질이 여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하위리그로 갈수록 관중이 매우 적기에 그들의 언어폭력은 효과가 배가 되어 고스란히 심판에게 전달된다.

 

팬의 입장에서 '내 팀'이외의 것들은 모두 '적'임에 격한 동감한다. 그러나 최근 약자의 인권을 유린한 조현아의 '땅콩회항'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갑의 입장에 있는 스포츠 팬으로서는 어떠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갑질 형질 변경'은 언제나 건전하게 응원하는 다수의 스포츠 팬들과 부도덕한 소수의 심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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