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진화 객원기자] 스포츠 현장을 촬영하는 포토그래퍼에게 가장 기쁜 순간이 언제일까? 아마도 역사적인 순간을 촬영했을 때일 것이다.
혼자만 목격한 순간을 잡았을 때도 기쁘겠지만 여럿이 촬영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 장면을 혼자만 포착했을 때도 남다른 기쁨으로 다가온다.
실력이 있다고 결정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수는 없다. 특히 흐름이 빠르게 진행하는 경기에서는 순간 포착 능력이외에 행운도 따라줘야 한다.
역사적인 순간에 카메라 렌즈가 현장을 향하고 있어야 하고, 그 때 밝기와 감도, 셔터스피드가 적절해야 한다.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시선과 손끝의 미세한 감각이 반사적인 판단력과 만나야 한다.
나는 3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과 서울 삼성 썬더스와 경기에서 ‘운좋게’ 그같은 감격의 순간을 맛보았다.
경기 종료 30초 전, 부산KT 찰스 로드(30)는 삼성 이시준이 올려놓은 레이업슛을 정확한 타이밍으로 걷어냈다. 이시준의 등 뒤에서 튀어 오른 로드는 림을 향하는 공을 깔끔하게 쳐냈다.
이날 경기에서 나온 로드의 10번째 블록슛 성공 순간이었다. 이로써 로드는 개인 통산 첫 트리플 더블(21득점 14리바운드 10블록슛)을 완성했다. 팀은 78-69로 이겼다.
득점, 리바운드 외에 어시스트가 아닌 블록슛으로 트리플 더블이 나온 것은 국내 프로농구 통산 4번째의 대기록이었다. 2005년 2월 18일 크리스 랭(당시 SK)이 28점 16리바운드 10블록슛을 기록한 이후 10년만에 나온 값진 기록이었다.
블록슛의 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다. 앞서 9개의 블록슛이 나와 10번째를 주목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에 이뤄질지 아니면 무위로 끝날지 모를 일이었다. 아무리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잠시 눈을 떼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역사적인 순간을 잡을 수 없다.
'특종은 운이다'라는 말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이 맛 때문에 스포츠 경기를 촬영하는구나!" 온몸에 희열과 전율이 교차했다.
찰스 로드가 이시준의 골밑슛을 블록해 내는 순간, 카메라의 셔터스피드는 800분의 1초였다. 말그대로 찰나에 기록은 이뤄졌다. 실내라 밝기와 조리개도 잘 맞아야 하는데 운이 좋았다. 조리개는 f2.2, 감도 1250이었다.
'트리플 더블'은 농구 경기에서 한 선수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가로채기, 블록슛 등 5개 부문 중 3개 부문에서 두 자리 수의 성공을 기록하는 경우를 말한다. 트리플 더블의 대부분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의 3개 부문에서 나온다.
찰스 로드의 트리플 더블은 어시스트가 아니라 블록슛이 들어갔다. 그런 만큼 이날 기록 달성 순간은 스포츠 현장 취재의 매력을 한층 더 만끽할 수 있게 했다.
기록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더욱 더 집중력을 발휘해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현장을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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