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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 사극 마친 서인국, "광해 성장기 위해 '나이'까지 연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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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 사극 마친 서인국, "광해 성장기 위해 '나이'까지 연기" 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2.23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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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가수이자 배우 서인국(27).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이자 사극인 KBS 2TV '왕의 얼굴'을 마친 서인국의 이마와 코에는 생채기가 앉아 있었다. 촬영 중 말을 타다 입은 부상이라 했다. 첫 사극, 지상파 주연이라는 책임감, 추운 날씨에 얇은 한복 촬영 등 힘든 점은 많았을 테지만, 서인국은 생색내기보다 후반부 올라간 시청률에 "유종의 미를 거둬 다행"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를 굵직한 20대 배우로 우뚝 서게 한 '응답하라1997', 1인 2역을 연기하며 수많은 '민석폐인'을 만들어낸 '고교처세왕', 그리고 이번 '왕의 얼굴'까지.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고 음반활동을 한 어느덧 데뷔 7년차인 그에게 데뷔작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꽤 오래 전 일이다. 그러나 그는 '슈스케' 출연 때처럼 여전히 칭찬에는 쑥스러워하고 겸손을 잃지 않았다.

본인 앞에서 하는 칭찬에 못 견뎌 하는 '남자' 서인국을 곤란(?)하게 만든 인터뷰다.

▲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Q 오소영 기자] 서인국은 모든 일을 '즐기는' 편이라고 했다. '왕의 얼굴'의 시청률이 좋지 않았을 때도 분위기에 휩쓸려 중심을 잃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현장에 충실하려 애썼고, 기사 중에서도 칭찬 기사만을 쏙쏙 골라 봤다. 나름대로의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그 덕분인지 '왕의 얼굴' 촬영장은 드라마 촬영장 중에서도 분위기 좋기로 유명했다. 서인국은 "극에서의 감정이 무거웠기 때문에 현장까지 어두웠다면 너무 지쳤을 것 같다. 현장을 밝게 해 주신 스태프 분들 덕분에 항상 웃으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제작진에 감사를 돌렸다.

◆ 감정의 폭 깊었던 첫 사극 '왕의 얼굴', 광해의 성장과 함께 '나이' 표현 노력

-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제작발표회에서 '지금까지의 출연작 중 가장 어렵다'는 말을 했었어요.

▲ 가장 힘들었던 건 '극적인 감정'이었어요. 사극은 현대극보다 감정의 폭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극적인 감정을 많이 가져야 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거든요. 현대극에서 사람의 죽음은 굉장히 큰 사건인데, 사극에서는 제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으니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죽이려고 한다거나, 모함받는 상황을 견뎌야 했는데 '이건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제가 썼던 에너지와 감정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 [사진=KBS미디어 제공]

- 특별히 만족한 장면이 있다면요.

▲ 마지막회에서 김도치(신성록 분)와 벌였던 액션 신이에요. 그리고 왕이 된 후 대동법을 선포했을 때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컸을 때까지의 광해의 성장기를 표현해 더 뿌듯했던 것 같아요. 15세 왕자시절부터 겪었던 온갖 고생들이 생각나더라고요.(웃음) 코끝이 찡하기도 하고 아주 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마지막회는 다함께 종방연에서 봤는데 축구경기를 보듯이 다같이 와! 함성도 지르고 웃으면서 재밌게 봤어요.

- 광해가 등장한 드라마나 영화는 있는데, 이번 '왕의 얼굴'에서의 광해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였죠. 광해의 성장을 연기하며 표현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 광해가 성장해 가는 과정과, 물리적인 '나이'를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왕자시절 때는 살을 찌워서 젖살처럼 보이게 하고, 말투도 현대 사람들이 쓰는 것과 비슷하게 한 면이 있어요. 호기심 많고 총명하고, 왕자라는 신분에 얽매인 인물이 아니니 좀 자유롭게 표현했어요.

전란이 터지면서는 의병들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살을 뺐죠. 세자로서는 수염을 붙이면서 강인하고 굳건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무슨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눈빛을 갖추려고 했죠. 이후 왕이 됐을 때는 좀 더 여유로운 모습을 표현했고요.

- 철저한 계산 하에 연기했네요. 살을 찌우거나 빼는 과정은 스트레스를 동반했을 것 같기도 한데요.

▲ 그런데 그 스트레스마저도 재미였어요. 사람의 성장을 연기하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계산하는 작업이 너무나 재밌었거든요. 이 작업을 하면서, 지금 작업 중인 제 모습을 기억하는 나중의 제 모습도 떠올려 봤어요. 분명 재밌는 기억으로 남을 거거든요.(웃음) 당시에는 좀 힘들더라도 이후에 그 힘듦을 기억하는 걸 생각하면 견딜 수 있어요.

▲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 '고진감래' 같은 거군요.(웃음) 그런 점은 인생관과도 통할 것 같은데, 평소 새기는 말이 있나요?

▲ 네. 연기뿐 아니라 삶에서도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좌우명은, 예전엔 '후회없이 살자'였어요. 그런데 살다보니 뭘 선택하든 후회가 없을 수는 없더라고요.(웃음) 지금은 후회없이 살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 실수했을 때의 그 경험을 잊지 않고 비슷한 일이 닥쳤을 때 다른 현명한 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왕의 얼굴'을 촬영하면서는 조윤희 누나와 인생철학에 대해 얘기하다가 "나는 철들지 않을 거다"라는 얘기를 나눴어요. 철없는 말로 보일 수 있지만, 음악과 연기 등 모든 방면에 항상 호기심을 갖고 흥미롭게 다가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철이 들면 호기심과 흥미보다는 시작해보기도 전에 선입견부터 갖게 될 것 같아서요. 앞으로도 '철들지 않은' 상태로 어떤 일에든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싶어요.

◆ "연기는 '당연히' 최선을 다하려 한다", 주연 맡으며 보다 책임감 배워

-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인데, 책임감이 무겁지는 않았나요?

▲ 지상파 드라마, 주연이라 특별히 부담을 가진 건 아니었어요. 어떤 작품에든 최선을 다해 작품에 해가 되지 않게 연기를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은 있었지만요.

후반부에 시청률이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둬 다행이긴 하지만, '왕의 얼굴'은 시청률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시청률이 저조하면 현장 분위기는 안 좋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제가 흔들리면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질 것 같아서 현장을 좀 더 밝게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성재 씨와는 '아들 녀석들'에서도 연기했고, 이번 '왕의 얼굴'에서 만났는데, 실제 절친한 사이면 확실히 촬영장에서도 편한가요?

▲ 극중에서 성재 형님과 저는 대립 관계였지만, 실제로는 친해서 현장 분위기가 훨씬 편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촬영에서는 성재형님이 차에 게임기를 설치해 주셔서,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촬영 중간중간 게임하고 내기도 하면서 재밌게 보냈거든요. 사실 엄청난 고가라거나 어려운 게임기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현장을 위해 애써 주시는 부분이 분위기에는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상투 틀고 한복을 입은 채 차에서 게임을 했죠. 정말 재밌는 상황에서도 수염 때문에 크게 못 웃고 억지로 소리 죽여가며 웃었죠.(웃음)

아직까지 저는 활동하면서 불편한 사이가 된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정말 다행이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최근에는 '고교처세왕' 사람들끼리 만나서 근황도 물었어요. 감독님이 계속 다들 보고싶다고 하셔서 만났죠.

- '왕의 얼굴' 종방연에서 이성재 씨와 같은 코트를 맞춰 입고 온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웃음) 주변 형님들께 예쁨받기로 유명한데,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 그 코트는 성재 형님 아이디어였어요. 따님 신발을 사는데 코트를 발견하셔서, 같이 입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하셔서 연락을 주셨어요.(웃음)

무엇보다 솔직하게 다가가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예의는 지키는 선에서, 동생이자 후배로서 할 수 있는 장난을 적당히 치는 것도 좋은 것 같고요. 저도 저를 너무 어렵게 대하는 동생들은 어렵게 대하게 되더라고요. 편할 땐 편하게 장난도 칠 줄 아는 동생들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예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면 안되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 서인국, 데뷔 7년차? 칭찬 여전히 쑥스럽죠 ② 에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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