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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흔들리지 않으려는 '대세' 지창욱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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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흔들리지 않으려는 '대세' 지창욱 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2.26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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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지창욱(29)은 캐릭터를 선명하게 살리는 배우다. 그 때문인지 어떤 이들에게는 그의 이름보다 '동해', '백동수', '타환'이 더 익숙할지 모른다. 그는 이번 '힐러'에서는 심부름꾼 서정후, 막내 기자 박봉수 두 가지 모습을 연기하며 정후로도, 봉수로도 불렸다.

지창욱은 작품 출연을 결정할 때 세 가지를 고려한다고 했다. 첫째, 작품의 내용이 재밌는지. 둘째, 하려는 역할에 끌리는지. 셋째,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지.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연기가 흐지부지할 것 같고, 핵심이 아닌 주변만 맴돌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서"다.

이런 접근방법과 자신감 덕분일까. '힐러' 속 그를 보고 팬이 된 이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요즘 '대세'라 불리는 지창욱을 만났다.

 

[스포츠Q 글 오소영‧사진 노민규 기자] 지창욱은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웃어라 동해야', '총각네 야채가게', '다섯 손가락', '기황후' 등을 거쳤다. 꾸준히 역할의 비중을 높이며 지상파 드라마 원톱 주연은 이번 '힐러'에서 처음 맡았다.

◆ 요즘 '대세' 지창욱, "흔들리지 않으려 해요" 

지창욱은 '힐러' 정후로서는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 날아다니듯 액션을 선보였고, '기자' 봉수로서는 어리바리한 막내의 모습으로 귀여운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동료 기자 채영신(박민영 분)과는 달콤한 로맨스로 시청자의 가슴을 뛰게 했다. "'힐러'를 통해 팬이 많이 늘었는데, 확실히 자신을 각인시킨 것 같냐"는 물음에 지창욱은 겸손한 답을 내놨다.

"팬분들이 많이 늘어놨다면 당연히 작품 덕분이에요. 상투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웃음), 정말 작품 덕분인 게 '힐러'를 보시고 그 안의 제 모습을 좋아해 주신 거니까요."

'힐러' 속 지창욱을 보고 반한 이들이 많듯, 요즘 '대세'인 그는 인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작품에 따라 팬이 늘어날 때도 있고, 변화가 없을 때도, 혹은 줄어들 때도 있었어요. 보시는 분의 취향에 따른 것 같아요. 작품과 잘 맞지 않는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까요. 관심을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외적 변화에 치우치고 흔들리면 제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그대로 있으면서, 작품들은 좋은 기억과 필모그래피로 남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힐러'에서의 좋았던 기억들은 가슴에 남아있고 좋은 기억으로 떠오르는 것처럼요."

 

◆ 제작진의 '믿음' 덕에 신나서 연기한 '힐러', 텍스트 갇히기보다 많은 시도 노력

원톱 주연 역을 맡은 만큼 '힐러'에서의 지창욱의 역할은 중요했다. 특히 옷을 바꿔입으며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설정은 쉽지 않았을 법했다. 지창욱 역시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고민이 너무나 많았어요. 방법은 '믿음'이었죠. 연기하는 제 스스로 감독, 작가님에 대한 믿음 없이 어정쩡하게 연기했다면 연기에서도 티가 날 수 있잖아요. 이런 부분을 비현실적 아니냐 생각하기보다는 판타지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담이 컸을 것 같았지만, 지창욱은 "연기하며 정말 신났다"고 했다.

"지난 작품들도 즐겁게 작업했지만, '힐러'에서는 정말 신나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감독, 작가님께 믿음을 받는 배우가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느꼈거든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부터 믿음을 받는다는 게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작가님과 감독님의 믿음과 응원을 촬영장에서 늘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 힘이 났고 자신이 생겼어요. 제가 뭘 보여줘도 상관없을 것 같고, 연기적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할 수 있게끔 판을 깔아 주신 거죠. '네가 정말 신나서 연기하는 게 보인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었어요."

▲ 지창욱은 극중 캐릭터인 힐러 서정후와 연예부 신입기자 박봉수를 비롯해 검사, 경찰관, 대학생, 청소원, 러시아에서 유학한 한량 등 다채로운 모습을 연기했다. [사진=방송 캡처]

때문에 극중 애드리브에 의견을 넣는 등 다양한 면에서 참여했다. 마지막회에서 그간 일어났던 일들을 영신의 아버지에게 설명할 때,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하는 정후가 영신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한두 마디씩 덧붙였던 것 또한 지창욱의 애드리브였다. 이는 액션이나 다른 면에서는 남자답고 멋지지만 설명에는 약한 어리바리한 모습을 살린 귀여운 장면이었다.

"대본에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로 나와 있었는데, 영신의 끝 마디를 한 번씩 따라하는 추임새를 넣었어요. 설명하고 싶지만 말을 잘 못하는 걸 살리고 싶었죠."

애드리브는 제작진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날 것'의 느낌을 살릴 수 있다면 넣는 편이다.

"현장 애드리브같은 디테일이 모여서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시도하기 전에 주변에 많이 물어보는 편이고요. 텍스트라는 약속은 지키되, 거기에 갇혀있기보단 틀을 깨 보면 새로운 것들을 더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 선배들로부터 배우는 연기철학과 겸손, 결과보다는 '과정’

지금은 지창욱을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아는 이들이 많지만, 그는 대학시절 방황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갑작스럽게 연기로 진로를 정하고, 연기를 쉽고 재밌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창욱에게 연극영화과 동기들은 이상하게만 보였다.

"저는 연기를 노는 것, 쉬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연기를 만만하게 봤고, 재밌겠다는 생각만 했죠. 동기들은 이미 큰 꿈을 갖고 몇 년씩 공부했던 친구들도 있어서 생각의 무게감이 저와는 달랐는데, 그 속에서 저는 마치 이방인 같았어요. 내가 생각하는 학교와 달라서 방황했고 수업을 거의 안 나갔어요."

지창욱을 바꿔준 건 선배들과 함께한 단편영화 작업과 돈이 필요해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대학로에서의 소규모 뮤지컬이었다. 단편영화에 재미를 붙여 역할이 없을까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연기에 재미를 느꼈고, 뮤지컬에서는 연기를 못한다고 욕을 많이 들은 후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왜 연기 공부가 필요한지 깨닫고 이후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고 연습했어요. 사실 그 시기에 군대를 갔어야 했는데 찍었던 독립영화가 개봉한다고 해서 개봉 시기를 기다리다 캐스팅됐고 방송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후 드라마를 찍으며 연기력을 다졌다. 현장에서도 많은 선배들을 보며 어깨너머로 배웠다. 손현주, 이필모, 한상진, 조진웅, 박철민, 성지루, 박준규, 전국환, 채시라…. 지창욱은 함께 작업한 선배 배우들의 이름을 척척 쏟아냈다.

"이번 '힐러'에서도 제가 막내였어요. 막내가 좋고 편해요.(웃음) 지금껏 많은 선배님들과 작업했는데, 선배님들이 현장에서 보여주신 모습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혼자 어깨 너머로 훔쳐보면서 연기를 관찰하고, 대화하면서 연기 철학을 조금씩 세워가고 있죠. 처음엔 그저 보는 것에 그쳤는데 점차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도 깊어지고 있어요. 물 속 돌멩이가 수백년 후에 동글동글해져가는데 저도 그것처럼 아주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 같아요."

선배들로부터 연기를 배우며 현장에 임하는 태도나 겸손함 역시 배웠다. 지난해 출연한 '기황후'에 대해 지창욱은 당시 "시청률 28% 중 내 영향이 있다면 2%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28% 중 2%는 많은 게 아닐까요?(웃음) 이번 '힐러'도 마찬가지고요.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는데 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는 쉽게 말하지 못할 부분인 것 같아요. 어느 한 명이 하나의 작품을 이끌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시청자들이 봤을 땐 한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5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일하고 수십 명의 배우들이 도와주고 있으니까요."

때문에 지창욱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어떤 작품을 하든 최선은 다하지만 성패는 배우 한 명에 따라 갈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보는 분들의 몫이죠. 성공하고 실패하는 게 배우의 힘이 아니라면, 행복하게 작업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힐러'는 제게 너무나도 성공적인 드라마였어요. 시청률은 높지 않았을지 몰라도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인터뷰] 지창욱, "현재와 추억은 소중히, 평범히 살고픈 청년" ② 에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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