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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의 열정' 월드컵 꿈을 돕는 13번째 태극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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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의 열정' 월드컵 꿈을 돕는 13번째 태극전사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5.07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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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의 숨은 조력자 5인방의 이야기

[파주=스포츠Q 민기홍 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8일 발표될 최종 엔트리에 포함돼 브라질행 '홍명보호'에 승선한 태극전사들은 12일부터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 2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담금질에 들어간다.

태극전사 23명만이 잘해서 될 일이 아니다. NFC를 지키는 파수꾼들이 있어 대표팀이 힘을 낼 수 있는 것. 각 분야마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숨은 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있다.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 악마가 12번째 태극전사라면, 홍명보호의 월드컵 꿈을 돕는 파주NFC의 지원 스태프는 음지의 13번째 태극전사들이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파주NFC에서 축구대표팀 지원 스태프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표팀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는 태극전사 도우미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들은 한결같이 “나는 드러나는 역할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며 입을 모았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음지에서 축구대표팀의 꿈을 돕는 파주NFC의 지원 스태프는 13번째 태극전사들이다. 왼쪽부터 신동수 관리팀장, 차윤석 장비담당관, 김형채 조리장, 황인우 의무팀장, 채봉주 비디오분석관.

◆ "이청용은 알아서 잘 챙긴다", 차윤석 장비담당관 

국가대표 선수들은 차윤석(35) 장비담당관의 센스에 크게 감탄한다.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을 미리 파악해 알아서 장비들을 척척 챙겨주기 때문이다.

이 일을 맡게된 지 어느덧 10년째. 차 담당관은 어느덧 세 번째 월드컵을 맞게 됐다. 베테랑이 된 그는 선수들의 요구사항이 뭔지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그는 “박주영은 언더웨어를 꼭 변형해서 입는다. 그러면 유니폼 바지 속에 입는 태클복을 미리 잘라놓는다”고 예를 들었다. 물론 주는대로 입는 선수들도 있다. 차 담당관은 “이청용은 스스로 알아서 챙기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새 선수가 파주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3~4일만 합숙해보면 취향이 드러난다”며 “선호하는 양말의 길이도 선수마다 다르다. 처음에는 기재해 놓다가도 저절로 외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차윤석 장비담당관은 선수들 성향을 잘 파악해뒀다가 소집이 되면 이를 잘 적용하고 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 그가 가져갈 장비는 40여가지 품목을 담은 가방 70여개, 무게 3.5톤에 이른다. 그는 “경기수대로 유니폼을 준비했다. 개인당 10벌 이상의 유니폼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가장 뿌듯했을 때로는 한국축구사상 최초로 동메달 신화를 이뤘던 2012 런던올림픽을 꼽았다. 차 담당관은 “축구대회가 아닌 종합대회라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경기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해서 더욱 피곤한 일정이었다”고 회상하며 “생각보다 좋은 성적이 나서 기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브라질 잔디가 물러서 걱정", 신동수 NFC 관리팀장 

신동수(42) 파주NFC 관리팀장은 “잔디 박사”로 불린다. 잔디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한 대한축구협회가 골프장 잔디 전문가로 일하던 신 팀장을 2009년 영입했다. FA컵 결승 당시 시들시들했던 잔디도 그의 손을 거치면 살아났다.

신 팀장은 “잔디 상태에 따라 선수들의 플레이가 많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잔디에서 공을 찰 경우 선수들이 잘 미끄러진다든지 파인 부분 때문에 찬 공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가 있다”며 잔디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신동수 NFC 관리팀장은 "잔디 박사"로 불린다.

신 팀장은 전문가답게 “브라질월드컵이 열릴 경기장들의 잔디와 파주 NFC의 잔디는 켄터키블루로 같은 종이지만 심은 지가 얼마되지 않아 무를 것”이라며 “뿌리가 잘 박혀 고착 상태인 파주의 잔디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계가 따른다”며 “대표팀이 하루라도 빨리 현지에 가서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까지 홍명보 감독은 특별한 주문은 없었다”며 “지금 대표팀은 17세 대표때부터 봐온 친구들이 많다. 그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편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다짐했다.

◆ "대회 시작 전 다쳐서 오히려 다행", 황인우 의무팀장 

황인우(41) 의무팀장의 별명은 ‘마법사’다. 런던올림픽 당시 큰 부상을 당했던 골키퍼 정성룡은 황 팀장의 지극정성 치료를 통해 3·4위전에 나설 수 있었다.

황 팀장은 1997년부터 축구협회와 함께 했다. 경력만 18년에 이르니 한국에서 축구 좀 한다는 선수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치료는 실질적으로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은 웬만하면 황인우 의무팀장의 손을 거쳤다.

그는 “정확한 부상 부위를 의무팀과 터놓고 이야기하고 선수 스스로가 얼마나 회복하려고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치료는 나 혼자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표팀의 줄부상 소식에 대해 질문을 건네자 “대회 시작 전에 다치는 것이 오히려 낫다. 그리 걱정스럽게 볼 부분만은 아니다”라고 우려의 시선을 잠재웠다. 이어 “시즌이 막바지다. 선수들의 근육이 한창 피로해서 그런 것”이라며 “피로감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년 전 런던올림픽 때보다 150가지나 늘어난 총 500가지의 품목을 들고 세 번째 월드컵을 맞는다. 누군가가 다치면 그라운드로 재빠르게 뛰쳐나가 능숙한 솜씨로 응급처치를 할 황인우 팀장을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 "손흥민이 제일 적극적", 채봉주 비디오 분석관 

채봉주(34) 비디오 분석관은 대표팀 선수들 사이에서 ‘밤의 황제’다. 선수들은 훈련이 끝나면 밤마다 채봉주 분석관을 찾아 편집 영상을 부탁한다.

채 분석관은 대표팀이 NFC에 모이면 3시간밖에 눈을 붙이지 못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표팀과 상대 국가의 전술 분석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채봉주 비디오분석관은 하루에 3~4시간 자면서 일하면서도 직업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그는 90분 경기를 3~4번에 걸쳐 편집해 인플레이 영상만 담긴 50분으로 줄이기도 하고 상대팀의 세트피스 장면만을 따로 편집하기도 한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을 러시아·알제리·벨기에의 경기 영상은 철저히 세분화해 준비해 놓았다.

그는 “비디오 분석관은 3D직종”이라고 웃어보이면서도 “선수들이 ‘형! 비디오 주신거 큰 참고 됐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는 “손흥민과 이근호가 영상을 자주 요청하는 선수들”이라며 “특히 손흥민은 경기에서 자신이 볼에 관여한 장면들은 물론이고 전체 경기 영상도 요청한다”고 귀띔했다.

◆ "러시아전 메뉴는 된장국", 김형채 조리장 

“잘 먹어줘서 고마워요. 선수들이 식사 후 감독님께 하듯이 크게 인사해주는데 민망합니다.”

대표팀 선수들은 그가 해주는 음식이라면 뭐든지 ‘OK’다. 2012 런던올림픽 때는 장기 소집으로 지친 선수들에게 열무비빔밥을 선사하며 사기를 한껏 끌어올리기도 했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대표팀 선수들은 김형채 조리장의 요리라면 무조건 잘 먹는다.

김형채(41) 조리장은 경력 18년의 베테랑 요리사다. 레저 분야에서 일하다 지인의 소개로 2006년부터 ‘국가대표 조리장’이 됐다. 그는 “조리복에 붙은 태극기가 자랑스럽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에게 이번 월드컵은 두 번째다. 2012 런던올림픽을 거치며 더욱 노하우가 쌓였다. 이번 월드컵에는 700kg에 이르는 양념류·김치·건어물류 등을 가져간다. 생물·육류·생선 등 상하기 쉬운 것들은 현지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50인분 요리도 그에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매 끼마다 2개씩의 국과 전골이 나가도록 조정하는데 메뉴가 단 한 번도 겹치지 않도록 할 예정이란다.

그는 “현재 16강전까지 이미 메뉴가 모두 나와 있다”며 “대표팀이 더 높이 올라갈 경우 현지에서 식자재를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1차전 러시아전 메뉴는 된장국”이라고 선언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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