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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전문직 드라마'에 포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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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전문직 드라마'에 포위됐다!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5.1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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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김나라기자] 지상파 3사에 ‘사’자 직업 열풍이 불고 있다.

MBC 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와 SBS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등의 로맨틱 코미디,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 ‘신의 선물- 14일’ 등의 장르물 열풍이 한풀 꺾이고 형사, 검사, 변호사, 의사 등 과거 어머니들이 선호하던 일명 ‘사’자 직업들이 안방극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 SBS 전문직 소재로 '드라마 전성시대' 맞이해

SBS는 드라마의 황금시간대인 평일(월~목) 오후 10시를 비롯해 주말까지 전문직종사자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특히 SBS는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 주말드라마 ‘엔젤아이즈’로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드라마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닥터 이방인'은 남에서 태어나 북에서 자란 천재의사 박훈(이종석)과 한국 최고의 엘리트 의사 한재준(박해진)이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메디컬 첩보 멜로다.

이들은 명우대학교 병원을 배경으로 국무총리 장석주(천호진)의 수술팀 선정과 둘러싼 남북 음모의 중심에 서서 경쟁을 펼치며 명우 대학병원 이사장 오준규(전국환)의 서녀이자 흉부외과의 오수현(강소라), 마취의 한승희(진세연)와 얽히고설킨 인연으로 멜로를 그린다.

단순 의학드라마가 아닌, 정치·로맨스가 더해진 복합적 장르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주인공이 북한 출신 천재 의사라는 참신한 설정으로 차별화를 꾀해 인기를 끌고 있다.

▲ 메디컬드라마 '닥터이방인'의 출연진(위), '너포위' 속 형사 차승원과 이승기 [사진=SBS]

영화 ‘하이힐’에 이어 배우 차승원이 형사로 열연 중인 청춘 수사물 ‘너포위’는 강남경찰서를 배경으로 형사를 꿈꿔본 적 없는 은대구(이승기), 어수선(고아라), 박태일(안재현), 지국(박정민) 총 4명의 1년 차 신입 형사들과 이들을 도맡게 된 강력반 팀장 서판석(차승원)의 성장 드라마다.

차승원과 이승기가 각각 레전드 수사관, 신입 형사로 강렬한 대립각을 세우며 시청자를 팽팽한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드라마 '야왕' '유령'을 연출한 박신우 감독과 '꽃보다 남자'의 윤지련 작가가 의기투합한 '엔젤아이즈'에서는 남성을 내세우는 기존 전문직 드라마와는 달리 여성들이 더욱 두각을 나타낸다. 물론, 남자주인공 박동주(이상윤)도 외과의사이긴 하지만,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러 동분서주하는 열혈 119 응급구조자 윤수완(구혜선)의 모습을 주로 다루고 있다.

▲ '엔젤아이즈' 속 119 구급대원 구혜선 [사진=SBS]

119 장난전화를 한 시민, 자살을 시도하려는 자가 구급대원으로부터 구출된 사연,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자식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친 엄마 등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건·사고를 에피소드로 다뤄 교훈을 남기며, 시청자에게 ‘청정드라마’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 MBC '기억상실' '분노조절장애' 등 독특한 설정의 전문직 종사자

MBC 역시 평일 오후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형사(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 변호사(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를 내세워 전문직 드라마 열풍에 합류했다. ‘개과천선’은 거대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인 김석주(김명민)가 우연한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보고 사건을 수임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휴먼법정드라마다.

그동안 외과의사(MBC ‘하얀거탑’), 오케스트라 지휘자(MBC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 제작자(SBS ‘드라마의 제왕’) 등 전문직을 두루 섭렵해 온 ‘전문직 전문배우’ 김명민이 2년 만에 또 다시 전문직 종사자로 복귀했다.

그는 연기본좌답게 “아는 변호사분들을 찾아뵙고 조언을 얻었으며 그들의 말투를 참고하고, 법조계 관련 책이나 미드 혹은 영화들을 참고했다”라며 “드라마 설정과 생동감을 함께 살려서 연기할 것이다. 실제 변호사가 참관해서 촬영하기도 했다”라고 준비과정을 밝힌 것처럼 변호사에 빙의된 모습을 보였다.

▲ '개과천선' 속 변호사 김명민과 '트라이앵글' 속 이범수 [사진=MBC]

멜로드라마 ‘트라이앵글’은 부모를 잃은 첫째 장동수(이범수), 둘째 장동철(김재중), 막내 장동우(시완) 3형제가 뿔뿔이 흩어져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다가, 성인이 돼 인연을 찾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트라이앵글'에서 이범수가 맡은 장동수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형사다. 이 질병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폭발적인 행동이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증상으로 간헐적 폭발성 장애로 분류된다.

‘트라이앵글’의 한 관계자는 분노조절장애 설정에 대해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열혈 형사이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폭발시키는 장면에선 오히려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인들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해 시청자들이 더욱 공감을 느끼더라”고 설명했다.

◆ KBS, '정의 구현' 검사부터 '트로트 가수'까지

시청률 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KBS 2TV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는 여동생 강하윤(서민지)의 죽음과 관련된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절대 권력에 뛰어든 신입검사 강도윤(김강우)의 이야기를 담아 9일 첫 방송 이후 연일 화제다.

▲ '골든크로스' 속 검사 김강우와 재벌 정보석 [사진=KBS]

특히 스타를 꿈꾸는 강하윤이 연예계 데뷔를 위해 고위 공무원인 서동하 국장(정보석)에게 성상납을 하고, 그가 부당해고를 당한 아버지의 복직을 위해 정보를 모으다 적발돼 서동하에게 골프채로 맞아 죽었지만, 범인이 상위 0.001%에 속한 인물로 사건이 은폐되는 등 현실에 있을 법한 비리들을 그려 눈길을 끌었다.

검사 서이레(이시영)와 강도윤이 비리에 맞서며 사회 부조리와 모순, 사라져 가는 정의에 초점을 맞춰 시청자의 감정몰입을 증폭시킨다.

▲ '트로트의 연인' 주연배우 지현우 [사진=CJ E&M]

다음달 방송예정인 KBS 2TV 새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은 트로트를 경멸하는 천재 뮤지션 장준현(지현우), 트로트 가수가 간절한 꿈이자 마지막 희망인 최춘희, 기획사 사장 조근우(신성록) 세 명의 남녀가 만나 엇갈리는 감정 속에 싹트는 사랑과 성장을 보여줄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다.

아이돌그룹의 선전에 인해 대중에게 외면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를 다뤄 트로트의 인기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피고, 온 가족이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현업 종사자들 "지나친 허구, 과대 포장" 지적 불구, 식지 않는 인기 '왜?' 

현업에 종사 중인 30대 의사 김모씨는 “전문직 드라마를 종종 시청하는데 그 직업에 대해 지나치게 미화시키거나 과대 포장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라며 “동료들 사이에서는 의학드라마가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의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를 놔두고 비인기과를 주로 다뤄 미화시킨다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사이버수사대에 근무 중인 전 강력계 형사 40대 이모씨는 “형사들은 수사물 관련 작품들이 실제와 너무 다르게 그려져 거의 챙겨보지 않는다.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되면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지만, 요즘 수사물들은 80%가 허구로, 흥미 위주로만 제작해 일반인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전문직 드라마는 현재까지는 대중에게 전문직의 탈을 쓴 ‘멜로드라마’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멜로와 더불어 정치, 특이한 이력(분노조절장애 형사, 북한출신 의사) 등 새로운 소재를 더해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드라마 홍보사 더 틱톡의 권영주 대표는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마을에서 잔치를 벌일 정도로 누구나 전문직에 대한 환상, 동경을 품고 있기에 전문직 드라마는 방송 초반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데 한몫한다”라며 “드라마의 장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 특정 직업을 다루는 전문직 드라마로, 이런 드라마들의 캐릭터는 생동감이 살아있어 인물이 더욱 뚜렷해지므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 인기가 ‘휘청’할 때도 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는 소재임이 분명하다”라고 전했다.

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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