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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 빛난 '차세대 진공청소기' 한국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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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 빛난 '차세대 진공청소기' 한국영의 재발견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6.18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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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 넘치는 태클로 러시아 공격 차단 선봉

[스포츠Q 민기홍 기자] 국가대표임에도 늘 가려져만 있었다. 한국영(24·가시와 레이솔)이 월드컵 데뷔전에서 중원의 투혼과 희생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한국영은 18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첫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한국은 한국영의 헌신적인 활약 속에 러시아와 1-1로 비기며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기성용과 짝을 이룬 한국영은 투지 넘치는 태클과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몸을 날려 러시아 공격진의 패스 길목을 차단했고 강한 투지를 보이며 누구보다 많이 뛰어다녔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세계적인 선수들을 꽁꽁 묶어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남일을 떠올리게 하는 대활약이었다. 한국영의 우상 역식 김남일이다. 그는 월드컵 데뷔전에서 자신의 롤모델과 꼭 닮은 활약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한국영의 활약은 보이는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영국의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한국영은 이날 양팀을 통틀어 최다 태클(5회)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경기 후 발표한 선수별 활동량에서도 11.358㎞을 뛰어 태극전사 중 가장 많이 그라운드를 뛴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팀의 고민 중 하나는 기성용의 짝 찾기였다. 탁월한 패싱력으로 대표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기성용의 파트너로는 안정적인 수비력이 필수였다. 한국영은 박종우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주전을 꿰차 월드컵에서 존재감을 증명해 보였다.

한국영은 2007년 17세 이하(U-17) 월드컵에 출전한 것 말고는 큰 대회 경험이 없었다. 부상으로 인해 2012 런던올림픽 출전도 무산됐던 아픈 기억이 있다. 상처를 뒤로 하고 묵묵히 소속팀에서 활약하자 홍명보 감독은 한국영을 다시 찾았고 월드컵 첫 경기에서 그 기대에 보답했다.

한국영의 거센 저항에 러시아는 중앙 공략을 접고 측면을 택하는 패턴이 자주 엿보였다. 한국영이 든든히 허리를 지켜준 덕분에 축구팬들은 오랜만에 안정적인 수비 조직력을 느끼며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뉴시스에 따르면 한국영은 경기 후 "오늘 개인적으로는 믿음으로 무장하고 나왔다. 감독님과 선수들이 모두 믿음으로 뭉친 것이 (잘 풀린)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기에 나오기 전에 우리 선수단 23명 중에 내 유니폼이 가장 더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진흙으로 범벅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러시아전 전까지 한국영은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덜 알려진 선수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이날 역동적인 투혼을 보여주며 더 이상 ‘기성용의 짝’이 아닌 ‘신형 진공청소기’ 한국영으로 알려지게 됐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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