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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22) 뮤지컬 '더맨인더홀'·'팬레터' 고훈정, '좋은 배우'가 되는 길의 시작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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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22) 뮤지컬 '더맨인더홀'·'팬레터' 고훈정, '좋은 배우'가 되는 길의 시작 (인터뷰Q)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6.09.28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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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지난 2009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통해 데뷔한 배우 고훈정은 다양한 이야기의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최근에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 두 캐릭터를 연속으로 선보이게 되며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포츠Q(큐) 글 이은혜·사진 최대성 기자] ‘창작 초연’ 작품들은 지대한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때로는 라이선스 극들에 비해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걱정 담긴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은 배우에게도 모험이다. 9월과 10월 배우 고훈정은 창작 초연 작품 두 편에 동시 참여한다. 게다가 극중 캐릭터는 ‘늑대’와 ‘시인 겸 소설가’로 극과 극의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뮤지컬 ‘더 맨 인 더 홀’과 뮤지컬 ‘팬레터’에 출연하는 배우 고훈정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뮤지컬 ‘더맨인더홀’, 맨홀의 주인 늑대가 된 고훈정

배우 고훈정 [사진= 스포츠Q DB]

뮤지컬 ‘더맨인더홀’(연출 이현규)은 굉장히 독특하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의 ‘억압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대한민국 최초 판타지 스릴러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공연을 시작했다,

뮤지컬 ‘더맨인더홀’은 평범한 남자 ‘하루’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맨홀에 내던져지면서 겪게 되는 사건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이 작품은 ‘하루’와 맨홀의 주인 ‘늑대’를 통해 억압받는 현대인들의 짓눌린 상처와 인간 본연의 심리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배우 고훈정은 뮤지컬 ‘더맨인더홀’에서 하루가 떨어지는 맨홀의 주인 늑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어둠 속에서 등장해 하루와 첫 만남을 갖는 늑대는 극이 전개되는 내내 하루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등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캐릭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까 봐 조심스러워요. 프로이트의 억압 이론을 바탕으로 캐릭터들이 구축됐고, 하루라는 인물을 통해서 이론에 접근을 하는 작품이에요. 극단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기점으로 하루는 늑대를 만나게 되죠.”

‘더맨인더홀’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고훈정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답변을 꺼내 놓았다. 그러면서도 작품을 향한 애정이 드러나는 답변을 줄줄이 꺼내 놓기도 했다.

고훈정은 창작 초연 작품인 ‘더맨인더홀’의 공연을 준비하며 이 공연만이 가질 수 있는 언어와 양식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보완의 과정’이 중요할 것 같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이나’는 저희 손을 떠난 문제잖아요. 공연을 보이는 대로 보고 그걸 평가하는 건 관객들의 몫이고 권리예요. 물론 ‘이렇게 느껴주시면 좋겠다’고 의도하는 건 있지만 그게 안 될 수도 있어요. ‘했는데 안 보였다’는 건 표현 방식이나 접근 방식에 대해서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보완 작업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한테 뭐가 부족한 걸까’가 계속되는 고민이고 중요한 과제죠.”

◆ 뮤지컬 ‘팬레터’ 대본이 전하는 따뜻함

배우 고훈정 [사진= 스포츠Q DB]

오는 10월 30일까지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더맨인더홀’에 출연하는 고훈정은 10월 8일 개막하는 뮤지컬 ‘팬레터’(연출 김태형)에도 출연한다. 두 작품은 ‘창작 초연 뮤지컬’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비슷한 부분이 거의 없다.

‘더맨인더홀’에서 늑대를 연기하며 거칠지만 섬세한 모습을 보여주는 고훈정은 ‘팬레터’에서 소설가 이윤을 연기한다. 캐릭터 설정만 보더라도 ‘흑돌과 백돌’처럼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두 작품을 동시에 선택한 고훈정 역시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해야 했다.

“결이 너무 다른 작품이죠(웃음) ‘팬레터’를 해야겠다고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연출님이에요. 저 연출님하고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었는데 제안을 해 주셨어요. 두 번째 이유는 대본이에요. 대본을 읽고 연기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대극이면서 문학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 작품들을 이런 식으로도 바라볼 수 있구나…. 슬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힐링 되는 느낌도 있는 작품이에요. 대본이 주는 따뜻함이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뮤지컬 ‘팬레터’ 속 27살의 이윤은 1930년대 경성의 모더니스트이자 순수 문학을 추구하는 시인이자 소설가다.

이 작품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천재 소설가 이상과 김유정, 경성시대 문인들의 모임인 '구인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모던했던 당시 시대적 분위기와 예술가들의 삶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모던 팩션 작품인 셈이다. 1930년대 경성의 신문사와 작업실 등을 배경으로 문인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 사랑과 우정 등을 표현할 예정이다.

특히 뮤지컬 ‘팬레터’는 인물 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내며 흐름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며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계속되는 배움… 뮤지컬부터 연극까지

배우 고훈정 [사진= 스포츠Q DB]

배우 고훈정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꽤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바로 그가 ‘성악과’ 출신이라는 내용이다. 고훈정은 부모님이 권유했던 성악과에 입학했지만 성악가의 길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군 복무 시절 전역을 하게 된다면 꼭 가수가 되지 않더라도 작곡가나 편곡, 연주자 등 대중적인 음악과 가까운 직업을 갖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제대 이후 유튜브를 보던 고훈정은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공연을 보게 됐다.

“그 영상을 보게 되고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뭘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검색하게 됐고, 신기하게 오디션이 진행 중이었죠. 너무 당연하게 오디션 응시를 했고, 또 너무 감사하게 저를 뽑아주셔서 데뷔를 하게 된 거죠.”

계속되는 우연으로 운명처럼 데뷔하게 된 고훈정은 곧 새로운 벽을 만나게 됐다. 전달이 중요한 뮤지컬 무대에 꾸준히 오르기 위해 그는 함께 작품을 하는 사람들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졌고, 스스로의 감정에 집중하며 공부했다.

“연기적인 능력치를 쌓기 위해서는 무대나 삶에서 얻는 경험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도 많이 봤고, 함께 작품을 하는 선배들, 동료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배우가 되고, 연기에 대한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까 일상에서 상황이 변하고 감정이 변할 때 제가 조금 기민하게 반응하게 되더라고요.”

2009년 데뷔 이후 줄곧 뮤지컬 무대에 오르던 고훈정이 연극에 도전 한 것은 지난 2015년 ‘만추’를 통해서였다. 그리고 지난 5월 고훈정은 연극 ‘Q’(큐)를 통해 다시 한 번 연극 무대에 올랐고, 욕망에 사로잡힌 검사 이지환을 훌륭하게 완성해냈다.

그동안 뮤지컬 무대를 통해 노래와 연기 모두를 보여주던 고훈정과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해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고훈정의 모습은 사뭇 다르게 느껴지며 많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큐’ 같은 경우는 정말 거칠고 어두움의 정점 아닌가요(웃음). 보시는 분들도 힘들고,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작품이에요. 거칠고, 자극적이고. 이 작품 하기 전에는 너무 힘들어서 잠깐 쉴까도 생각했었는데 시놉시스나 콘셉트가 정말 신선했어요. 그래서 ‘아, 내가 지금 쉴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경험하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고 진짜로 공부가 많이 됐어요.”

◆ “끝없이 발전하는 배우 되고 싶어요”

배우 고훈정 [사진= 스포츠Q DB]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을 때 간혹 객석 한 쪽에 앉아있는 고훈정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고훈정을 공연장에서 목격했다는 이야기들은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자주 공연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 고훈정은 “시간이 남아서”라고 답했지만 사실 그는 공연 관람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캐릭터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연들 보면서 에너지 많이 받아요. 그리고 제가 더블이나 트리플일 때는 다른 친구들 공연도 보면서 ‘아, 저렇게 하는구나’하고 따라 해 보기도 하고. 전 뭔가를 따라 하거나 흉내 내는 접근 방법도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요. 제 느낌이 있고, 제 ‘언어의 뉘앙스’가 있기 때문에 똑같이 따라 할 수도 없어요. 저만의 것을 찾아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서 찾는 것도 중요한 거죠. 이런 부분들이 저에게는 또 다른 좋은 소스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또 가끔은 제3의 뉘앙스가 나올 때도 있고요.”

많이 보고, 많이 들으며 여전히 연기와 음악을 배워가고 있는 단계라고 본인에 대해 평가한 고훈정은 ‘좋은’ 욕심이 많은 배우였다. 그는 창작 초연 작품들과 리딩 공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제 몸과 정신이 허락하는 한 리딩 공연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밝힌 고훈정은 배우가 되고 난 뒤 꾸준히 리딩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고훈정은 ‘새로운 것’이 주는 신선함과 떨림을 즐기는 듯 보였다.

이날 인터뷰 말미 고훈정은 ‘많은 분들에게 좋은 걸 보여드리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좋은 배우’라는 수식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작품을 직접 관람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해 주는 관객들이 주는 것이라 믿고, 생각하는 고훈정은 자신이 서 있는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저는 매 작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충실하게 찾아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많은 분들이 ‘고훈정은 좋은 배우야’라고 말해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계속 연기에 대한 욕심을 놓지 않고, 끝없이 고민하고, 노래 열심히 하고, 춤도 열심히 추면 언젠가는… 제 목표는 그런 것 같아요. 많은 분들에게 좋은 거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 끝없이 한 단계씩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고훈정 [사진= 스포츠Q DB]

[취재후기] 고훈정은 인상이 강한 배우다. 날카로운 눈매에서 나오는 분위기 때문인지 ‘냉미남’ 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그러나 막상 그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눠 보니 상대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나름의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 고훈정은 욕심이 꽤 많은 배우였다. 작품이나 무대에 대한 욕심을 보여주는 고훈정은 이미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는데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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