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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21) '클로저' 안나 송유현, 묘한 매력 풍기는 '유쾌한 담담함'의 소유자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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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21) '클로저' 안나 송유현, 묘한 매력 풍기는 '유쾌한 담담함'의 소유자 (인터뷰Q)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6.09.09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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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20대였던 지난 2008년 연극 ‘서울노트’로 데뷔한 송유현은 어느덧 30대의 여배우로 성장했다. 그는 풋내기 배우에겐 없었던 원숙함과 노련함을 더해 여전히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앞으로는 무대에 이어 브라운관에서도 인사를 전할 송유현의 얘기를 시작한다.

[스포츠Q(큐) 글 김윤정 · 사진 최대성 기자] 영화 ‘클로저(Closer)’의 여자 캐릭터는 나탈리 포트만의 앨리스와 줄리아 로버츠의 안나로 기억된다. 연극 ‘클로저’ 또한 마찬가지다. ‘클로저’의 여배우들은 각자의 매력으로 비교 불가한 앨리스와 안나 역을 통해 무대를 농염하게 물들이고 있다. 배우 송유현은 김소진과 함께 안나 역에 더블캐스팅 됐다. 성숙하면서도 담담하게 안나를 그리고 있는 송유현을 ‘클로저’가 열리는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 배우 송유현

◆ “‘클로저’, 인생작 만난 것 같아

“난 키스 안 해요. 낯선 남자랑”. 무대 위 ‘안나’ 송유현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곤 이내 거침없이 입을 맞춘다.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클로저’의 매력은 이런 대목에서 극대화된다. 사랑을 얘기하면서도, 사랑의 진실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클로저’다. 이렇게 가볍지만은 않은 ‘클로저’에 대해 송유현 또한 “디프(deep)한 작품”이라 말했다.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사랑’ 얘기가 아니라 언젠가 겪어봤고 만나봤고 해봤던 사랑과 아픔에 관한 얘기예요. 뿐만 아니라 인간의 진실과 거짓, 이런 내면의 본질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어서 디프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이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사랑 안에 이 모든 게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매력 있는 작품 같아요.”

‘클로저’에서 송유현이 맡은 안나의 캐릭터 또한 극의 분위기만큼이나 어둡고 무겁다. 겉으로 보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결핍과 불안한 정서를 갖고 있어 연민이 가는 인물 안나에 대해 송유현은 “짠해요”라고 표현하면서도 그 ‘짠함’을 굳이 무대에서는 많이 내보이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무대 위 안나는 당당하고 시크해요. 이런 내면을 숨기고 활발하게 보이는 거죠. 저도 오히려 짠하지 않게 보이려 노력해요. 내가 내 캐릭터에 너무 자기연민을 갖게 될까봐 마음은 갖고 가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연기해요.”

▲ 배우 송유현

안나 외에도 ‘클로저’에서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캐릭터는 앨리스다. 안나가 우아한 섹시미를 자랑한다면, 앨리스는 당돌한 섹시미를 뽐낸다. 송유현 또한 앨리스에 매력을 느껴 2008년 앨리스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그러나 아쉽게도 배역을 놓친 후 지금의 안나를 만나게 됐다. 그만큼 앨리스는 가질 수 없어 감질나는 역할이면서도, 시간이 흘러 만나게 된 안나에 대한 애정을 더 많이 느끼게 해준 ‘치명적인’ 캐릭터다.

“오디션을 봤을 때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쉬움이 있죠.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안나가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있으니까? 하하하”

그동안 코믹한 작품을 많이 해온 송유현은 ‘클로저’를 통해 오랜만에 색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영화 ‘클로저’를 5번이나 보면서도 매번 눈물을 쏟았다는 송유현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눈시울을 붉히며 ‘클로저’에 완전히 빠져 있는 모습을 보였다.

“지인들은 제가 이런 작품을 오랜만에 해서 기대가 많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두 달 반 동안은 오롯이 ‘클로저’에 집중하고 싶어요. 관객들도 ‘이 배우한테 이런 이미지가 있구나’, ‘이런 연기도 하는구나’라는 걸 느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울렸고 잘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너무 좋은 작품이면서도 너무 어려운 작품인데, 꼭 인생작을 만난 것 같아요.”

안나 역의 송유현과 김소진, 앨리스 역의 이지혜와 박소담, 댄 역의 이동하와 박은석, 김선호, 그리고 래리 역의 배성우, 김준원, 서현우가 열연하는 ‘클로저’는 오는 11월 13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진행된다.

▲ 연극 '클로저' 10인 포스터 [사진 = '(주)악어컴퍼니' 제공]

◆ “시간 날 땐 ‘여자놀이’, ‘혼술’도 좋아해”

송유현은 ‘클로저’에 합류하기 전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로 관객들을 만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간에 공연이 막을 내리면서 배우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처럼 그에겐 여느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힘든 시간들이 종종 찾아왔다. 특히 2014년 참여했던 ‘바람난 삼대’를 할 때는 배우로서의 진로까지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연출님을 찾아가 ‘배우 그만둘 거예요. 못 하겠어요’라고 했더니 ‘그만둘 거면 이거 하고 그만둬’라고 하시더라고요. 캐릭터도 너무 안 맞고 힘들어서 연습실에서 매일 울면서 했는데, 나중에는 재밌어 지더라고요. 그때 뭔가 한 꺼풀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평생 배우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다시 페이스를 찾은 송유현은 지난해 연기 외에도 다른 것들에 관심이 생겨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영상 석사과정 재학 중인 송유현은 ‘클로저’ 공연과 대학원 수업을 동시에 참여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문을 배우는 곳이라 연기하고 큰 접점은 없어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관련된 영상이나 방송으로 가는 게 어떨까 싶어서 그쪽을 선택하게 됐죠. 제가 나온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은 실기위주였기 때문에 ‘학문’을 배우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 배우 송유현

송유현은 공연과 공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다양한 취미생활로 하루를 보낸다. 헬스로 기초체력을 다지거나 집이 한강과 가까워 ‘혼술’을 즐기기도 한다. 이번 ‘클로저’ 팀에게는 도시락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제가 손끝이 야무진 편은 아닌데 ‘여자놀이’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집에서 가끔 향초도 만들고, 민화를 배워보기도 했어요. 혼자 술을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우리 팀 도시락을 싸주기도 했어요. 남자친구한테 해줘야하는데.(웃음)”

◆ “같이 하는 배우들에게 ‘또 하고 싶은 배우’ 되는 것, 큰 축복”

송유현은 ‘말랑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웨딩 스캔들’(2012)을 할 당시 배우 김늘메가 ‘뇌도 말랑한 것 같고, 성격도 말랑한 것 같다’며 지어준 별명이다. ‘말랑이’란 별명처럼 송유현은 작품을 하면서도 파이팅은 넘치지만 예민하게 진행하는 것을 지양한다.

“상대배우와 작업을 할 때 많이 열려있는 편인 것 같아요. 내 것만 ‘이게 맞아’라고 고집하지 않고, 소통을 중요시 여겨요. 유하면서도 유연한 편인 것 같아요.”

▲ 배우 송유현

그의 유연한 성격답게 송유현은 연기에 대해서도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연극뿐만 아닌 방송에도 모습을 드러낼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후속 ‘공항 가는 길’에서 작은 역할을 맡아 촬영을 진행 중이다.

“예전엔 방송은 정말 예쁜 사람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젠 배우는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이 바뀌어서 방송에 대해서도 열린 상태예요.”

이외에도 송유현은 오는 10월 독립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사랑’을 만나야 하는 것 또한 그가 세운 목표 중 하나다. ‘여자’ 송유현의 소소한 바람처럼 배우 10년차를 향해가는 ‘배우’ 송유현의 소망도 수수했다.

“유명해지고 그런 건 아니지만, 저는 10년 동안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배우생활을 하다보면 지치는 순간들이 되게 많은데, 그게 외부적인 이유든 내면적인 이유든 그런 일 없이 항상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송유현은 배우로서 좋은 목소리와 딕션을 가졌다. 처음부터 연기를 잘했던 배우는 아니었지만, 그는 노력과 끈기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과 더욱 많은 작품들을 통해 배우로서의 꾸준한 길을 걸어갈 송유현은 마지막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내가 하고 싶은 사람들과, 하고 싶은 작품을, 내가 선택해서 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여지는 생겼으면 좋겠어요. 또 관객들에게는 ‘저 사람 공연하면 또 보러가야지’란 생각이 드는 배우였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같이 무대에 서는 배우들에게 인정받고 ‘또 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게 상대배우로서는 큰 축복인 것 같아요.”

“카톡(SNS) 프로필에 ‘유쾌한 담담함’이라고 써놨는데 그렇게 살고 싶어요. ‘유쾌한 담담함’.”

▲ 배우 송유현

[취재후기] 송유현의 마스크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 고양이처럼 앙칼져 보이면서도 강아지처럼 순해 보였고, 청순하면서도 섹시했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차분하게 자신의 얘기를 전하는 송유현에게선 ‘클로저’의 안나만큼이나 ‘묘한’ 매력이 풍겼다. 이런 그의 이미지는 송유현이 앞으로 걸어갈 발걸음에 기대를 더하는 대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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