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973일 만의 승리다. 류현진(30·LA 다저스)이 지난 2년의 시련을 딛고 마침내 웃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거의 1000일 만에 거둔 승리라 뜻 깊다”고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1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류현진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5⅓이닝 3피안타 3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다저스의 5-3 승. 2014년 9월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이후 정규리그에서 승수를 쌓기까지 오래도 걸렸다. 

973일 만의 승리 외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류현진은 ‘전공’인 피칭에서 필라델피아 강타선을 줄줄이 삼진으로 돌려세워 청량감을 제공했음은 물론 ‘부전공’인 타격, ‘교양’에 해당하는 주루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류현진은 첫 타석인 2회말 1사 2루에서 5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시즌 2호. 4회말 주자 없는 가운데서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필라델피아 선발 닉 피베타의 높은 슬라이더를 받아쳐 깨끗한 중전안타를 생산했다.

류현진의 시즌 타율은 이로써 0.286(7타수 2안타)로 올랐다. 2볼넷으로 출루율은 무려 0.444다. 빅리그 통산 타격 성적은 57경기 타율 0.186(113타수 21안타) 7타점 출루율 0.220다. 홈런이나 도루는 아직 없다.

류현진은 주자로서도 최선을 다했다. 4회 안타 후 다음 타자인 앤드류 톨스가 때린 1루수 땅볼 때 열심히 2루로 달렸다. 슬라이딩까지 하면서 유니폼 하의가 더러워지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도 나왔다.

류현진 경기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계 가운데 유독 인기가 많다. 불펜인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한국프로야구에서 뛴 적이 없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장타력이 떨어지는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경기보다 몰입도가 높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주목도가 큰데 973일 만의 승리에 생각지도 못했던 방망이와 달리기 퍼포먼스까지 더했으니. 근로자의 날을 맞아 모처럼 '월요병'을 잊은 직장인 야구팬들은 류현진을 보면서 유쾌하게 한 주를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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